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의원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정동영 전 상임고문이 30일, 국민모임 후보로 4·29 서울 관악을 선거 출마를 선언하자, 새누리당은 "철새 정치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야권분열에 내심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장관과 당의장(당대표)을 지냈고 대통령후보까지 지낸 분이 이제 또 지역구를 옮겨 재보선에 출마한다고 한다. 목적지 없는 영원한 철새 정치인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논평했다.
박대출 대변인 역시 "야권의 어떤 인물이 출마하고 말고 하는 문제에 우리가 연연할 이유가 없다"고 정동영 후보의 출마에 대해 평가절하했다.
공식반응은 이같이 냉랭하지만, 당 내부의 기대감은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이번 일은 우리에게 분명히 도움이 된다. 분열에 대한 반동으로 새정치연합 표가 결집할 수 있다고 해도, 표를 계산했을 때 그 결집의 한계를 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누리당(한나라당)은 관악을 지역구에서 16~19대 총선 때 기본적으로 득표율 33%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즉 33%의 고정표가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새정치연합(민주당)은 16대·18대 총선 때 46%선의 고정표를 유지하다 열린우리당·민주당으로 분당됐던 17대 총선 때엔 41%선(열린우리당)까지 주저앉았다.
즉 17대 총선 결과는 열린우리당 이해찬 후보가 41.11% 득표로 당선, 한나라당 김철수 후보가 33.32%로 2위, 민주당 유종필 후보가 13.38%로 3위였다.
이번 상황과 17대 총선 당시를 단순 비교할 때,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정동영 후보의 득표를 20% 미만으로 묶어둬야 승산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옛 통진당 세력 등 다른 야권의 득표력도 고민해야 한다.
이에 따라 관악을 선거에서 전기를 맞았지만, 여당 내에는 경계론도 만만찮다. 현 상황에 대한 야권의 위기감을 자꾸 자극해 막판 야권단일화 등 부정적 변수를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야권의 분열이나 후보난립으로 액면상 우리가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일희일비할 일만은 아닌 게 나중에 야권 후보단일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관악구 일대를 둘러본 김무성 대표도 이번 일과 관련해 "자기 소신을 가지고 출마하지만 나중에 후보를 단일화해 정체성을 달리하는, 그런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