안산 단원고등학교.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세월호' 침몰이 또 하나의 비극을 낳았다.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을 인솔해 수학여행을 떠났던 안산 단원고 교감 강모(52)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강 교감은 사건 당일 구사일생으로 바닷물 속에서 구조됐다.
하지만, 불과 이틀 뒤인 18일 오후 4시 5분쯤 강 교감은 진도군 실내체육관 인근 야산 소나무에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단원고 학부모를 비롯한 실종자 가족 수백명이 애를 태우며 머물고 있는 진도 체육관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장소다.
고인(故人)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아마도 제자들을 구하지 못하고 "나만 구조됐다"는 죄책감이 살아남은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 발생 이후 지금까지 발견된 사망자는 모두 28명이다.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중에는 단원고 학생이 12명, 교사 2명이 포함돼 있다.
또, 신원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망자 중에도 7명은 학생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리고,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 271명 가운데도 강 교감의 제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사고 발생 책임이 자신과는 무관하지만, 인솔자인 고인을 무척 힘들게 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특히, 사고 직후 만사를 제치고 진도 현장으로 달려 내려와 사흘째 애를 끓이고 있는 학부모들을 지켜보는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그야말로 '살아남은 자'의 괴로움이 생사기로에 놓였던 순간보다 고인에게는 더욱 고통스러웠을지 모른다.
학부모들의 울부짖음. 그를 지켜봐야하는 인솔 책임자. 무엇보다 가라앉은 '세월호' 어딘가에 아직도 생사조차 모른 채 갇혀 있을 제자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오죽했을까 싶다.
단원고 교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단원고 실종자가족 대기실이 마련된 4층 강당이 술렁이고 있다. (사진=노컷TV 민구홍PD)
강 교감은 구조된 다음날인 17일 오후부터 체육관에서 사라져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고 한다.
16일 오전 구조된 직후부터 18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될 때까지 고인이 겪어야 했을 심적 괴로움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오죽했으면…"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말이 더 다가온다.
종교적 계율이나 개인마다의 신념을 떠나 사람의 목숨은 남의 것이든 내 것이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임에 틀림없다.
강 교감의 죽음을 보면서 '기우'(杞憂)라면 '기우'인 또 하나의 걱정스런 마음이 든다.
어린 자식의 생사를 알 수 없어 애태우며 기다리고 있는 진도 체육관에 모여있는 수백명의 가족들이다.
가족들은 18일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민 여러분, 아이들을 살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애절한 내용이 담겨있다.
너무 억울해 세상과 정부를 향해 거친 소리도 내고 있지만 그건 당연한 반응으로 탓해서는 안된다.{RELNEWS:right}
사실 지금은 '실낱같은 희망'만이 남아있어 기적이 필요한 때다.
그리고, 국민 모두가 한 마음으로 그 기적이 꼭 이뤄지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월호' 침몰이라는 비극이 강 교감의 극단적 선택같은 또 다른 비극을 낳아서는 안된다.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