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 (사진=윤창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국회를 겨냥해 ‘법안 처리’를 압박하는 가운데, 새누리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하라”고 촉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과의 노동,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에서 진전을 보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자 ‘의장 직권상정’이라는 손쉬운 출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 의장은 “여야 지도부의 합의 없이 직권상정은 불가하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 술 더 떠 “여당이 선거구 획정 협상에 당리(당의 이익)에 치우쳤다”고 타박하고 나서자, 여 지도부와 설전(舌戰)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무성·원유철 총력 압박...“쟁점 법안 직권상정 필요”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8일 정의화 의장을 겨냥해 “직권상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쟁점 법안에 대해 “국민은 분초를 다퉈서 빨리 통과되길 바라는 법들”이라며 “(정 의장이) 국민을 위한다면 (직권상정을) 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전날에 이어 이날도 노동 관련 5개법, ‘경제활성화’ 관련 2개법, 대(對)테러방지법 등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의 회동 직후 “대통령이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전하기도 했었다.
앞서 원유철 원내대표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국회의장실을 직접 찾아가 ‘직권상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9일 예정됐던 본회의가 무산되자, 10일부터 12월 임시국회를 단독 소집한 뒤 “법안 처리 시한을 달라”고 정 의장을 압박했다. 정 의장은 “국회의장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며 사실상 직권상정 요구를 일축했다.
지난 2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함께 국제의료법과 관광진흥법 등을 직권 상정했을 때는 여야 원내지도부의 합의가 전제됐었다. 당시 합의에서 노동 관련 법안은 ‘임시국회에서 처리’, 그밖의 쟁점 법안은 ‘여야가 합의 후 처리’로만 하기로 하고 시한을 못 박지 않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정의화, 우회적 '불쾌감' 표출...“與 선거구 협상서 당리당략에 치우쳐”이날 정 의장과 원 원내대표 등 간의 회동에서는 공전을 거듭 중인 여야의 선거구 획정 협상과 관련, 책임 소재를 놓고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원 원내대표가 먼저 “선거구 획정 협상 관련, 의장이 9일까지 하라고 해서 저희가 만났는데 그 협상도 결렬됐다”고 야당 탓을 했다.
하지만 정 의장은 이를 두둔하지 않고 “형님이라고 볼 수 있는 여당이 너무 당리(당의 이익)에 치우쳐 있는 것이 아니냐”며 오히려 여당 책임을 언급했다.
정 의장은 “12월15일(총선 예비후보 등록일)까지 할 수 있게 성찰하라”고 훈수를 뒀다.
선거구 획정 협상 과정에서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간 비율 문제에서 여당이 ‘비례대표 축소를 통한 지역구 늘리기’ 혹은 ‘현행 그대로’ 등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점을 꼬집은 발언이다.
야당은 비례대표를 줄이자는 주장에 대해 비례성 축소를 상쇄할 권역별 비례제 혹은 ‘균형의석제’ 등이 필요하다며 대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