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신임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상견례 겸 의사일정 합의를 위해 회동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여야가 어렵사리 합의한 공적연금 개혁안을 일명 '보험료 폭탄론'으로 저지한 정부가 5월 임시국회를 맞아 '신(新)무기'를 들고 나섰다. 청와대가 휴일인 10일 직접 거론하고 나선 이른바 '세금 폭탄론'이다.
하지만 '보험료 폭탄론'과 마찬가지로 극단적 상황을 전제로 한 수치만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야권 반발은 물론,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또다시 자초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성우 홍보수석은 휴일이던 이날 브리핑을 갖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할 경우 세금 폭탄이 향후 65년간 1702조원, 연평균 26조원"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부 정치권의 주장처럼 지금 국민연금 보험료를 1%만 올리더라도 미래 세대는 재앙에 가까운 부담을 지게 된다"며 "기금을 다 소진하게 되는 2060년부터는 보험료율을 25.3%까지 올려야 한다"고 야당을 겨냥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주장이 사실 새로운 건 아니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지난 3일 '보험료 폭탄론'을 내세울 때 공개한 통계 수치를 그대로 근거삼았기 때문이다. 다만 복지부는 불변가격을 2010년으로 놓고 2083년까지 추산한 반면, 청와대는 2015년을 불변가로 2080년까지 계산했다.
이에 따르면 2028년까지 소득대체율을 40%로 내리는 현행 방식을 유지할 경우 2015년부터 2080년까지의 급여 지출 규모는 모두 합쳐 1경 253조 4410억원.
반면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렸을 경우엔 1경 1955조 1870억원이어서 그 차액이 1701조 7450억원이며, 이 차액을 '65'로 나누면 연평균 26조원이란 게 청와대 논리다. 복지부가 추산한 1668조 8230억원보다는 3년치를 빼고도 33조원가량 많은 수치다.
하지만 이같은 추산은 현행 보험료율 9%를 그대로 유지했을 때를 전제로 한 것이다. 정부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상황을 가정으로 '세금 폭탄'을 거론한 셈이어서, 책임 방기 논란은 불가피하다.
소득대체율을 현행대로 유지한다 해도 2060년 기금 고갈은 피할 수 없으며, 때문에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건 정부 스스로도 그동안 강조해온 사실이기도 하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김연명 교수는 "소득대체율 인상과는 무관한 국민연금기금의 구조적 문제"라며 "2040년과 2060년 전후로 보험료율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또 "국민들에게 세금 부담을 지우지 않고 보험료율을 상향 조정해 소득대체율 50%를 달성하려면 내년에만 34조 5천억원, 국민연금 가입자 1인당 255만원의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고도 했다.
국가 주요 사업인 국민연금 문제에 세금을 전혀 투입하지 않겠다는 가정도 비현실적이지만, 수치 자체를 놓고도 과장 논란이 빚어졌다. 결국 청와대는 추산 근거를 묻는 기자들에게 "1인당 255만원을 1인당 209만원으로 정정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야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청와대가 뻥튀기 자료와 세금폭탄론을 꺼내들어 국민을 협박한다"며 "전형적인 공포 마케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청와대 주장은 소득대체율을 현행보다 0.25배 올리기 위해 보험료를 2.3배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수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