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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 "세월호 아이들 건진다는 맘으로 그렸다"

사회 일반

    박재동 "세월호 아이들 건진다는 맘으로 그렸다"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박재동 (화백)

    요즘 SNS에서는 매일 오후 4시 16분에 휴대폰 알람을 맞춘다는 글들이 종종 눈에 띕니다. 1년 전 오늘,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알람이라고 하는데요. 2014년 4월 16일, 여러분은 이날을 어떻게 기억하고 계십니까? 오늘 방송에서 마지막으로 만나볼 분은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붓과 펜을 손에 쥔 화가입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얼굴을 캐리커처로 꾸준히 그려온 박재동 화백인데요. 이분에게 세월호 참사, 그리고 지난 1년의 한국 사회는 어떤 얼굴이었을까요? 시사만화가 박재동 씨를 지금부터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박재동> 안녕하세요.

    ◇ 박재홍> 반갑습니다.

    ◆ 박재동> 네, 반갑습니다.

    ◇ 박재홍> 4월 16일, 오늘 아침 화백님은 어떤 마음이실까요?

    ◆ 박재동> 벌써 또 이렇게 1년이 되는구나. 길다면 정말 긴 한 해였죠. 너무도 긴 시간이었는데요. 또 1년이 이렇게 오는구나 싶습니다.

    ◇ 박재홍> 작년 4월 16일에 저도 방송국에서 뉴스를 전하면서 계속 안절부절 못했던 게 기억이 나는데요. 화백님은 당시 이날 어디서 소식을 들으셨어요?

    ◆ 박재동> 제가 그때 무슨 식사 자리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처음에는 놀랐다가, 또 괜찮다고 그러니까 괜찮나보다, 그랬고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이게 아닌 거에요. 아, 그때 이게 정말 현실인지, 꿈인지.. 정말 기가 막힌 시간이었죠.

    박재동 화백

     

    ◇ 박재홍> 그래서 화백님은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해서 붓을 드셨습니다.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학생들의 얼굴을 그리셨는데요. 지금까지 몇 명을 그리신 건가요?

    ◆ 박재동> 지금 제가 정확하게 세어보지 않았는데요. 한 150명에서 160명 정도 될 거예요.

    ◇ 박재홍> 그런데 뉴스만 봐도 눈물이 난다고 힘들어하는 분도 많았었거든요.

    ◆ 박재동> 그렇죠.

    ◇ 박재홍>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면서 그림을 그리신다는 게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어떠셨습니까?

    ◆ 박재동> 사실 처음에는 사진을 보는 것부터 힘들었어요. 시청 앞에 분향소가 있을 때 제가 못 갔어요. 아예 아이들 얼굴 사진으로 보는 것부터 힘들었는데요. 이걸 그리게 되니까 안 볼 수 없잖아요. 보면서도 또 자세히 봐야 하고요. 아이들의 표정 하나하나와 눈매. 또 헤어스타일도 정말 신경 썼더라고요. 이런 것을 하나하나 보면서 아이들의 꿈 이런 것들도요. 그리고 그리다 보면 정말 묘한 생각이 드는 게요. 아이들 하나하나 친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 박재홍> 친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요.

    ◆ 박재동> 친구처럼 친해지고 그러면서도 또 원통하고, 아깝고 이런 감정이 뒤섞였는데요. 이것이 몸이 죽었다고 무조건 다 죽는 게 아니다. 우리가 관심이 없어지면서 '저 사람 아니야' 이렇게 되면 그게 죽는 거잖아요. 몸은 있어도요.

    ◇ 박재홍> 그렇죠.

    ◆ 박재동> 그런데 몸은 없지만 우리가 그 아이들 하나하나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주고, 국민들이 그걸 알면 나름대로 또 다른 삶이 생긴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 아이들 하나하나 이렇게 손을 잡고 건지는 기분도 살짝 들었어요. 이런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약간 한쪽으로는 아프지만, 또 다른 한쪽으로는 약간 편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일이라도 할 수 있어서 참.. 이것도 내 복이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박재홍> 참 의미있는 작업이었네요. 그림을 받은 유가족들은 어떤 말씀을 하시던가요?

    ◆ 박재동> 가족들이 좋아하죠. 대부분 좋아하는데요. 왜 그러냐면 우선 아이를 기억하게 해줘서 좋고, 그림과 사진은 또 다르거든요. 그러니까 누구의 마음에 들어가서 사귀고, 또 다시 태어난 것이기 때문에 고마워하기도 하고요. 어떤 분은 사진을 목에 걸고 다니기도 해요. 집회 때요.

    ◇ 박재홍> 아이들의 사진을..

    ◆ 박재동> 네. 아이들 사진이요. 그런 거 보면 제가 아는 애인 거죠. 그런데 제 속을 통해서 나갔으니까 또 우리 아이 같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결국에는 그냥 유가족이 아니라 아는 애 엄마가 된 거예요. 그리고 우리 후배 만화가들도 많이 그리고 있어요. 제가 못다 한 그림을 그려가지고 또 같이 전시하고 있어요. 정말 고마운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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