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기업 미쓰비시머티리얼이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징용과 관련해 미군 포로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기무라 히카루 미쓰비시머티리얼 상무 등 미쓰비시 대표단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유대인 인권단체 시몬비젠탈센터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인 제임스 머피(94) 씨를 만나 "2차 대전 당시 미국 징용 피해자 900여명은 미쓰비시 탄광 등 4곳에서 강제노역을 했고 그 과정은 혹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머피 씨를 비롯한 미국 전쟁포로들과 그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머피씨는 "지난 70년 동안 이 날을 기다렸다"며 "사과가 매우 진심 어리고 공손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이제 일본과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고 서로 더 잘 이해하고 더 깊은 우정을 나누며 더 단단한 결속을 다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쓰비시 대표단과 머피씨는 이날 사과와 용서의 뜻으로 악수를 했다.
머피 씨는 1940년대 태평양 전쟁에 참전했다 필리핀에서 일본군에게 붙잡혀 미쓰비시탄광 등에서 강제노역을 했다.
미쓰비시머티리얼의 전신인 미쓰비시 광산은 2차 대전 당시 일본 내 4곳의 광산을 운영했다. 이 광산 강제노역에 동원된 전쟁포로는 수천명에 달하고 미국인 전쟁포로는 500명 가량으로 추산됐다.
일본 대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진정성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일본 정부가 과거사 부정과 집단자위권 강행 처리 등으로 높아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무마하려는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다음달 종전 70주년 담화를 앞두고 우호적 분위기 조성을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 한국과 중국, 영국 등 다른 나라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사과나 언급은 없었다.
기무라 상무는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언급이 빠진데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사과 의향에 대해서는 "현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징용과 관련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의견을 밝히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해나갔다.
한편, 주미 일본 대사관은 이번 사과는 미쓰비시 측의 결단이며 일본 정부는 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