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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가 소비자의 신뢰를 져버리는 방식으로 차량을 팔아 비난을 사고 있다.
경기 용인시내 한 건설 현장에서 감리 업무를 맡고 있는 이정수(50·가명·인천 서구 불로동) 씨는 8월 28일 아내로부터 르노삼성차의 SM3를 사기로 결정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직업 특성상 평일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이 씨는 아내가 살 차량을 인터넷으로 검색했고, 9월 1일부터 부분 변경된 신차가 판매된다는 것을 알았다.
8월 31일 주말을 맞아 집으로 향하던 이 씨는 "차량이 집으로 왔다"는 아내의 전화를 받았다.
'판매가 1일부터라더니 벌써 나왔네'라고 이상하게 여긴 이 씨, 집에 도착해 차량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인터넷에서 확인한 차량과 달랐던 것이다. 견적서를 확인해 보니 지난해 말 출시된 2012년형 SM3였다.
화가 난 이 씨는 해당 판매원에게 전화를 걸어 "신차가 아니라 구형차다. 재고를 판 것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신차가 나온다는 것을 고지할 법적인 의무가 없어 안했다. 판매에는 이상이 없다"는 답변을 듣는다.
르노삼성차 측에서도 같은 말이 돌아왔다.
이 씨는 "아내가 산 구형차는 신차보다 50만여 원 쌀 뿐"이라며 "중고차로 팔 때 몇 백만 원 차이가 날 걸 아는데, 누가 알면서도 구형차를 사겠냐"고 말했다.
이어 "법적으로는 이러한 사항을 알려 줄 의무가 없다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며 "잠재적인 고객들을 생각한다면 기업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비양심적인 행위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르노삼성차가 이전에도 비슷한 일로 구설수에 올랐다는 점이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말 SM5를 팔면서 소비자들에게 새 모델이 출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올 초 연비·성능을 끌어올린 새 SM5가 출시됐고, 이를 부당하게 여긴 소비자 수십 명이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보상 문제를 제기했었다.
김윤현 소비자원 자동차팀장은 "판매자가 신상품 출시 등의 판매 정보를 고지할 법적인 의무조항이 없는 건 사실"이라며 "현재로서는 자동차 같은 고가품의 경우 판매자가 양심적으로 팔거나 해당 소비자가 다양한 경로로 정보를 얻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종훈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는 "일단 팔고 보자는 업체의 책임 의식 없는 행태가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전문가 입장에 서 있는 업체가 먼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