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한 '세계개발자대회(WWDC) 2014'에서 발표한 내용은 '사용자 입장의 통합환경 구축'으로 요약된다.
일단 기기 사용자에게 가장 중요하고 직관적인 요소인 인터페이스를 통합하고 편리하게 한 점이 눈에 띈다.
애플은 이번에 발표한 데스크톱용 'OS X 요세미티'의 인터페이스를 iOS에 더욱 가깝게 만들었다.
맥 데스크톱 화면에 사이드바를 띄우고 위젯 등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한 점도 통합 인터페이스 조성의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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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를 바꿔서 쓰더라도 곧바로 그 직전까지 했던 작업을 이어서 하도록 해 주는 '핸드오프'를 도입한 점도 이런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예를 들어서 소파에 앉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이메일 답장을 쓰고 있다가 좀 더 본격적으로 작업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에 놓인 맥 쪽으로 가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작성하고 있던 메일이 맥에 뜨게 된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이메일 작업을 마무리한 뒤 바로 보내면 된다.
아이폰으로 전화가 걸려 올 경우 이를 직접 아이폰에서 받을 필요가 없고, 맥에 뜨는 창을 통해 스피커폰으로 통화할 수 있도록 한 점도 통합 사용환경의 편리함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맥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하는 중이었다면, 핸드백 안에 있거나 충전기에 꽂혀 있는 아이폰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통화와 업무 처리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애플은 또 iOS 8과 요세미티에서 오프라인(사용중인 기기)과 온라인(인터넷 웹사이트 등)뿐만 아니라 클라우드(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까지 아우르는 통합 검색창을 도입했다.
이날 행사장에서 공개한 요세미티의 통합 검색창과 사이드바는 겉보기로는 마치 애플의 전자비서 서비스 시리가 제공하는 정보 창이나 구글 나우의 데스크톱·모바일 검색·카드를 적절히 혼합한 듯한 느낌을 줬다.
다만 데스크톱과 모바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이런 기능을 운영체제(OS) 차원에서 지원함으로써 소비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 서비스의 연동과 싱크 역시 OS 차원에서 통합 구현된다.
굳이 홈 서버와 같은 '통합 허브'를 두지 않고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하고 OS 차원에서 기기-기기간, 기기-클라우드간 네트워킹을 강화해 '이음새 없는'(seamless) 기기 사용 환경 통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런 방향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초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추구하고 있는 바이지만, 아이폰·아이패드·맥 등 애플 기기를 쓰는 고객들의 특징을 감안해 볼 때 적어도 초기 확산에서는 애플이 꽤 유리한 위치에 있다.
애플 고객들의 '충성도'가 매우 높은데다가 각종 통계를 보면 콘텐츠나 서비스 구매, 데이터 사용량 등에서도 다른 기기 사용자들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츠·서비스 통합의 완성도만 높다면 적어도 이들 사이에서는 매우 빨리 '통합환경' 사용이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대용량 데이터를 다루기 때문에 특정 회사의 것을 한 번 이용하기 시작하면 경쟁 서비스 상품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이것이 여러 기기들과 자동으로 동기화되도록 설정돼 있는 경우는 이른바 '잠금 효과'(lock-in effect)가 매우 크다.
애플이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의 사용료를 경쟁 서비스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낮추고, 또 이를 통해 자동으로 동기화되는 콘텐츠의 유형 제한을 없애기로 한 것은 이런 점에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