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뒤끝작렬] 세월호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14일 오전 서울 명동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 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사고 당일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세월호 사고 1주기 즈음으로 기억합니다. 국민안전처로 통합된 해경의 한 고위간부와 점심을 같이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는 세월호 사고가 터진 이후 1년동안 사고 해역인 진도 팽목항에 머물며 시신 수습작업을 진두지휘했습니다.

시계확보도 되지 않는 어둡고 차가운 물속에서 로프 하나만을 의지해 시신을 찾아내 인양하는 작업이 쉬울 리 없습니다.

그래도 단 한 구의 시신이라도 더 찾아야 한다며, 그는 1년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강행군을 했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고단함을 묻어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에 대한 안쓰러움과 미안함은 거기까지였습니다.

세월호 사고의 책임문제가 거론되는 순간 그는 표정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세월호 사고를 객관적으로 바라봐야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객관적'이라는 의미는 더 이상 숨진 사람들에 대한 동정심과 분노로 이 사고를 보지 말고, 침착하게 사고 원인 등을 따져 봐야 한다는 것으로 들렸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평정심을 잃을 뻔 했습니다.

사고 이후 해경을 비롯한 관계 기관과 여당의 대응은 어땠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이 사고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세월호 유가족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봤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사고원인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그의 말대로 ‘객관적’으로 이뤄졌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8개월이 지난 지금. 세월호 청문회를 바라보며 똑같은 심정으로 돌아왔습니다.

청문회에서 당시 해경 123함장은 탈출지시를 하지 않았음에도 ‘윗선’의 지시에 따라 탈출지시를 했다고 거짓말을 했고, 그 거짓말을 누구의 지시에 따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습니다.

'내 책임이 아니고', '내 관할이 아니고', '기억이 나지 않는' 청문회였습니다.{RELNEWS:right}

세월호 사고 당시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다시 떠오릅니다.

기사를 쓰면서도 '어떻게 저런 일이… 어떻게 저런 일이…' 하며 장탄식을 내뱉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세월호 사고를 이념프레임으로 교묘히 바꿔놓은 전략은 성공했고, 사태가 그렇게 흐르지 않도록 막았어야 할 국회와 야당은 한심한 정치싸움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사흘간의 청문회에서 뭘 기대할 수 있을까요. 후속조치는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요.

그래도 해야 할 최선의 것은 해야 하는 걸까요.

세월호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1

1

전체 댓글 0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