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정표? 평범한 여성이라도 줬을까?
-내연관계가 오히려 청탁 가능했던 상황
-벤츠 여검사, 김영란법 적용했다면 유죄
-위헌소송? 시행 후 부작용 개선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서기호 (정의당 의원)
4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면서 김영란법 논의를 촉발시켰던 이른바 벤츠 여검사 사건. 대법원이 그 장본인인 이 모 전 검사에 대해 무죄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당시 검사였던 이 씨가 내연남으로부터 사건 관련 청탁을 받은 건 인정되지만, 그 청탁과 이 검사가 받은 금품 사이의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무죄판결의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만약 김영란법이 적용됐다면 어떤 판결을 받았을까요? 판사 출신의 국회의원이죠. 정의당의 서기호 의원을 연결합니다.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 서기호>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대법원이 벤츠 여검사 사건의 장본인인 이 모 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의 무죄판결 어떻게 보십니까?
◆ 서기호> 벤츠 여검사 사건에 대해서 무죄 판결이 선고가 됐는데요. 국민들이 참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죠. 벤츠라고 하는 굉장히 비싼 차, 그리고 청탁의 시점으로부터 4개월 전에 신용카드를 받아서 2000여 만원을 사용하기까지 했는데 그것을 사랑의 징표라고, 대가성 없다라고 할 수 있겠는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 박재홍> 실망스러운 판결이라는 말씀인데요.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그 벤츠 자동차는 사랑의 징표였고 청탁받은 시점도 두 사람이 내연관계를 가진 이후였다는 점도 무죄판결의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데 이 같은 판단에 그러면 오류가 있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 서기호> 네, 그렇습니다. 첫 번째로 사랑의 징표였다는 부분. 이것은 사랑의 징표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청탁의 대가라는 부분도 동시에 갖는 것이라는 겁니다. 이 검사가 검사의 지위가 없었다면, 그냥 평범한 여성이었다면 과연 어느 누가 5000만원에 가까운 벤츠 승용차와 신용카드를 줬겠느냐는 것이죠. 그리고 청탁하는 시점에 바로 뇌물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뇌물이라는 것은 장래에 청탁할 가능성이 있을 걸 대비해서 그 이전에 미리 줄 수도 있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청탁이 이루어졌던 때보다 더 전이었다라는 것만으로 무죄를 선고한 부분에 오류가 있다는 겁니다. 물론 벤츠만 보면 그럴 수는 있습니다. 벤츠를 2년 7개월 전에 제공했는데, 2년 7개월이나 지난 뒤에 청탁이 이루어졌으니까 좀 문제가 될 순 있겠죠. 대가성을 인정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보면 청탁이 이루어졌던 시점으로부터 4개월 전에 신용카드를 받았고, 그 신용카드로 2000여 만원을 사용을 했거든요. 청탁이 이루어지기 전 시점까지. 그러면 이 신용카드 부분은 청탁이 이루어진 시점과 시간적으로 굉장히 가깝습니다.
◇ 박재홍> 대가성이 인정되는데 있어서 시간의 영향이 있다는 건데요. 그러면 직접적인 청탁을 하기 전에 미리 뇌물을 줬어도 대가성을 인정했던, 그런 판례가 있었습니까?
◆ 서기호> 미리라는 시점이 하루 전이냐, 이틀 전이냐, 한달 전이냐에 따라서 다 다르지 않겠습니까? 일률적으로 딱 잘라서 말씀을 드릴 수 없지만, 적어도 이 사건에서 신용카드와 그 이후에 신용카드를 사용한 그 부분을 보면, 이것은 시간적 간극이 굉장히 가깝기 때문에 충분히 대가로 볼 수 있는 부분이고요. 그 다음에 벤츠로 연결해서 보면, 장래의 청탁 가능성을 제기해서 미리 볼 수 있다는 측면입니다. 더 쉽게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 볼 때 ‘검사의 지위가 없으면 그냥 줬겠냐’. 그야말로 사랑 징표라는 것은 사랑할 때는 순수하게 조건 없는 사랑이어야 되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이어야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것은 그렇게 순수한 사랑의 정표가 아니고, 어떤 대가성이 있다는 것이고요. 두 번째 내연관계라는 것을 근거로 삼았는데 이렇게 되면, 친분관계가 있다면 뇌물죄가 전혀 안 되는 불합리가 되는 겁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때, 모든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다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어느 정도의 친분은 있어야 하고, 그래야 받는 공무원도 부담없이 받을 수가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보통 변호사들이 판검사에게 뇌물을 제공할 때는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주지 않습니다. 평상시에 꾸준히 향응을 제공하거나 접대하거나, 그리고 용돈, 떡값이라고 하는 걸 줘가면서 친분관계를 유지해 가다가 나중에 청탁이 이루어지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내연관계라는 것 때문에 대가성이 없다, 이것은 오히려 반대가 성립 되야 한다는 겁니다.
◇ 박재홍> 네,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벤츠 여검사 사건이 설령 사랑이었어도 조건 있는 사랑이었다. 대가성이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아쉽다’ 이런 말씀이군요. 한편 김영란법 논의로 촉발한 것이 벤츠 여검사 사건이었는데요. 이 사건을 최근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에 적용한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요, 어떻습니까?
◆ 서기호> 김영란법은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을 인정하지 않고도 100만원 이상을 받으면 다 유죄판결이 선고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영란법이 좀 더 일찍 통과했더라면, 물론 이 사건을 통해서 김영란법이 촉발됐습니다마는, 김영란법이 적용된다면 당연히 이 부분은 유죄가 되는 것이죠.
◇ 박재홍> 지금까지 공소사실에 포함된 내용을 보면 벤츠 뿐만 아니라 전세아파트, 다이아몬드 반지, 모피코트, 핸드백 등이 있는데 합쳐서 한 5000만원이 넘거든요. 따라서 이런 것이 김영란법이 있었다면 처벌될 수 있었다는 말씀이네요.
◆ 서기호> 100만원 이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 없이도 입증이 없이도 유죄판결이 가능합니다.
◇ 박재홍> 그래서 김영란법이 더 주목을 받고 있고 더 필요한 것이다, 이런 의견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의원님?
◆ 서기호> 그렇습니다. 김영란법이 법사위로 넘어와 논란이 됐을 때 제가 공청회에서도 주장했던 부분인데요. 지금 뇌물죄라는 것은 직무관련성과 청탁의 대가성, 두 가지가 다 인정이 되거든요. 그런데 김영란법의 원래 안은 뭐였냐면요. 직무관련성은 최소한 인정되야 한다, 직무관련성은 최소한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다 이거였습니다. 그런데 이 직무관련성이라는 것도 애매한 개념이거든요. 이 조항을 그대로 두면 여전히 또 빠져나갈 구멍이 생깁니다. 그래서 정무위 원안에서 100만원 이상에 대해서는 직무관련성 없이도 받기만 하면 바로 유죄판결을 한다 이런 거고요. 100만원 이하에 대해서만 직무관련성을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죠.
◇ 박재홍> 그런데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을 두고 과잉입법 위헌논란이 거센 상황 아니겠습니까? 대한변협에서는 위헌 요소를 많이 지적하고 있는데요. 판사출신으로서 또 공감하신 부분이 있습니까?
◆ 서기호> 며칠 전에 김영란 대법관께서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기자회견을 하셨는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법사위에서 제가 심의할 때도, 이 부분은 위헌이 아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정무위 원안을 그대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을 했었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적용범위에 있어서 언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부분, 그리고 둘째로 부정청탁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점. 셋째로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신고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 침해한다, 이것이 바로 대한변협의 주장이 아니겠습니까?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 서기호> 첫 번째로 부정청탁 개념이 모호하다는 부분이요. 원래 원안에 그 부분이 있었는데요. 그래서 정무위에서 사례를 5가지인가 7가지인가로 해서 구체화 했고요. 그 다음에 신고하도록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고 있는데 이게 어떤 범죄를 신고하도록 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가족이 받는 것 자체가 범죄는 아닙니다. 그래서 가족이 받은 것을 신고하도록 한 것은 가족이 범죄를 신고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서 양심의 자유가 관련이 없다고 생각을 하고요. 가족이 받으면 사실상 본인이 받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신고를 하도록 의무조항을 둔 것이거든요.
◇ 박재홍> 네, 알겠습니다. 그러나 대한변협에서는 위헌소송을 제기했고 더 나아가서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해야 된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굳이 헌법소원까지 안 가도 되기 때문에 국회에서 재논의할 수 있다, 이런 입장 아닙니까? 의원님은 어떤 의견이세요?
◆ 서기호> 변협에서 국회 통과된 이후 이틀 만에 위헌 소송을 낸 것이 저는 약간 의문입니다. 과연 얼마나 정확하게 검토를 하고 내셨을까. 왜냐하면 법사위에서 일부 수정된 부분이 또 있었거든요. 그리고 변협이라고 하면 한국에 있는 모든 변호사들의 단체인데 변호사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수도 없고요. 그래서 너무 성급하게 위헌소송을 제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그 다음에 대통령께서도 이건 거부권을 행사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 박재홍>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에서도 재논의 혹은 수정 논의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 아니겠습니까? 의원님이 보시기에도 재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짧게 말씀해 주신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