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중 유일한 휴일인 지난 25일 정오쯤 ‘펑’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요동쳤다.
28일 네팔 카트만두시에서 만난 한국인들은 그날이 ‘악몽의 시작’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점심식사를 준비 중이던 40대 주부 방모씨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충격이었다. 처음에는 지진인 줄 뻔히 알면서도 심한 어지러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형광등이 깜빡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꺼졌고, 솥에서 팔팔 끊던 물이 갑자기 쏟아져 온 주방을 뒤덮었다.
침대 위에서 놀던 아이들은 사색이 됐고, 집 밖에서 날아든 날카로운 외마디 비명이 귓속을 파고들며 공포감이 키웠다.
어쩔줄 몰라 남편에게 전화를 걸자 “무조건 밖으로 뛰어 나가야 한다”는 다급한 말을 듣고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간신히 아이들을 챙겨 집 밖 공터로 뛰어나가자 많은 네팔인들은 신발조차 신지 못하고 나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방씨는 “특히 막내 아이가 ‘아빠는 괜찮냐’며 걱정했고 친구들 이름을 하나씩 말하며 안부를 묻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방씨 가족은 강진 발생 사흘이 지났지만 집 전체에 균열이 생겨 여전히 인근 학교에서 텐트 생활을 하고 있다.
현지 상하수도 사정이 좋지 않아 집집마다 옥상에 마련된 물탱크 역시 이번 강진으로 모두 부숴졌다. 안에 차 있던 물이 출렁이며 중심을 잡지 못해 떨어져 내린 충격으로 지붕과 건물 일부도 크게 파손됐다. 집안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접시와 유리컵 등 집기가 쏟아져 내려 집 안팎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쓰러진 담벼락 벽돌 파편이 골목 여기저기를 어지럽게 뒤덮었고, 일부 건물의 벽도 마치 포탄을 맞은 듯 구멍이 숭숭 뚫렸다.
네팔에서 1년 정도 살고 있는 이모(42)씨 부부는 아직도 지진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이씨는 “집 안에 있는데도 마치 배를 탄 것처럼 몸이 물에 뜬 상태에서 좌우로 휘청거리는 느낌이었다”며 “지진이 1분 넘게 지속됐는데 마치 1초 2초가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씨 가족도 식수가 끊기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텐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계속되는 여진으로 추가 붕괴가 우려되는 것은 물론 한인 사회에서 확인되지 않는 루머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공포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