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음(자료사진)
국세청 앞에선 을(乙)인 회계법인,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 한국전력 직원들이 '갑(甲)들'의 술값은 물론 성매매 비용까지 댔는데도 경찰은 뇌물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국세청과 감사원 직원들의 성매매 사건에 대한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수사결과에 대해, 경찰은 '벤츠 여검사 무죄 판결'을 근거로 '친절한' 설명을 곁들였다.
고급 승용차를 '사랑의 정표'로 보아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던 만큼 "기소해도 실익이 있겠냐"는 게 이번 수사를 맡은 서울 수서경찰서 관계자의 말이다.
"개인적 친분이 있었다"는 권력기관 직원들의 접대 해명 앞에 경찰은 "수사권 남용으로 이야기될 부분도 없지 않을까 고민했다"고도 덧붙였다.
30일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성매매 혐의로 입건된 서울지방국세청 A 과장과 모 세무서장 B 씨는 지난달 2일 저녁 강남구 역삼동의 한 한식집에서 유명 회계법인 임원들과 식사를 했다.
대학 동문 등의 사이로 얽힌 이들의 회동 이유는 해외 주재관으로 머무르다 지난해 말 돌아온 국세청 직원의 '귀국 환영회'.
네 사람의 밥값만 83만 3000원이었고, 이어진 술자리에서 국세청 직원들은 유흥업소 여종업원과 모텔로 자리를 옮겨 성매매를 한 혐의로 적발됐다.
2차 비용 420만 원은 회계법인 임원 2명이 법인카드로 나눠 결제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업무 추진비'가 아니라고 봤다.
이후 임원들이 회사 측에 이 비용을 청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도 의구심을 갖고, 벼르고 수사했다"고 강조한 경찰은 "그래도 뇌물로 보기엔 무리였다, 회계법인 임원 급여가 상상 못할 정도로 높더라"고 설명했다.
단속에 적발된 직후 국세청 소속임을 숨겼던 당사자들이 회계법인 임원들에게 귀띔했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휴대전화 통신기록만으로 이같은 의심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고 했다.
경찰이 통신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신청한 영장은 검찰 청구 단계에서 기간이 좁혀졌고, 네 사람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 역시 검찰의 반대로 청구조차 못했다는 게 경찰 측 입장이다.
성매매 비용을 낸 동석자가 회계법인 임원이라는 걸 경찰이 확인한 시점도 사건 발생 한 달 반이 지난 이번 달 23일쯤이었다.
대가성 입증을 못했다는 결론을 내린 경찰은 회계법인 임원들을 입건조차 못한 채 사건을 검찰로 넘길 예정이다.
역시 지난달 19일 역삼동의 한 요정에서 술을 마신 뒤 성매매를 한 혐의로 입건된 감사원 4급과 5급 직원들도 증거불충분으로 뇌물 혐의는 불기소 결정이 났다.
4~5년 전부터 사회 선후배 사이가 됐다는 감사원과 한전 직원 2명이 술값과 국악공연비로 낸 현금 180만 원도 이들은 "각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감사원 직원은 성매매 혐의 역시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여종업원들이 시인하면서 그나마 성매매 혐의는 확인할 수 있었다"고 안도했다.
감사원과 피감기관 사이 직무 관련성은 포괄적으로 인정될 수 있어도 대가성은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한 경찰은 "10만 원짜리 공진당은 어떤 대가가 있겠냐, 기관통보는 하려고 한다"고 했다.
감사원 직원 성매매 사건 역시 압수수색 단계 등에서 검찰의 영장 기각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성매매 행위에 대한 처벌 수준에 비해 휴대전화 압수로 인한 사생활 침해는 지나치다는 이유에서 번번이 기각됐다"는 설명을 내논 경찰이 그나마 영장이 발부된 4대의 휴대전화를 확보한 때는 이미 상당수의 기기가 교체된 뒤였다.
경찰 관계자는 "객관적 증거가 미비한 상황에서 입건을 하는 게 옳은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