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인근 Whole food market 전경. 김학일 기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언제 어디서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위험사회’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안전 문제가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GMO, 즉 유전자변형식품은 수 년 간에 걸친 찬반 논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전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야이다. 인류 생존의 희망으로 이야기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재앙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GMO 표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렇다면 GMO 기술 개발과 세계적인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어떠할까. CBS 노컷뉴스는 GMO 식품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인식, 몬산토와 듀퐁 등 GMO 기업들의 현황, GMO 기술의 미래 가능성 등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다.[편집자 주]“외국 곡물 수입 회사로부터 GMO 작물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인식에 대해 질문을 자주 받는다. 과거에는 그런 질문에 대해 미국 소비자들은 GMO 작물과 NON GMO 작물을 통상적으로 구분하지 않으며, NON GMO 작물의 안전성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변해왔다. 그러나 지금도 그러한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GMO 옥수수. 김학일 기자
곡물 거래 중개회사 CGB의 매니저 James Stitzlein의 말이다. 미국 등 세계 곡물 재배와 거래 현황을 꿰뚫고 있는 곡물 중개회사 매니저의 이 말은 의미심장하다.
GMO 식품의 안전성과 선호도에 대해 미국의 일반 소비자들이 과거와 같은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는지 자신이 없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은 ‘GMO의 종주국’라고 할 정도로 유전자 변형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주도해온 나라이다. 2013년 기준으로 미국의 GMO 곡물 재배 면적이 7000만 헥타르에 이른다. 재배 옥수수의 93%가 GMO이고, 콩은 거의 100%에 가깝다.
미국 식품 중 80%에 GMO가 들어간다고 할 정도로 미국에서 GMO는 친숙한 존재이다. 따라서 식품에 GMO을 사용했는가 여부를 표시하는 것도 법으로 강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처럼 GMO에 관대한 풍토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 중산층을 중심으로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식품, 유전자 변형 곡물을 사용하지 않은 NON GMO 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유기농 및 NON GMO 농축산물만을 파는 ‘Whole Foods Market’(건전 자연식품 판매업소)의 증가는 미국 내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이다.
아이를 업은 주부가 NON GMO 식품을 고르는 장면. 김학일 기자
2014년 9월 24일 기자가 방문한 미국 세인트루이스 인근의 Whole Foods Market. 평일 오전 11시였지만 매장은 아이를 동반한 주부 등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고객들로 붐볐다. 판매되는 모든 제품이 이른바 ‘건전 자연식품’. 전통적인(Conventional) 농법으로 키운 토마토, 양계장에 가두지 않고 방목해 키운 닭, 유기농(Organic)과 NON GMO를 동시에 표시한 홍당무,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했다는 각종 빵, NON GMO 피자, NON GMO 마가린, 유기농 우유, 유기농 견과류 등등 하나같이 건강식품임을 강조하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유기농의 범주에는 NON GMO 식품이 당연히 포함돼 NON GMO임을 별도로 표기할 필요가 없는데도, 양자를 동시에 표기하는 것 자체가 GMO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나타내는 것으로 비쳐졌다.
전통농법으로 재배된 토마토. 김학일 기자
특히 Whole Foods Market에서 놀라운 것은 가격이다. 예컨대 ‘전통적인 농법으로 키운 토마토’의 경우 9개에 11달러로 일반 토마토보다 2-3배 비싸게 판매한다. 이런 비싼 가격에도 장사가 잘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GMO 대신 유기농과 NON GMO 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은 중산층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GMO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미국 듀폰사의 디렉터, Kevin Diehl도 “일반적으로 NON GMO와 유기농을 선호하는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에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며 이런 흐름을 인정했다.
NO GMO 표시 마요네즈. 김학일 기자
이런 흐름은 GMO 식품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미국 민간단체 IFIC(International Food Information Council)의 소비자 여론조사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식품 안전 우려 사항으로 GMO의 바이오 텍 부문이 2008년 1%, 2010년 2%, 2012년 2%에서 2014년 7%로 증가했다. 식품오염과 관리부문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각각 18%를 차지하는 것에 비해 아직은 낮은 수치이지만, GMO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증가세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변화의 원인으로는 우선 인터넷과 SNS을 통한 위험 인식의 확산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곡물 거래 중개회사 CGB의 James Stitzlein은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GMO 식품이 지금은 괜찮지만 미래 세대 등 앞으로는 어떻게 작용할지 모른다는 주장이 확산되면서, 이런 주장을 접한 사람들이 만만치 않은 위험 세계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인식 변화를 반영해 미국 지방정부에서는 최근 GMO 사용여부를 식품에 표시하는 문제을 놓고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유기농-NON GMO 동시 표시 야채. 김학일 기자
특히 미국 버몬트 주의 경우 지난 5월 GMO 식별 라벨을 부착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오는 2016년 7월부터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GMO 표시제를 시행한다. 버몬트 주를 제외하고 현재 24개가 넘는 주에서 GMO 표시제가 논의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런 인식 변화의 원인에 대해서는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미국 옥수수 생산자 협회(National Corn Growers Association)의 Paul Bertels 부회장은 “GMO 표시제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소비자의 알권리를 강조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Paul Bertels 부회장은 “그 쪽 사람들은 GMO 기술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들로 GMO 식품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부각될수록 상대적으로 자신들의 시장이 커지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GMO 식품을 둘러싼 논란이 미국 내 각계의 시장 선점 의도와 연결돼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심은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이다.
미국곡물협회 관계자는 “Whole Foods Market과 같은 곳이 매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장사가 잘 되는 것에 사실 놀랐다”면서도 “유기농 또는 NON GMO 식품이 하나의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런 작물들은 생산하기도 쉽지 않고 수요도 한정적이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시장으로 크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NON GMO 피자. 김학일 기자
반면 James Stitzlein은 “처음에 GMO 식품을 둘러싼 안전성 문제가 나왔을 때, 이런 우려는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한 것이 아니고 감정에 치우친 반응인 만큼 5-10년 지나면 없어질 것으로 생각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며 “안정성 문제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런 최근의 물결을 타고 NON GMO 시장에 대비하는 회사들이 등장하고 있는 만큼 그런 시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