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지난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 중국 국빈방문 귀국날 밤 완전군장 얼차려를 받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김지훈 일병.
2011년 3월 과체중, 저시력 등을 이유로 지속적인 정신적, 육체적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손형주 이병.
각각 공군과 육군 소속이었던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자살 이후 군 헌병대 조사결과 상관의 지속적인 질책, 또는 가혹행위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결국 순직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 일병의 경우 7개월, 손 이병의 경우 3년 만에 각군 본부가 일반사망으로 결론을 내린 뒤 유족들에게 이 사실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순직처리가 될 것이다"라는 군 관계자들의 말만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유가족들은 결국 아들의 죽음이 본인의 '나약함' 때문이었다는 결과를 통보 받고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 자해 사망자 순직 인정 비율 여전히 낮아국방부는 지난 2012년 7월부터 '전공사상자 처리훈령'을 개정해 자해사망자라 할지라도 공무상 연관성이 있을 경우 순직을 인정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김 일병이나 손 이병처럼 업무와 관련한 스트레스, 상관의 가혹행위가 있지만 순직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민권익위원회가 훈령 개정 이후 시행 1년간 동안 육.해.공군 순직 처리현황을 분석한 결과 자해로 사망해 순직심사를 받은 사망자는 모두 41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순직으로 처리된 경우는 4명에 불과했다.(2013년 7월 1일 기준)
여기다 권익위가 조사를 토대로 일반사망이 아닌 순직으로 처리해야 한다며 순직처리 재심사 권고를 한 41건 가운데서도 최근까지 14건이 기각되고 2건이 여전히 보류상태다.
다시말해 자해 사망자의 경우 군이 자체 심의를 벌이면 대부분이 일반 사망으로 결론나고 그나마 권익위 등 관련 기관에서 순직을 권고한 사망자도 순직 인정비율이 40%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 군인들만 모여 제식구 감싸기식 순직 결정전문가들은 이처럼 군의 순직 인정 비율이 낮은 가장 큰 이유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군인들만 모여 결정하는 폐쇄적인 순직 처리 과정에서 찾는다.
김 일병의 순직 여부를 최종 심사한 공군 본부의 경우 공군 관계자 만이 참석한 가운데 심의를 벌였고 그 결과는 순직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공군본부는 그러면서 "구타·폭언 또는 가혹행위 등의 억압적 행위가 없었으며, 업무처리 미숙에 대한 동기부여로 상관 및 부서원 전원과 함께 무장구보(2회)를 실시하였는바 이는 군인으로써 통상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헌병대가 수사보고서에서 직속상관의 야간 무장구보 지시는 권한 밖의 지시라고 분명히 적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군 본부는 이를 '통상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는 자의적의 판단을 내렸다. 전형적인 제식구 감싸기다.
권익위의 한 조사관은 "권한 없는 야간 완전군장 구보 얼차려는 명백한 가혹행위"라며 "이를 군인으로서 통상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본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권익위 등은 각 군이 아닌 국방부에서 순직 여부를 결정하는 심의를 열고, 이 심의에는 외부 전문가가 50% 이상 참여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국방부는 아직 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국립 현충원 (자료사진)
◈ 보수단체가 반대해서 순직 안된다?
다른 한편으로 군 측은 자해 사망자에 대한 순직 인정률이 낮은 이유를 참전용사회 등 보훈단체들의 반대, 그리고 군 내부의 부정적인 기류를 들고 있다.
군 관계자는 "순직으로 인정될 경우 국립묘지에 안장되는데 묘역 자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참전용사 유족 등 기존 순직자 유족들이 크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나라를 위해 싸운 사람들이 국립묘지에 묻히기도 힘든데 군 내에서 자해로 사망한 사람들까지 국립묘지에 안장하는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군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함께 순직을 인정할 경우 재정부담이 크다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일반 사망의 경우 보상금이 500~600만원 수준이지만 순직의 경우 보상금이 9천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군 측의 이같은 주장을 일축한다. 권익위의 한 조사관은 "순직 결정은 개별 사안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면서 "국가와 군의 책임이 분명한 사안을 가지고 다른 순직자와의 형평성 문제나 재정 문제로 돌리는 것은 책임회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