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다'고 그토록 다짐했던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벌써 기억 저편의 '망각'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7·30 재보선이 끝나자마자 여야 정치권은 '기다렸다는 듯이', '쫓기듯이'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했다. 유가족들은 '망각'을 위한 또 다른 야합일 뿐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망각'의 대한민국…. 세월호마저 '망각'의 제물이 되고 말 것인가?[편집자주]
새정치민주연합 당사 점거농성 중인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정치민주연합 당사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합의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제발 저희의 동아줄을 절대로 놓지 말아주십시오. 아이와 어미의 마지막 소원입니다"
수빈 엄마 박순미 씨는 매섭게 내리치는 빗속에서도 거듭 '특별법 재협상'을 요구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박 씨는 "어미는 10달 동안 아이를 따뜻하게 품고 낳았다. 그리고 17년 동안 이 아이들을 씩씩하게 아름답게 멋지게 키웠다. 이제 어미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정부가 말한 것처럼 저희는 가만히 있어야 합니까"라며 눈물을 쏟아냈다.
◈세월호 유가족 "여·야 합의는 밀실 야합…긴 시간 싸웠지만 얻은 건 없어"10일 오후 7시 새정치민주연합 당사 앞에는 여야 원내대표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에 대해 반대하며 재협상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전날부터 새정치민주연합 당사 점거 농성에 나선 10여 명의 유가족과 3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배제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하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항의 대상이 새누리당에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바뀌었다.
앞서 이날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 대표는 유가족들과의 면담에서 수사권보다 중요한 것은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5:5:4:3으로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5:5:4:3은 여야 추천인원 각 5인, 대법원장 추천인원 2인과 대한변호사협회 추천인원 2인을 합쳐 4인,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 측 추천인원 3인을 뜻한다.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정치민주연합 당사에서 새누리당과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 철회를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진상조사위가 여야 같은 비율로 구성된다면 기소권이 부여돼도 의결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유가족 추천인원수를 늘려 과반을 확보하는 쪽에 비중을 둔 것이다.
박 원내대표와의 면담에도 유가족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변호인인 박주민 변호사는 이날 오후 박영선 원내대표와의 면담 내용을 전하며 박 대표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박영선 대표는 '협상이 장기화 되고 하면 가족들이 힘들 것 같아서, 가족들을 위해서 했다'고 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지치지 않는다. 제대로 된 특별법을 만들기 위해서 언제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경주 어머니 유병화 씨는 "진상조사위 중요하지만 기소할 수 있어야지 조사를 하든 조사위 일부분이지 저희가 요구한 법안이 합의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창현 군의 아버지 이남석 씨는 "(합의에 대해)사전에 전혀 들은 내용이 없었다"며 "지금까지 긴 시간 여야가 논의했지만 전혀 얻은 건 하나도 없고 다 준 것이다. 개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집회가 끝난 오후 8시쯤. 매섭게 내리던 비도 그쳤다. 유병화 씨는 "항상 저희 아이들이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광화문, 시청에서도 계속 비 쏟아질 때도 아이들 항상 옆에 있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 단식 27일째인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에서 조계종 노동위원회와 불력회 등 시민들이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 촉구 및 실종자 귀환을 바라는 3천배를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박영선 추가협상 여지…"새누리 증인채택 거부 시 합의안 지킬 수 없어"세월호 유가족뿐 아니라 당내 의원들까지도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을 요구하며 박영선 원내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우원식, 전해철, 진성준, 유은혜, 은수미 의원 등 당내 46명의 의원들은 이날 세월호특별법 재협상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특히 유족의 소망은 세월호특별법의 전제조건이자 국민적 공감대"라면서 "때문에 여야가 어렵게 합의했다 하더라도 유족의 이해와 수용이 없다면 전면 재검토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