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황제' 펠레(75)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29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펠레는 이달 초 대리인을 통해 시카고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하고, 삼성전자가 작년 10월 뉴욕타임스에 초고선명 텔레비전 광고를 게재하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펠레 측과 광고 계약 협상을 벌이다가 결렬된 후 펠레와 닮은 모델을 자사 광고에 이용했다.
펠레 측은 "광고 문안에 펠레를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클로우즈업 된 흑인 중년 남성 모델의 얼굴이 펠레와 매우 닮았고, 작은 TV 화면 속 경기장면의 축구 선수가 펠레의 주특기인 바이시클 킥 또는 가위차기 동작을 하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초상권 가치를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시카고 선타임스는 소장을 인용해 "삼성은 펠레 효과를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며 "뉴욕타임스 광고가 나가기 2년 전부터 삼성 측과 펠레 측 사이에 협상이 진행됐으나, 마지막 순간 삼성이 발을 뺐다"고 전했다.
펠레 측은 "삼성은 어떤 형태의 펠레 정체성도 사용할 권리를 획득하지 않았다"며 상표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3천만 달러(약 350억 원)를 요구했다.
미 프로농구계(NBA)의 전설로 불리는 마이클 조던(52)은 2009년 시카고에 기반을 둔 미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 2곳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소송을 제기하고, 시카고 연방법원에서 6년에 걸친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작년 11월 고액의 손해배상 합의를 끌어낸 바 있다.
시카고 트리뷴은 조던의 소송을 대리했던 시카고 로펌 '쉬프 하딘'(Schiff Hardin) 소속 프레드 스펄링 변호사가 펠레 소송을 대리한다고 전했다.
브라질 출신의 펠레가 한국 기업 삼성의 뉴욕 신문 광고를 문제 삼아 시카고 로펌 변호사를 고용해, 시카고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형세다.
스펄링 변호사는 "펠레 정체성을 무단으로 사용한 데 대해 공정한 보상을 받고, 또다른 무단 사용을 방지하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99년 펠레를 '20세기 최고의 스포츠 스타'로 선정했다. 펠레가 프로 축구계에서 은퇴한 지 40년이 지났지만, 그가 세운 최다득점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았다.
선타임스는 "브라질 월드컵이 개최된 2014년 펠레의 광고 출연비는 2천500만 달러(약 290억 원)에 달했다"면서 "한 기업은 펠레의 바이시클 킥 이미지로 개당 1만9천 달러(약 2천200만 원)하는 시계를 팔았다"고 전했다.
이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하계 올림픽이 열리고, 유명 영화감독 론 하워드가 펠레 일대기를 영화로 제작·개봉하는 올해, 펠레 가치는 더 높게 책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