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표류하고 있다. 부담금과 보조금의 규모와 구간 등에 대한 세부 내용을 지난달 말까지 확정하기로 했지만 예정시한을 넘긴지 한 달이 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국산차 업계와 미국의 반발 등에 밀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표류하다 결국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 저탄소차 협력금 연구결과, 시한 넘겨 감감 무소식저탄소차 협력금은 탄소배출량이 많은 차에 부담금을 매겨, 이 부담금을 탄소배출량이 적은 차량 구매시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한마디로 연비 나쁜 차에는 부담금을 매기고 반대로 연비 좋은 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해, 연비 좋고 이산화탄소를 덜 내뿜는 경.소형, 친환경(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 위주로 차량 구매 패턴을 바꾸기 위한 조치다.
온실가스를 감축해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자동차 업계에는 온실가스 저감과 고연비 기술 등 친환경 기술 개발을 유인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이미 관련 법령까지 제정돼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부담금과 보조금을 얼마로 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저탄소차 협력금의 세부 시행안은 현재 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산업연구원, 조세재정연구원이 공동으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당초 지난달 말에 용역결과를 내놓고 공청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시한을 넘긴지 한 달이 다 되도록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연구기관들의 입장차이가 커서 공동연구 결과를 마련하는데 예상보다 시일이 걸렸다"며 "다음달 초에 공청회를 열고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국산차 업계에 미국까지 반발... 존폐기로 그러나 속 사정은 더 복잡하다. 공동용역을 발주한 환경부와 산업부가 현재까지도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기관들은 해당 부처의 입장을 크게 벗어날 수 없는 처지라 공동연구가 삐걱댈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저탄소차 협력금을 초기에는 조금 완화된 형태로 하더라도 계획대로 시행은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산업부는 국내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국산차 업계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유예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독일의 BMW 5시리즈나 하이브리드 위주의 일본차 등 연비가 좋은 일부 수입차들이 보조금 혜택을 받아 가격이 떨어질 경우, 수입차로 자동차 수요가 대거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자동차 업계의 통상압력도 만만치 않다. 미국차는 부담금 구간에 해당하는 연비가 낮은 대형차가 주력 차종이어서 저탄소 협력금제도를 대놓고 반대하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추진 중인 우리나라로서는 미국과의 통상마찰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은 특히 산업부와 환경부의 입장을 조율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고민거리다. 미국의 입장을 무시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저탄소차 협력금은 당초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재계와 미국 업계 등의 반발로 시행이 내년으로 연기된 바 있다. 이번에 또 다시 시행이 유보될 경우,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NEWS:right}
기재부와 산업부, 환경부는 다음달 초로 예정된 공청회를 통해 접점을 모색하고, 국민들의 의견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도 결국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날 가능성이 높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도가 시작도 못 해본 채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