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가 이명박 정부 시절 대대적인 해외 자원개발에 나서면서 생산 여부가 매우 불투명한 '추정매장량'이나 '가능 매장량'까지 매장량으로 인정해주는 자체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국제시장에서 스스로 봉 노릇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싼 가격에 인수하고도 '깡통 광구'가 속출한 것은 필연적인 결과였던 셈이다.
16일 CBS노컷뉴스가 새정치민주연합 전정희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석유개발사업 투자기준 및 절차'(2007년 11월 작성)라는 석유공사 내부 문건을 보면, 개발 생산 광구에 대한 매장량을 산출할때 확인매장량(P1)과 추정매장량(P2)을 100% 인정하고, 가능매장량(P3)은 전략적으로 선택에 따라 추가로 인정할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기준은 국제표준과 한참 거리가 먼 것으로, 매장량을 크게 부풀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제표준은 기술적 검토를 거친 확인매장량에 대해서도 90%만 인정하고 있다. 이는 개발과정에서 발생할수 있는 손실 등을 감안한 것이다.
또 석유공사가 100% 인정한 추정매장량은 50%만 인정하고 있다.
추정매장량은 실제 거래가 이뤄질 때에는 불확실성이 높아 실제 인정받은 비율은 이보다 훨씬 낮다. 이철우 충북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추정매장량은 변수가 워낙 많아 매매과정에서는 거의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석유공사가 선택적으로 추가로 인정할수 있도록 한 가능매장량은 국제표준에서는 전혀 인정하지 않은 부분이다.
이런 식으로 매장량을 산출하는 기준이 느슨하다보니 단순히 산출적으로 따져도 석유공사는 1.5~2배 비싸게 광구를 살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석유공사의 기준에 대해 "아직 익지 않은 과일을 제값주고 미리 사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덜 익은 과일은 병충 피해를 입거나 낙과가 될수 있는 '위험'이 있지만 이를 무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캐나다 에너지업체인 하베스트는 매장량이 크게 부풀려져 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국제표준을 기준으로 했을때는 16억6,700만 달러지만, 석유공사는 이를 29억2,400만 달러로 가격을 쳐줬다.
미국의 앵커 해상광구도 국제 표준으로 할 경우보다 2억7,700만 달러 과다 평가했다. {RELNEWS:right}
이런 식으로 하다보니 메릴린치 등 자문사와 국제 에너지업체는 너도나도 석유공사를 '봉'으로 여기고 쉽게 수익을 내는 상황이 연출됐다.
하베스트사가 홍보자료에 석유공사에 대해 "든든한 재정 지원을 해주는 모회사"라고 소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지적이다.
석유공사는 '알짜 회사'라고 자랑한 하베스트에 결국 약 1조원 규모의 지급보증과 1천700억원 상당의 단기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전정희 의원은 "석유공사가 엉터리 투자기준을 만들었다는 것은 어떤 매물이든 무조건 사들이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국민의 혈세로 사업을 하면서 손해보는 기준을 정했다는 것 자체가 배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