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대전에서 발생한 지적 장애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 고교생 16명에 대해 보호관찰 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들은 사실상 무죄 선고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 집에서 살면서 40시간 교육 받으면 끝 = 대전지법 가정지원은 27일 비공개로 진행된 선고 공판에서 16명 학생들에 대해 소년법 보호처분 제1호와 2호, 4호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소년법 32조에 명시된 보호처분은 1호부터 7호까지 있으며 숫자가 높아질수록 처벌 수위도 높다.
이번 판결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1호는 ‘보호자 감호’다. 이는 부모를 비롯한 보호자와 함께 자신의 집 등에서 주거하는 것을 말한다.
보호처분 2호는 수강명령이다. 이번 가해학생들에게는 40시간의 교육 수강 명령이 내려졌다.
4호는 보호관찰관의 단기 보호관찰이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이는 1년여 기간동안 한 달에 한 차례씩 보호관찰소에 나가 면담을 하는 것을 뜻한다.
요약하자면, 집에서 부모들과 함께 살면서 40시간의 교육을 받고 한 달에 한 차례씩 1년 정도 보호관찰을 받으면 전과기록도 없이 이들 16명의 죄는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민단체들은 “사실상 무죄로 가해학생들에게 면죄부를 안겨준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대전 장애인 차별 철폐연대 이원표 사무국장은 “소년부로 송치될 때부터 우려했던 판결”이라며 “일부 주도 학생들에 대한 엄벌로 재발 방지 등 사회 경각심을 울려줄 것을 기대했지만 안타깝다”고 말했다.
◈ 시민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사법부 판단” = 시민단체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이번 판결에 의구심을 나타낸다.
피해 학생 가족과 가해자들이 합의를 했고, 또 일부 반성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여중생을 수 개월간 집단 성폭행한 사건임을 감안하면 이번 판결은 국민 법 감정에 동떨어져 있다는 것.
그 동안에도 제기돼왔던 사법부의 봐주기식 재판 논란의 연장선이다.
대전지법이 사건을 주도한 일부 학생들에 대한 검찰 영장을 기각한데 이어 사건을 형사부가 아닌 소년부로 송치하면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불거졌다.
시민단체들은 당시 “재판부가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고 비난했다. 소년부 송치 이 후에도 재판부는 선고를 수능 시험 이 후로 연기했다.
가해학생들이 고3이라는 이유 때문으로 역시 가해학생들에 대한 배려로 풀이되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BestNocut_R]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 등은 사건을 다시 형사부로 돌려보낼 것을 촉구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장 기각과 소년부 송치, 선고 연기에 이어 보호관찰 처분까지. 이번 사건을 둘러싼 사법부의 판단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민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