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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 속 치기 어린 저커버그의 위대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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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 네트워크' 속 치기 어린 저커버그의 위대한 성장

    페이스북 창업 과정 다룬 작품…영화평론가 오동진"영화, 너무 일찍 나와"

     

    놀랍고도 반가운 소식이 미국으로부터 날아왔다.

    페이스북을 창업해 세계 7대 부호에 오른 마크 저커버그(31)와 부인 프리실라 챈(30)이 지난 1일(현지시간) 득녀 소식을 전하면서 "페이스북 지분의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저커버그 부부가 내놓은 지분은 현 시가로 4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치면 약 52조 2720억 원에 달한다. 저커버그의 재산은 대략 468억 달러(약 54조 3628억원)로 추정되는데, 사실상 모든 재산을 기부하는 셈이다.

    부부는 딸 맥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너를 통해 우리는 네가 어떤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는지를 생각하게 됐다"며 "모든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네가 오늘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특히 "모든 생명은 동등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미래를 살아갈 세대들은 더더욱 그렇다고 우리는 믿는다"며 "우리 사회는 이미 여기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앞으로 이 세계에 올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투자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는 저커버그 부부의 철학이 담긴 편지를 읽으면서 사람들은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우리네 현실을 돌아볼 기회도 얻었으리라.

    그리고 어떤 이들은 영화 한 편을 떠올렸을 법도 하다.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창업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린 데이빗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2010)가 그것이다.

    소셜 네트워크의 내용과 메시지를 복기하고자 인터넷을 뒤지던 중 영화평론가 오동진 씨가 써 둔 이 영화의 리뷰(blog.naver.com/PostView.nhn?blogId=ohdjin11&logNo=70153390044)가 눈에 띄었다. 오 씨는 다음과 같이 글을 시작한다.

    "소셜 네트워크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첫 장면은 이 괴상한 하버드 천재가 보스톤 대학가의 한 주점에서 여자친구와 술을 마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참을 난해하고 지루한 얘기로 일관하던 저커버그는 시험 때문에 기숙사로 돌아가야 한다는 여자의 말에 지나가는 말처럼, 그래서 더 기분 나쁘게 들리는 말로 이렇게 얘기한다. '겨우 BU(보스톤 유니버시티) 시험가지고 뭘 그래?' 여자친구는 두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그에게 침만 안 뱉었지, 그와 비슷한 어조로 말한다. '이 역겨운 인간같으니라구. 너하고 나는 이제 끝이야.'"

    그는 이어 "저커버그의 모든 일에 있어서, 특히 페이스북을 만들고, 퍼뜨리고, SNS 가운데 최고의 인터넷 사이트가 되게 하는데 있어, 전적으로 동인이 됐던 것은 그가 그토록 경멸했던 한수 아래 대학에 다니는 여자친구의 존재였다"고 쓰고 있다.

    이어지는 내용도 흥미롭다.

    "저커버그는 옛 여친을 만나고 돌아온 그날 밤 친구들과 함께 페이스북을 미 전역의 대학에 확장시키는 문제에 대해 도모하게 된다. 마치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존재인가를 과거의 여자에게 보여주려는 듯이. 무시당할 바에 더 잘난 체 해주겠다는 듯이. 페이스북을 만든 취지가 일반사람들의 사회적 연결망을 구축해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저커버그에게 있어 그건 '개뿔'과도 같은 얘기다. 그는 순전히 자신을 차버린 여자에게 자기 나름의 접근방식을 찾던 중이었을 뿐이다."

    ◇ "사회 관계망 안에서 인류애, 철학을 얻고 동반 성장한 저커버그"

    (사진=페이스북 캡처)

     

    영화는 말미에 페이스북을 둘러싼 지분 싸움과 온갖 이권 다툼에 직면해 법적인 조정에 들어간 저커버그의 모습을 그리는 데 공을 들인다.

    이에 대해 오 씨는 "페이스북의 시작은 과연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고, 따라서 페이스북에 대한 소유는 어떻게 나누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영화는 그 어느 쪽 편도 들지 않으려는 척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킨(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 아론 소킨)은 살짝, 저커버그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음을 내비친다"고 전하고 있다.

    오 씨는 3일 CBS노컷뉴스에 "유명 미드 '뉴스룸'의 시나리오 작가로 유명한 아론 소킨이 소셜 네트워크의 시나리오를 쓸 당시 주목했던 점은 '천재' 저커버그의 이면에 있는 인간적 한계였다"며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2011)를 다룬 전기영화 '스티브 잡스'(2015·대니 보일 감독)나 '잡스'(2013·조슈아 마이클 스턴 감독)에서 잡스의 극단적 성향 같은 인간적인 약점을 드러낸 것처럼, 소셜 네트워크 역시 저커버그를 영웅시하지 않고 보통 사람으로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인물의 성공신화를 부각시키면 다큐멘터리가 되기 때문에 전기영화는 성장 과정에 주목하는 특징이 있다"며 "아론 소킨의 시나리오는 젊은 저커버그의 시행착오를 보다 정밀하고 면밀하게 담아냈다"고 평했다.

    "성공한 저커버그가 52조 원을 기부했다는 것은 그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현실에서 성장했다는 점을 보여 주는 사례"라는 것이 오 씨의 생각이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시작은 매우 미미했으나 결과는 창대했다".

    그는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든 건 인류와 사회에 공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개인적인 열망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페이스북이 사회적인 의미를 찾아가면서 저커버그 역시 그 관계망 안에서 인류애, 철학을 얻고 동반 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RELNEWS:right}이어 "저커버그가 딸에게 전하는 편지를 봐도 그의 관심은 거대담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기 보다는, 아이의 미래와 가족의 행복이라는 작은 관심이 확대된 형태로 다가온다"며 "그러한 점이 더욱 진실돼 보인다"고 강조했다.

    오 씨는 "저커버그에 관한 영화가 너무 일찍 나온 감이 있다"고 했다. "지금 저커버그의 성장까지 포함해 영화가 다시 만들어질 필요도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젊은 저커버그의 한 면만을 들여다 본 셈이 됐는데, 그가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와 대등한 자리에 오른 이후의 이야기가 영화로 다시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저커버그의 삶이 규격화되고 예측가능한 시스템인 페이스북처럼 나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를 다룬 전기영화는 앞으로 몇 차례는 더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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