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시도가 최근 부쩍 강화되고 있다. 교육현장의 압도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과 교육부가 '교육개혁'이란 구호 아래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교육개혁'을 언급하며 교육감 직선제 폐지와 함께 국정역사교과서를 역설했다. 그는 "역사를 통해 미래를 만들어가는 의미에서 자학의 역사관, 부정의 역사관은 절대 피해야 한다"면서 "학생들이 편향된 역사관에 따른 교육으로 혼란을 겪지 않도록 철저하게 사실에 입각하고 중립적인 시각을 갖춘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발언은 이번 뿐이 아니다. 2013년 교학사 교과서 사태 당시에는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승리로 종식시켜야 한다"고 말했고, 최근에는 지난 7월 말 로스엔젤레스 방문 이래 4차례에 걸쳐 "좌파세력이 준동하며 어린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역사관을 심어주고 있다"는 등 역사교과서 문제를 공개석상에서 언급했다.
정부여당은 이미 지난 7월 22일 열린 고위당정청 회동에서 한국사 국정교과서 문제를 비밀리에 다뤄 교감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7월22일 노컷뉴스 참조) 따라서 김무성 대표의 일련의 발언은 이달 말로 예정된 '2015 개정 교육과정 고시'를 앞두고 국정교과서 문제를 강행하려는 전조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한국사를 국정교과서로 만들려는 시도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적절치 않다.
첫째, 과거로 회귀하는 시대착오적 조치다. 해방이후 검인정체제를 유지하던 한국사 교과서는 유신 때인 1974년 주체적 민족사관 확립을 이유로 국정체제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참여정부 때인 2007년 비로소 검인정 체제로 전환된 것이다. 다시 유신때로 돌아가자는 말인가?
둘째, 의도가 불순하다. 김무성 대표가 국정교과서가 필요하다며 내놓은 이유 중에는 '좌파세력의 준동', '좌파와의 역사전쟁에서 승리'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교과서 문제는 학문이나 교육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데 정략적인 냄새가 진동한다.
셋째, 헌법재판소의 결정문 취지에도 어긋난다. 헌재는 지난 1992년 11월 교과서 발행체제와 관련해 "국정제도가 바람직한 제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헌재는 "국정제도는 국가가 교과서를 독점하는 체제이니만큼 검인정 제도보다도 훨씬 발행방법이 폐쇄적"이라고 강조했다.
넷째, 국제적으로도 선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유례가 없다. 북한과 러시아, 베트남 등 극히 일부 국가 뿐이다. OECD국가인 우리로서는 국가위신의 추락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섯째,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가 달라질 수 있다. 국론분열의 불씨가 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과거 박정희 정권은 전두환 정권에 의해 부정당했고, 전두환 정권은 문민정부에서 부정됐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시도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보수정권의 장기집권전략 차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친일, 독재'라는 역사적, 도덕적 약점을 지우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인 만큼 정권의 입맛에 따라 휘둘려서는 결코 안된다. 역사교육을 국가가 획일적으로 담당하는 것은 관점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는 역사학 고유의 특성에도 맞지 않다. 새누리당과 교육부는 시대착오적인 국정교과서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