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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드' 여론조사가 걱정스러운 이유

미군 사드 (사진=US Army Flicker.com)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의 한반도 배치 여부를 둘러싸고 '남남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한미 정부의 배치 논의 본격화에 맞선 중국의 공개적 반대와 양국간 외교적 마찰은 별도로 하고 말이다.

당장 사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에서는 국회의원을 비롯해 총선 예비후보, 단체장, 시민단체들까지 나서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는 사드의 핵심장치인 고출력 탐지 레이더(AN/TPY-2)의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걱정과 우려가 높다.

사드 배치 여부와 비용 부담, 후보지 결정 등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무엇보다 우리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 기준이 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또 충분한 검증을 거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은 경기도 평택, 대구, 경북 칠곡, 전북 군산 등이다.

그런데 최근 일부 언론들이 정부의 사드 정책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듯한 이른바 '안보 지상주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사드' 여론조사를 통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많은 국민들이 찬성한다"는 내용을 대서특필하는가 하면 후보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님비현상(NIMBY:Not In My Back Yard)'으로 몰아붙인다.

즉,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 개성공단 폐쇄로 이어진 한반도 위기상황을 설명하며 정부의 대북 강경노선을 적극 옹호하는 것이다.

공영방송 KBS와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는 14일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전체 응답자 1,013명 가운데 67.1%가 사드 배치에 찬성, 26.2%는 반대의견이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여론조사 설문항목의 '편향성'에 있다. 사드 관련 설문의 답항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한반도에 배치해야 한다 △중국 등의 강경 입장을 고려해 배치하지 말아야 한다 △모름/무응답으로 설계됐다.

즉, 사드 배치에 대해 명시적으로 '찬성'과 '반대' 입장을 묻는 설문형식이 아니었다. 가치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수식어구를 첨부해 사실상 '찬성'으로 몰아가는 의도적 설계인 셈이다.

중앙일보 15일 여론조사 관련 설문의 답항이 △매우 찬성 △어느 정도 찬성 △반대하는 편 △매우 반대 △모름/무응답으로 중립성을 띤 것과는 비교 된다.

언론은 건전한 여론을 형성하는 공론장(Public Sphere) 역할을 통해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민주주의 정착에 기여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언론사의 여론조사 스타일을 보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방법을 사용했더라도 결과는 각 언론사의 '성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경향이 크다.

여론조사의 편향성은 결과적으로 응답자의 지역, 계층, 연령, 지지정당, 이념성향까지 양분해 고착화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그렇다고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가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것도 아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지난해 11월 1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여론조사)를 의뢰한 언론사에서 간혹 예상치 않은 결과가 나와서 여당이나 혹은 현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가끔 보도가 안 되는 경우가 있더라"고 말해 파문을 낳은 바 있다.

여론조사가 여론조작으로 변질되면서 결국 언론의 신뢰도가 추락하는 것이다. 태생적으로 한계를 안고 있는 여론조사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가 아니다. 민심의 향배를 가늠해보는 프리즘일 뿐 정부 정책을 결정짓는 최종적 기준이 될 수 없다.

언론은 여론조사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오히려 부추기고 논란이 많은 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편들거나 민심의 흐름을 바꾸려 해서는 안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에 맞서 체제붕괴까지 언급하는 상황이고 보면 언론의 무게중심과 균형추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영국의 수상을 지낸 벤자민 디즈레일리(Benjamin Disraeli 1804~1881)는 여론조사와 같은 통계의 허구성을 갈파했다.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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