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태양의 후예' (사진= 제작사 NEW 제공)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극본 김은숙 김원석, 연출 이응복 백상훈)가 지난 14일 16부를 끝으로 종영했다. 방영 기간 내내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숱한 화제와 기록을 달성한 것도 사실이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드라마가 남긴 흔적은 많다.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부터 "~지 말입니다" 식의 군대식 '다나까' 말투 등 각종 유행어가 탄생했고, 여심을 흔든 배우 송중기 때문에 국내는 물론 중국까지 '송중기앓이'가 시작됐으며, 카페만 들어갔다 하면 나오는 노래가 드라마 주제곡 'You Are My Everything'(유 아 마이 에브리씽)'이 됐으니 말이다.
◇ 사전제작·시청률·한류 열풍 '성공적'
(사진= KBS 제공)
태양의 후예는 6개월간 총 130억 원을 투입한 100% 사전제작 드라마로 그리스 해외로케, 영화투자배급사 뉴(NEW)의 첫 번째 드라마 진출작, 국내 드라마 최초 한·중 동시방영 등 역대급 스케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여기에 송중기, 송혜교라는 화려한 배우 라인업에 스타 작가 김은숙의 만남 자체가 기대감을 높이기 충분했다.
하지만 드라마가 '사전제작물'이었기에 막연한 기대감 보다는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국내 드라마업계에서 사전제작물은 필패의 흑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월 베일을 벗은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었다.
빠른 전개와 빠져드는 '다나까'식 말투, 여기에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한 배우들의 연기가 맞물려 드라마는 매회 즐거움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만들었다.
드라마 인기는 곧 시청률로 나타났다. 첫 회부터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한 '태양의 후예'는 연이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 9회 만에 30%를 넘어서더니 마지막 회는 자체 최고시청률 38.8%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평일에 방송되는 미니시리즈가 30%를 돌파한 것은 지난 2012년 방송된 MBC '해를 품은 달' 이후 약 4년 만이다.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몰고 다닌 드라마는 방영 기간 내내 신드롬을 일으키며 국내외에서 이름값을 증명해냈다.
한국과 동시 방영한 중국에서도 '태양의 후예' 인기는 그야말로 선풍적이었다. 동영상 사이트인 아이치이를 통해 중국에서 동시 상영되고 있는 '태양의 후예'는 14일 현재 누적 뷰는 25억7천뷰를 기록 중이다.
인구수 13억인 중국에서 종영하지 않은 드라마의 조회수가 20억을 돌파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이번 작품으로 송중기는 김수현, 이민호를 물리치고 단숨에 최고 한류스타로 급부상했다.
태양의 후예는 현재까지 영국과 프랑스 등 30여개국에 판권을 판매했으며, 중국에서 리메이크 제작 여부를 확정 짓고, 협의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제작사는 드라마 OST 콘서트를 준비 중이며, 드라마 캐릭터를 활용한 MD사업도 진행 중이다.
◇ PPL 폭격, 비현실적 전개, 역사성 논란, '좀비' 같은 주인공
PPL 논란이 된 자동주행신 (사진= 영상캡처)
'역대급' 인기만큼이나 태양의 후예가 남긴 아쉬움도 크다. 드라마 초반부터 끝날 때까지 가장 많은 논란이 된 건 역시 PPL이었다.
방영 내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 PPL은 드라마 몰입감을 방해하는 건 물론 대놓고 '나 광고중'이라고 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쏟아지는 PPL 폭격 중에서 최악은 13회에서 나온 자동주행 키스신이 꼽힌다. 상용화되지도 않은 기술에 놀란 것도 잠시, 보는 사람을 더 불안하게 만든 키스신은 몰입감을 떨어뜨리고, 반복되는 자동주행 장면이 등장해 스토리를 위한 키스신이 아닌 PPL을 위해 끼워 넣은 키스신이라는 느낌이 강했다는 시청자 평이다.
이밖에 술을 먹다가 뜬금없이 피로회복을 위해 아몬드를 주워 먹었고, 아침 일찍부터 해장 데이트로 특정 브랜드 샌드위치를 먹었다. 이때 계산 역시 특정 휴대폰 결제 기능을 활용했다. 드라마 내내 카페는 한 브랜드만 애용했으며 특정 화장품과 액세서리는 여주인공 강모연의 '필수템'으로 등장해 시청자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특히 PPL장면은 후반부로 갈수록 드라마의 개연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생뚱맞게 등장해 아쉬움을 자아냈고, 시청자들은 방송 이후 '태양의 후예가 아니라 PPL의 노예인가' '잘된 드라마에 PPL 뿌리기'라는 반응을 보이며 PPL 노출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의 후예'는 PPL로 3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PPL참여 업체들은 상품의 매출이 폭등과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는 후문이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사진= 제작사 NEW 제공)
논란의 거리는 또 있다. 드라마를 보고 즐거워하는 이면에는 식민지 수탈과 전쟁의 상흔이 여전한 아시아 지역의 사회·문화적인 특수성에 뿌리를 둔 비판의 목소리도 등장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달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태양의 후예가 젊은이들에게 애국심을 고취하고 국가관을 확립하는 데에도 교육적인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 것을 두고 온라인이 들끓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아전인수' 식 해석이라는 것이다.
이에 한 누리꾼은 "태양의 후예 드라마를 봤다. 매우 완성도가 높고, 영상미도 대단한 드라마지만 스토리에서 뜬금없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면 갑자기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도록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을 유도하는 장면. 무언가 박근혜 정부의 행보와 일치한다.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태양의 후예 방영을 앞둔 베트남에서는 불거진 논란은 한국 사회의 맨얼굴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베트남 일간지 '뚜오이째'의 쩐꽝티 기자는 자신의 SNS에 태양의 후예 방영 소식을 언급하며 "누가 한국이나 중국의 방송에서 일본군을 찬양하는 드라마가 방영되는 것을 생각이나 하겠는가"라고 썼다. 이 글이 현지에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것.
한국과 중국이 과거 일본 제국주의가 저지른 만행에 치를 떨듯이,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한국군이 현지 양민들을 잔혹하게 학살했던 과거를 기억하는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반응이다.
배우 송중기 (사진=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제공)
비현실적 스토리 전개와 주인공의 불사조 같은 목숨 역시 드라마 몰입을 방해했다는 지적도 많다.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 법칙을 가진 과거 드라마도 아니고 주인공이 총을 맞으면 죽을 법도 한데. 드라마 속 주인공 유시진 대위는 몇 발의 총상을 입어도 기어코 살아난다.
심지어 지난 15회에서는 교전 중 총상으로 사망통지까지 받았는데 1년 후 멀쩡히 살아 돌아왔다. '그 어려운 걸 내가 해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주인공이 다시 살아와 반갑기는 하다만, 이쯤되니 시청자들 입장에서 어지간해서 죽지 않는 그를 두고 '불사조' '슈퍼 히어로' '좀비'라고 부를 정도다.
이밖에 첫 데이트를 앞두고 갑자기 상부의 명령으로 헬기를 타고 떠난 송중기를 두고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압박 부위가 잘못된 심폐소생술, 그리고 우르크 지진 당시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야외 개복수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인물의 등장 등은 비현실적 스토리 전개가 아쉽다는 반응이 들끓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