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자료사진
시중은행이 5~9%대 중금리 대출 시장에 적극 나서면서 카드사들의 수익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중금리 대출시장은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카드사들이 주 수익원으로 삼아온 시장인데 은행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카드사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관측이다.
◇ 우리·신한·기업 등 시중은행 5~9%대 대출 본격화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존 우량한 신용등급만을 대상으로 대출을 해오던 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차별화 전략으로 중금리 대출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RELNEWS:right}우리은행은 모바일은행 플랫폼 '위비뱅크(WiBee Bank)'를 선보이고, 중금리대 대출 상품인 '위비 모바일 대출'을 탑재했다. 우리은행이 SGI서울보증과 협약해 출시한 중금리 서민금융상품으로 주거래은행과 상관없이 이용 가능하다. 1~7등급이 이용가능하며 신용등급에 따라 5.95~9.75% 금리로 1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출시 10일 만에 336건, 13억 6400만 원어치가 집행됐다. 매일 1억원 가까이 승인액이 급증하고 있다는 게 우리은행 측의 설명이다.
신한은행도 중간 신용등급의 직장인 고객을 위한 신용대출인 'Speedup 새내기 직장인 대출'과 'Speedup 직장인 대출'을 선보였다. 주로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이용하는 중간 신용등급(5∼7등급)의 직장인이 신청할 수 있는 모바일 전용 중금리 대출상품이다. 재직 6개월 미만 직장인이 이용하는 'Speedup 새내기 직장인 대출'의 금리는 6.89%∼7.69%이고 재직 6개월 이상이 이용하는 'Speedup 직장인 대출'의 금리는 5.39%∼6.69%다.
IBK기업은행도 지난 18일 연중 24시간 가입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인 'i-원(ONE)뱅크'를 오픈하고 근로자생활안정자금대출,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예금담보대출 4개 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곧 중금리 대출 상품도 탑재한다는 계획이며, 현재 금리 수준, 대출한도 등을 내부 조율 중이다.
◇ 금융당국의 전폭적 지지금융당국 역시 은행권의 중금리 대출상품 활성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 2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시중은행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은행의 위비모바일대출과 신한은행의 스피드업 직장인 대출을 언급하며 은행들이 중금리 대출상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공급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중금리대출 상품과 저축은행이 있는 금융지주회사의 은행-저축은행간 연계한 상품에 대해 은행 혁신성 평가 등에서 인센티브를 주고 은행의 내부성과체계(KPI)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 카드사의 '고금리 현금장사' 시대 막 내리나
이런 은행권의 움직임에 신용카드 이용자들로부터 적게는 6% 많게는 20% 중후반대 금리로 수익을 챙겨오던 카드사들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그동안 편리함 때문에 다소 금리가 높더라도 카드사의 대출 서비스를 이용해 오던 소비자들이 은행이 내놓은 중금리 모바일 대출 상품으로 대거 이동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CBS노컷뉴스가 신용카드사들의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금리를 분석보니, 실제 신용카드사들이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챙기는 수수료는 최근 선보인 은행의 중금리 대출과 비교해 최대 3배까지 차이가 났다. 신용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와 리볼빙 금리는 수년째 20%대, 카드론은 10% 중후반 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은 최저 6.50~7.90%, 최고 23.28~27.90% 대다. 카드론 이자율은 최저 6.0~7.90%, 최고 22.90~27.50% 선이다.
카드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의 적용금리대를 살펴보니 현금서비스의 경우 18~28%, 카드론의 경우 16~20% 구간에서 가장 많은 분포를 보였다.
이 덕택에 카드사들은 대출에 따른 금리수익인 수입비율, 즉 실질적인 대출금리로 그동안 큰 이득을 챙겨왔다. 수입비율은 카드사가 현금서비스로 얻은 수익을 연평균 금리로 환산한 것이다. 이 수치가 22%이면 현금서비스로 100만 원을 빌려주고 22만 원의 이자를 받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가계의 소비 심리가 위축됨에 따라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어 카드사들의 수익구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존 은행의 상품이 금리가 주요 경쟁력이었다면 앞으로는 금리뿐만 아니라 편리함도 주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며 "카드사들의 수익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