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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산업

    구실 못하는 전경련의 존재이유

     

    '깊은 시름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이순신 장군의 시조 한수가 요즈음 한 경제단체의 '깊은 시름'과 너무도 딱 들어맞는다.

    재계 맏형으로서의 위상을 자랑하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미 그 자리마저 대한상공회의소에 내주고 경제단체 리더로서의 책임마저 찾기 힘든지 오래돼 버렸다.

    전경련이 일부 재벌회장들의 친목모임 정도로까지 전락해버린 원인은 뭘까?

    정확한 원인진단이 있어야 확실한 처방이 따르는 법.

    부회장들 스스로가 외면해 회장단 회의마저 겨우겨우 숫자를 채워 아슬아슬하게 이어가는 상태에서 '한번 해보자'하고 달려드는 수장이 나올 리 없고 힘찬 동력이 나올 턱도 없다.

    회장 주재 하에 부회장들이 모이는 회장단 회의는 정학, 휴학에 장기결석, 병가. 거기에 아예 대놓고 땡땡이치는 3류 학교 교실을 보는 듯 해 씁쓸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장기입원중이고 최태원 SK 회장은 수감중, 김승연 한화 회장은 집행유예 상태.

    김준기 동부 회장은 회사가 경영위기에 휩싸였고 강덕수 STX · 현재현 동양 회장은 이미 전직 회장이 돼버렸다.

    한때 물망에 올랐던 조양호 한진 회장은 평창 동계 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박용만 두산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을 맡아 회의 참석불가다.

    구본무 LG 회장은 아예 전경련에 발길을 끊은 듯하고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학업에 뜻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연임 회장을 하겠다고 달려드는 여느 경제단체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전경련은 회장단에 들어가는 부회장의 자격요건마저 까다롭다.

    일단 30대그룹(지금은 50대그룹으로 확대)에 끼어야 하고, 가문에서 한명(삼성가인 삼성그룹과 CJ그룹에서 한 명만) 이런 식이다.

    이 같은 이유 말고도 예전같지 않은 전경련의 오늘은 이미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재벌회장들의 횡령 등으로 인한 사법처리에서부터 연말을 넘어 연초까지 '땅콩회항' 등 이어지는 숱한 이슈들에도 전경련은 그저 관객에 불과한 무력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대기업 위주 회원사의 외연을 넓혀 중견·벤처기업이나 서비스업·엔터테인먼트업으로 확장시키는 노력 끝에 100개 가까운 회원사를 늘렸다.

    하지만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전경련이 이처럼 회원사를 늘리는데 급급할 게 아니라 오히려 사법처리되거나 불명예스런 일을 저지른 회원사들을 퇴출시키는 데 더 무게를 둬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 자기 회원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경제단체 '바꿔' 불만 고조

    때마다 ‘국민을 위해서’를 운운하기보다 꼬박꼬박 회비를 내는 자기 회원사나 제대로 챙겨야 한다는 모 회장의 볼멘 소리가 오늘의 전경련 현주소를 그대로 대변한다.

    "이럴 바에는 외국의 자선재단처럼 바꿔버리는게 낫다"는 그 회장의 말에 공감하는 이가 안팎에 적지 않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현 허창수 회장의 3연임은 이제 10일 전경련 총회의 통과의례만 남았다.

    '대안부재, 인물난'의 푸념속에 3연임으로 밀어넣은 부회장들이 이제라도 허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확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조성호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경련이 시대적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재계 이익단체에 머문다면 더 이상 존재할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라며 '진정한 변화와 혁신'의 키워드를 던졌다.

    과거 정주영 회장이 10년 가까이 전경련 회장으로서 패기있고 저력있는 경제단체 맏형 모습을 보여줬던 때를 떠올리며 이제 한번 거듭나 보겠다는 최소한의 몸짓으로라도 분명한 존재이유를 보여줘야 한다.

    {RELNEWS:right}대한상의의 회장인 박용만 회장 취임이후 달라진 대한상의와 아예 합쳐서 '대한전경련'으로 만들어버리라는 냉소적인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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