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 구입 및 민간사찰 의혹과 관련해 반박 보도 자료를 배포하는 등 정면 대응을 하고 있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은 길어지고 있다.
해킹 정국에 대한 국정원의 대응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이례적이다.
이병호 국정원장이 지난 14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해킹 프로그램 구입사실과 구입목적에 대해 직접 해명하는가 하면, 19일에는 '국정원 직원 일동'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민간사찰 의혹을 적극 반박하기도 했다.
'국정원 직원 일동' 명의로 보도 자료가 나가기는 우리나라 정보기관 역사상 최초이다.
그러나 국정원의 잇따른 해명에도 의혹이 해소되기는 커녕 오히려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국정원은 자살한 국정원 직원이 삭제한 자료에 대해 100% 복구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으나 야당은 국정원에 유리한 자료만 공개할 것으로 불신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진상규명에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고 촉구하고 나선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처럼 의혹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침묵은 길어지고 있다.
해킹 프로그램 구입을 담당한 국정원 담당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폭로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의 자료 공개로 국정원의 민간사찰 의혹이 제기된 지 21일로 13일째이지만, 박 대통령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번 논란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침묵하는 데는 해킹 프로그램 구입 시점과 민간사찰 의혹이라는 사안의 파급력이 크기도 하지만, 이병호 국정원장의 적극적인 보고와 설명이 있어,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 여부에 대해 "아직은 이른 것 아니냐"며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국정원 내부적으로는 적어도 이번 의혹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정원이 민간 사찰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 자신있어 하고, 박 대통령도 이런 국정원에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