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면서, 그동안 우익세력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변해온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서도 재평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직결된 5.16 군사쿠데타와 유신 독재, 친일 행위에 대해 정당화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교과서 개발을 맡은 국사편찬위원회 김정배 위원장은 12일 브리핑에서 "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의 초점은 근현대사 100년에 있다"며 국정 전환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과거 우리가 흔히 어려운 시기를 당했기 때문에 투쟁의 역사를 강조한 때가 있었지만, 역사는 투쟁의 역사를 기술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교과서는 투쟁일변도의 역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8.15 광복 이후 국가기틀을 마련해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하고 과학·문화·예술 모든 분야의 눈부신 발전을 달성한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공정하고 균형 있게 기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인식에는 현행 검정교과서에서 '민주화'에 비해 '산업화'가 불공정·불균형하게 기술돼있다는 불만이 깔려있음은 물론이다.
이에 따라 독립운동사와 민중항쟁사 같은 '투쟁의 역사'는 국정교과서에서 대폭 축소되고, 유신독재 시절 경제 발전에 대한 긍정적 서술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미 지난달말 확정 고시한 '2015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근현대사의 성취기준 비중을 50%에서 40%로 축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권 내부의 소극적 기류에도 '균형잡힌, 올바른 역사'를 강조하며 국정화를 주도한 까닭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012년 7월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하신 것"이라며 5.16 쿠데타를 옹호했다.
특히 정계 입문 이전인 지난 1989년 육영재단 이사장 시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5.16은 구국의 혁명이었다고 믿고 있다", "자주국방과 자립경제를 이루기 위해 아버지가 유신을 하신 것"이라며 자신의 사관을 명확히 드러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왜 그때 아버지가 유신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해 5.16과 마찬가지로 시대 상황은 얘기가 안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그동안 매도당하고 있던 유신과 5.16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킬 수 있어야, 그런 게 정치"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역사관은 부친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던 지난 1963년 육군대장 전역사를 통해 "5.16 군사혁명의 불가피성은 바로 우리가 직면했던 혁명 직전의 국가위기에서 인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이런 일관된 맥락에서 '아버지'가 1973년 도입했던 국정교과서를 42년이 지난 지금 '딸'이 다시 부활시킨 셈이다. 박 대통령의 '오랜 숙원'은 교과서 구분고시 행정예고가 끝나는 다음달 5일 현실로 굳어진다.
그 총대를 멘 황우여 부총리는 "역사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시키고자 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각종 사실 오류와 이념 편향을 바로잡기 위해 수정권고와 명령을 했지만, 일부 집필진들이 적법·정당한 수정명령을 거부하고 소송을 반복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