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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는 잊은 지 오래… '북적북적 응급실' 여전

보건/의료

    메르스는 잊은 지 오래… '북적북적 응급실' 여전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지난 주말 취재진이 찾은 서울의 A병원 응급실.

    응급실 앞에 대기 중인 보안요원은 휴대전화만 쳐다볼 뿐이고, 취재진이 응급실 정문과 내부 자동문을 통과해도 누구 하나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른 병문안객들도 별다른 통제를 받지 않기는 마찬가지여서, 응급실 침대 사이 곳곳을 자유롭게 누볐다.

    병상 침대와 침대 사이에는 칸막이 없이 커튼만 쳐있었고, 그나마도 분주히 오가는 의료진이나 보호자가 이를 수시로 열었다 닫곤 했다.

    병실을 배정받지 못해 장시간 응급실에 '대기'하는 환자들이 병상을 가득 메운 것과, 복도의 간이 침대를 전전하는 것도 모두 익숙한 모습 그대로였다.

    이 병원 응급실에는 환자 1명당 1명의 보호자만 들어올 수 있지만, 서너명의 보호자나 병문안객이 수시로 환자 병상을 방문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신종플루, 사스 때도 마찬가지…금방 원래대로"

    황교안 총리가 28일, 첫 환자가 발생한 지 69일만에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지만 메르스 확산의 한 원인으로 꼽혔던 낙후된 응급실 문화는 여전하다.

    메르스 진원지였던 삼성서울병원이 응급실 내 분리용 격벽을 세우는 등 그나마 대형병원들은 개선에 나섰지만 중소형 병원들은 감염 관리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A병원 원무과 직원 김모 씨는 "메르스 사태 때엔 '의료쇼핑' 환자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면서도 "큰 의료 사건이 날 때마다 보이는 단기적 현상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종플루, 사스(SARS)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금방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게 그의 말이다.

    B시립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 김모 씨도 "한동안 소아 환자는 아예 발길을 끊을 만큼 경증 환자가 많이 줄었지만, 지금은 응급실에 올 필요가 없는 환자들이 다시 늘어났다"며 "감염 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달라진 게 없는데 경계심이 많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C병원 의사 김모 씨 역시 "보호자는 환자 1명당 1명씩만 응급실에 들어가도록 출입증까지 나눠주지만, 통제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며 "보안요원까지 나서도 반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답했다.

    응급실 병상 침대 사이에는 칸막이 없이 커튼만 쳐진데다 모두 걷어올려져 환자 간 격리가 잘 되지 않고 있다.

     

    ◇ 보건당국 "응급실 개선" 약속, 한 달 째 제자리걸음

    이러한 실태를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슬그머니 힘을 잃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초부터 감염병환자와 일반환자에 대한 진료가 분리되도록 병실구조를 변경하는 등 '의료관련감염 예방 및 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거듭 공언했지만 구체적 대책은 찾아지지 않는 것.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제도 개선)준비는 하고 있는데 아직 확정된 일정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계속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다음주에도 관련 일정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난감해했다.{RELNEWS:right}

    전문가들은 병원 감염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 의료체계의 뿌리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보건의료단체노조 유지현 위원장은 "정부가 나서서 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며 "국민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일방적·개별적 조치를 내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간호인력이 부족하다보니 간병인·보호자가 응급실에도 상주할 수밖에 없다"며 "포괄간호서비스를 확충하고, 수도권·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개선해야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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