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망자와 관련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9일 오후 여의도 KBS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기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세월호 사고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 수 비교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9일 사의를 밝혔다. 하지만 유가족은 물론,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 국장은 9일 서울시 여의도동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보도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으나 그러지 못했다"며 "오늘부로 보도국장직을 사임하려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국장은 "앞으로 반론을 싣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명예훼손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가 하면, "보도본부에 사사건건 개입한 길환영 KBS 사장은 사퇴해야한다"고 말했다.
상처입은 유족들에 대한 사과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진의가 왜곡됐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만 보였다. 이같은 김 국장의 태도에 누리꾼들은 "무엇을 위한 사임인가", "반성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명에 해명만 거듭, 사퇴이유는?당초 이번 논란은 김 국장이 회식자리에서 한 발언에서 촉발됐다. 김국장은 동료 기자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것이 아니다"고 발언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돼 유족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결국 유족들은 지난 8일, KBS앞에서 김국장과 길환영 KBS사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고의성 유무를 떠나 해당 발언으로 유족들이 상처 받은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오히려 김국장은 "해당발언은 '안전불감증에 대한 뉴스시리즈를 기획해보자'는 의도로 말한 것"이라며 "앞뒤 사정은 다 빼고, (일부 매체가) 이를 왜곡 보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노조와 진보 언론이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기사화 했다"며 "이들이 제 발언을 문제 삼는 이유는 제가 보도국장이란 직위에 있기 때문이다"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이 사의를 표명한 이유는 "보도 중립성을 지키지 못해서"라고 설명했다.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 이유를 재차 묻는 질문에는 "길환영 사장"이라고 답했다. 김시곤 국장 자신의 잘못은 오로지 '보도중립성'을 지키지 못한 것 뿐이었다.
◈이 모든 게 길환영 사장과 진보 언론 탓?
김 국장이 사임이라는 강수를 뒀지만 모든 잘못과 책임을 길환영 KBS 사장과 노조, 진보언론 등 '남 탓'으로 돌리면서 오히려 반감을 샀다.
김 국장은 사임을 발표하기 직전 6개 사항에 대해 '숙원'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 KBS 사장은 확실한 가치관을 가진 이가 돼야 한다. ▲KBS 사장 임기는 단임제로 해야 한다. ▲ 사사건건 보도본부에 개입한 길환영 사장 사퇴해야한다. 그 외 사장 임기는 계속 돼야한다. ▲ 보도본부장 3년 임기도 보호돼야 한다. ▲ KBS가 건전한 상식에 기초한 언론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 이번 일을 계기로 여야 모두 보수 진보 모두 떠나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길 사장의 문제점과 함께 외압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사퇴 기자회견에서 언급하기에는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울러 노조와 진보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반론을 싣지 않는 부분에 대해 소급해 소송을 진행하겠다"며 "앞으로도 반론을 싣지 않는 보도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KBS 보도에 대한 국민적인 반감에 대해서는 "정부가 밉고, 대통령이 미우면 KBS까지 같이 미운 게 작용한 것 같다. KBS는 언론 대표다. 언론이 잘되지 않을 때 욕을 먹는데 이 둘이 합해져서 그런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