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돈나'의 한 장면(사진=준필름 제공)
"전 최선을 다했어요… 언제나."
그렇다. 그녀는 항상 최선을 다했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약육강식의 사회적 폭력 앞에서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생명을 품은 엄마로서 존엄을 지키고 책임을 외면하지 않으려 애썼다.
신수원 감독의 작품 '마돈나'(제작 준필름, 마돈나문화산업전문회사)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하려 애써 온 미나(권소현)의 삶 속으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그런 그녀 앞에는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서 "가만히 있으라"고 강요하는 잔인한 사회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무미건조한 삶을 살던 간호조무사 해림(서영희)은 VIP 병동에서 만난 재벌 2세 상우(김영민)에게서 "미나의 연고자를 찾아 장기기증 동의서에 사인을 받아오라"는 제안을 받는다.
미나는 어느 날 처참한 행색으로 VIP 병동에 실려 온 의문의 여인이다. 상우는 오직 재산을 지켜내기 위해 죽음의 문턱에 있는 아버지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는데, 그런 그가 미나의 생명을 담보로 해림에게 위험한 제안을 건넨 것이다.
고민 끝에 이를 받아들인 해림은 '마돈나'라는 별명을 지닌 미나의 과거를 알아보기 시작하고, 해림은 미나의 충격적인 삶의 궤적이 드러날수록 점점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며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이 영화는 미나의 삶을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계급과 성별 등 물리적인 차이에 따라 역할이 철저히 구분된 한국 사회의 민낯을 오롯이 드러낸다.
영화 '마돈나'의 한 장면(사진=준필름 제공)
극중 VIP병동은 그러한 사회의 축소판이다. 하루 입원비만 300만 원이 넘는 그곳에는 징역을 피해 장기 투숙 중인 장관이 있고, "VIP 병동에 있다고 지들도 VIP인 줄 안다"고 뒷소리를 듣는 간호사들이 있다.
현 체제의 최대 수혜자로서, 먹이사슬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 재벌 2세 상우다. 그는 말한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알아? 질문하는 거야!" 이 말은 미나가 화장품 공장에서 완제품에 스티커 붙이던 일을 하던 때, 중간 관리자로부터 들었던 "생각하지 마!"라는 말과도 겹쳐진다. 그리고 4·16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어른들의 말과도….
주인공 해림과 미나의 굴곡진 삶은 극 말미 결국 한 지점에서 만난다. 이는 그들의 삶이 특수한 상황에 처한 몇몇 사람들만 겪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통찰에 따르는 당연한 귀결점이다.
VIP 병동의 생활상과 교차 편집된 미나의 슬픈 과거는 한국 사회라는 공동체를 살아가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닥친 보편적인 위험 요소다. 태어날 때부터 예쁜 갈색 머리카락을 지녔던 여학생 미나의 순수함은 "내일 당장 검은 머리로 바꾸고 오라"는 교사의 체벌과 그로 인해 벌어진 사건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성인이 된 미나는 보험회사 텔레마케터, 화장품 공장 노동자로 일하는 동안, 사회적 약자로서 여성이 처해 있는 사회적 폭력 앞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 준 동료에게 "고마워. 내 이름 불러 줘서. 진짜 오랜만에 들어본다"고 말하며 울먹이는 미나, 갈수록 먹는 것과 옷차림에 집착해 기괴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에게 주입된 수많은 사회적 편견 앞에서 무너지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이다.
극중 나 아닌 타인의 삶에 공감한 대가로 얻는 것은 속죄와 구원이다. 해림과 미나는 결국 서로를 구원하면서 '우리'가 만들어낼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되살린다.
재벌 2세 상우가 자신에게 각을 세우는 해림의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난 자기 같은 눈을 갖게 될까봐 두렵거든." 이 말은 앞서 그가 내뱉은 "부자들이 돈을 왜 쉽게 벌까? 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