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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일반

    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의 4대강?

    [변상욱의 기자수첩]

    고품격 뉴스, 그러나 거기서 한 걸음 더! CBS <김현정의 뉴스쇼=""> '변상욱의 기자수첩'에서 사회 현상들의 이면과 서로 얽힌 매듭을 변상욱 대기자가 풀어낸다. [편집자 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창조경제가 야당 의원들의 집중공격을 받았다.

    '창조경제는 없고 대통령 홍보 창조만 있다', '창조경제 개념 잡는 데 1년, 이벤트 하느라 1년, 펀드 조성하느라 1년 그렇게 3년 지났다' 이런 내용이었다.

    국회에서 나온 비판들을 간단히 정리해보자.

    1. 창조경제는 '스타트업 기업 육성'으로 우리 경제를 젊게 하는 건데 지금은 '대기업 투자'에 집중한다.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장 17명 중 11명이 지역 연고가 있는 대기업 퇴직자 출신이니 고령세대 자리 챙기기에 기여할 뿐 젊은 혁신가들에게 다가가지 못할 수도 있다.

    2. 3년간 21조 원을 창조경제에 쏟아 부었다. 모두 어디로 갔나? 펀드 조성도 목표에 미달하고 투자도 너무 적다. 센터 책임자인 센터장도 임명하지 않아 공석인데 대통령이 미리 와서 기념사진 찍고 간 곳도 있다.

    3. 센터 짓는 게 창조경제냐? 경제를 활성화시킨 정책 하나 정도는 나와야 하지 않나, 무슨 경제정책이 센터하나 짓고 끝나는가. 센터에 비싼 장비는 잔뜩 들여놨는데 뭘 만들어 내야 할 거 아닌가. 계약직 직원만 잔뜩 채용하면 업무에 연속성이 이뤄지겠나?

    정부의 해명은 다음과 같다.

    "7월 말에야 전국 혁신센터 설립이 마무리 돼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니 기다려 달라. 실적을 당장 내기보다 전체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업그레이드 시키는 게 목표다."

    혁신센터가 이제야 실적을 내놓기 시작했으니 기다려 달라는 건 맞다. 펀드가 조성됐다고 해서 성급히 투자지원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타당성과 경제성 검토를 거쳐 투자해야 하니 너무 성급하게 성과를 내놓으라 윽박지를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의 설명을 일면 납득하면서도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못 믿는 이유가 있다.

    국회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점을 몇 가지만 열거해 보자.

    정부와 여당의 정치적 편향과 강박관념이 창조경제에 개입되어선 안 된다. 여권은 미디어와 포털을 통제.장악하려 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살려 부가가치를 만들고 기존 산업과도 융합해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하는데 사회는 보수수구적으로 퇴행하며 보신과 눈치의 행동양식이 번지고 있다. 혁신과 창조의 가장 큰 장애이다. 콘텐츠와 개발을 맡은 사람들이 속박당하고 기술이 정치에 예속되어선 창조경제가 어려워진다.

    창조경제 깃발을 든 이후 벤처기업 수가 3만개를 훌쩍 넘었고 벤처캐피털 신규 기업투자도 1조 6500억 수준으로 늘었다. 문제는 지금 그 돈이 꼭 필요한 혁신 기업가에게 적절한 조건으로 신속히 배달되는가이다. 창조경제 예산의 상당부분은 혁신센터 짓는 데 쓰였다. 전국 곳곳에 부지를 마련해 센터 세우는 건 건설사업이다. 비싼 기계 사다가 진열하고 기념사진 찍는 건 사업이 아니고 이벤트다. 연봉 높은 고위직에 내 편 챙기기로 앉힌 구세대도 있을 수 있다. 차라리 지난 3년간 기존의 조직과 기구들을 재정비해 20조원을 혁신벤처창업에 풀었더라면 가시적 성과가 지금과 달랐을 수도 있다.

    스파크랩 글로벌 벤처스 조사에서 벤처 창업하기 좋은 도시를 조사해 서울시가 세계 5위에 등극한 적이 있다. 서울이 세계 5위까지 오른 데는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주창하며 '정부지원 및 정책환경'에서 90점을 받은 덕이다. 이렇게 정부의 정책의지는 90점인데 '법제도·정책인프라'에서의 점수는 50점이었다. 미국 여러 도시는 '법제도·정책인프라'에서 모두 100점 만점을 받았다. 창조경제를 강조하는 대통령 연설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한 눈에 보여주는 점수 차이다.

     

    ◇ 연설은 90점, 실천은 50점

    그 다음은 벤처기업에 돈을 지원할 펀드 문제. 2005년에 만든 모태펀드가 있다. 정부가 연간 1천억 원에서 1500억 원씩 지원해 왔다. 여기에 민간자본이 더해지면서 벤처펀드가 만들어진다. 현재 10조원이 넘는다고 추산된다. 그런데 2016년도 예산안을 보면 내년도 모태펀드 예산은 어디론가 없어졌다. 정부가 긴축한답시고 죄다 삭감해 버렸기 때문이다. 11년 동안 지원했으니 이제는 정부 지원 없이도 잘 굴러갈 거라고 믿는 모양이다. 모자란다고 해도 이제부터는 민간자본으로 메우라는 책임의 이양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 태도를 취하면 민간자본이 전처럼 적극 덤벼들지 않을 수도 있고, 아직도 정부 정책자금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 이를 민간 자본이 메우는 건 역부족이다. 일시에 전액 삭감이라는 건 부분별 예산 긴축에 맞춰 일방적으로 잘라 낸 행정편의주의일 수밖에 없다.

    ◇ 창조경제? 우리의 내일이 두렵다

    창조 경제는 무엇으로 이뤄지는가 다시 정리해 보자.

    유능한 인재가 많아야 하고, 그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외면당하지 않는 문화 즉 새로운 모험과 창의력을 중시하는 사회문화가 저변에 깔려있어야 한다. 작은 아이디어를 키우고 다른 아이디어와 묶어 줄 경험 많은 멘토들도 필요하고 자금도 제 때 지원되어야 한다. 새로운 분야의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킬 기술적 뒷받침, 기술인프라도 구비돼야 한다.

    이것들을 조성하고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지원이고 제도적 뒷받침이다. 그런데 대통령 연설은 100점 만점에 90점, 제도와 정책은 100점 만점에 50점이면 이걸 어찌 해석해야 할까? 이런 연유로 박근혜 정부가 끝나면 이 센터들이 남아 있을까 의구심도 떠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박물관도 기념관도 아니다. 전시성 홍보, 면피성 보고를 털어버리고 다시 점검해보라.

    이러다간 '창조경제'가 '박근혜 정부의 4대강'이 되어버리고 만다. 4대강 빚 갚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휘는데 창조경제 20조가 헛되이 흩어진다면…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의 내일이 무서워진다.

    성과를 내기도 전에 샴페인부터 터트린 것이라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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