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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에서도 '양극화'… 끝나지 않는 위기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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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밖에서도 '양극화'… 끝나지 않는 위기의 아이들

    [잊혀진 아이들, 학교 밖 청소년⑥] 갈라지는 학교 밖 아이들

    하루 평균 165명의 학생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이렇게 누적된 전국의 학교 밖 청소년 수는 기관에 따라 17만 명에서 많게는 36만 명으로 추정된다. 제각각 추정치만큼 이들의 '학업중단 이후'의 삶 역시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안교육기관이나 유학, 교정시설 등을 통해 일부나마 '드러나는' 아이들은 전체의 절반이 채 안 되는 실정이다. 나머지 아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대전CBS는 학교를 떠난 뒤 잊힌 아이들을 찾아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외부에 비춰진 것이 아닌, 아이들 스스로 꺼낸 '학교 밖 청소년'의 모습과 고민들을 7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교문 나선 순간부터 '투명인간' 된 우리들"
    2. 떠난 이유 달라…모두 '학교 부적응자'
    3. "학교 싫어 그만둔 아이들? 절반은 쫓겨난 아이들"
    4. "우리도 공부하는데"…학업중단이라는 '낙인'
    5. 시설은 기다리고, 아이들은 모르고‥'엇박자' 지원
    6. 학교 밖 세계도 '양극화'
    7. "우리에게도 '재기의 기회'를 주세요"


    (이미지비트 제공)

     

    학교 밖 세계도 둘로 갈라지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지원체계가 부족한 상황에서, 학교를 떠난 뒤 아이들의 운명이 사실상 '가정'의 경제적·정서적 지원 여부에 좌우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처음부터 이 같은 가정의 뒷받침을 기대할 수 없는 아이들은 이중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 '홀로 풀 수 없는 문제'…두 번 우는 아이들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둔 호준이(가명·19)는 학교생활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기보다는, 다른 이유가 컸다.

    "집이 너무 어렵다보니 '나는 그렇게 살지 말아야겠다' 하고…."

    호준이는 어려운 집안형편과 그로 인한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그래서 직업을 구할 때도 "불법이든 합법이든 가리지 않고 돈 많이 벌 수 있는 일"을 찾았다고 했다.

    "제 힘으로 빨리 돈을 벌어서 저처럼 힘든 사람들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나선 호준이에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호준이가 안고 있던 문제들은 '학교 밖'이라고 해서 풀리지 않았다. 시행착오와 방황이 이어졌다.



    반면 승우(가명·18)에게 학교 밖은, 말 그대로 '적성과 흥미를 찾는 시간'이었다.

    "공부 말고 다른 거 해보려고 했어요. 만날 꼴등해서 혼나는데 졸업해서 뭐하나 생각도 들고…."

    승우는 가장 하고 싶었던 뮤지컬을 비롯해 몇 가지를 배우고 자격증도 준비했다고 했다. 올해 한 대학 시각디자인과에 들어갔다. "다른 건 다 해봤으니까 만족한다"고 했다.

    승우가 호준이와 가장 달랐던 점은 부모님을 비롯한 '어른들의 지지'였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낫다고… 잘 했어요 했어요 다."

    승우는 자신이 '남들과 다른 방식의 교육을 받은 것일 뿐'이라고 했다. "애들은 학교 가고 저는 하고 싶은 거 하고… 다시 돌아가도 자퇴할 거 같아요."



    호준이는 "돌아간다면 돈에 집착하기보다는 학업에 집중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부모의 경제력을 비롯한 '가정환경'이 아이들의 학업중단 양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1년간 학교를 떠난 고교생 10명 중 5명은 이른바 '부적응 학생'인데, 그 다음으로 많은 3~4명은 해외출국이나 유학, 조기진학 등으로 스스로 학교를 떠난 경우다.

    그런데 같은 '부적응 학생'조차도, 이후의 생활에는 차이가 크다. '주변의 지지'를 받았는지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으로 꼽힌다.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편견, 미비한 지원체계 속에서 이 역할은 대부분 '가정'에 맡겨지는 실정이다.

    대전지역 한 민간 대안교육기관 관계자는 "부모가 정보를 접하거나 적극적으로 찾아서 아이를 데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학교 밖 인프라 자체도 취약하지만, 그나마도 주위의 도움 없이 아이들 스스로 오기 쉽지 않고 일부 대안학교는 비용 때문에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적응 학생의 상당수가 '가정문제'를 안고 학교를 떠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들은 학교를 떠난 뒤에도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적절한 도움도 못 받으면서 더 큰 어려움에 처하는 상태가 된다고 지적한다.

    ◈ 학교 밖 '빈곤의 대물림'

    강호성 대전보호관찰소장은 학교를 떠난 뒤 보호관찰 처분까지 받게 되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고 했다. 상당수에게 '공통점'이 있기 때문.

    "80~90%가 생계 어려움이나 가정해체 위기에 놓인, 그러니까 가정이 근본 문제인 아이들인데 매번 가정으로 돌려보내지기만 하면서 문제가 반복되고 악화된 거죠."

    강 소장은 "가족이 지지 역할을 못하면 자원봉사자 등이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학교 밖 청소년 문제에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춘순 대전가정법원 판사 역시 "소년재판을 받게 된 소년들을 만나보면, 학교를 그만둘 무렵 '스스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었지만 주변의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했고, 도움을 구할 방법도 없거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RELNEWS:right}김계명 대전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은 "가정이 뒷받침되지 못한 아이들은 사회진출 역시 갖춰진 상태가 아니라 내몰려지다시피 해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능력에 맞는 직장을 갖지 못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들이 벗어나고 싶어 하던 그 '가정'의 빈곤과 불화를 대물림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지난 2012년 청소년들의 학교 밖 경로와 관련해, 양부모 가정에 경제수준이 높고 가족구성의 변화를 경험하지 않은 쪽일수록 '학업형'이, 반대일수록 '직업형'이나 '비행형'이 많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학교 밖에서 가장 필요한 도움 역시 각각 '진로상담'과 '일자리 소개'로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두는 단계에서부터 지역 사회복지와 연계해 위기의 배경이나 원인을 구체적으로 진단하고 그에 맞는 후견적 개입을 하는 '통합사례관리'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관계부처 간 장벽과 관심 부족으로 진전을 보이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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