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경위 유족이 14일 언론에 공개한 유서
청와대 문건 유출자로 지목됐다 자살한 최모 경위의 유서가 14일 유족들에 의해 공개됐다. 최 경위의 유서에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민정수석실)에서 제의가 들어왔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수사개입을 했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검찰 수사마저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구속전피의자심문에서도 최 경위는 비슷한 진술을 한 것을 알려졌다. 즉, 자신의 동료인 한모 경위에게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관이 '혐의를 인정하면 불입건해줄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고 판사에게 증언한 것이다.
죽음 직전까지도 이번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측 압력이 있었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는 거듭 "회유는 없었다"고 부인해 진실공방이 일고 있다.
이날 공개된 8장의 유서 중 청와대와 관련된 부분은 자신과 함께 문건 유출자로 지목된 한모 경위에 대한 당부 속에서 나온다.
최 경위는 한 경위에게 "너무 힘들어하지 마라. 나는 너를 이해한다"며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고 적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한 경위에게 무언가 '제의'를 했고, 그 제의에 한 경위가 흔들렸다는 것이다.
이어 "내가 이런 선택을 하게된 것은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회사차원의 문제이다"면서 "이제라도 우리 회사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이런 결정을 한다. 너무 힘들었고 이제 편안히 잠좀 자고 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은 '회사'로 칭한 경찰 정보 조직의 명예를 지키려는 것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죽기 직전에 작성된 이 유서에 따르면 청와대측이 사태가 벌어진 뒤에 한 경위를 접촉해 무언가 제안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청와대가 어떤 제안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표현되지 않았지만 자신도 그런 제안이 오면 흔들렸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최 경위의 표현대로라면 꽤 구체적이고 솔깃한 제안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유서가 공개된 이후에도 한 경위와의 접촉 자체를 부인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한 경위를 민정수석실의 그 어느 누구도 접촉한 사실이 없고, 따라서 제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민 대변인은 회유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한 경위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한 언론 보도를 보면 한 경위가 영장실질심사에서 '그런 일(청와대로부터 회유당한 일)이 없다'고 담당 판사에게 밝힌 것으로 돼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최 경위의 유서 내용을 강력하게 부인하면서 이미 죽은 사람과의 진실공방을 벌이는 셈이 됐다. 당사자인 한 경위가 진실을 알고 있지만 처지상 입장을 밝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