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한◯◯ 옹 (79세, 전북 김제 '제갈량')
고령의 어르신들에게 걸려오는 악마의 전화. 바로 보이스피싱이죠. 어르신들이 받았다 하면 많이 속아 넘어 가십니다. 그런데 지난 18일 전북 김제에서는 반전이 있었습니다. 70대 한 할아버님이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감쪽같이 연기를 해서 이 조직을 잡아버린 겁니다. 김제의 제갈량이 된 할아버지.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전북 김제에 사시는 한 할아버님 연결 되어 있습니다. 할아버님, 안녕하세요.
◆ 한◯◯ 옹>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금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 한◯◯ 옹> 지금 일흔 아홉입니다.
◇ 김현정> 일흔 아홉. 그러니까 처음에 어떻게 전화가 걸려온 겁니까?
◆ 한◯◯ 옹> 초등학교 후배 친구가 하나 있어요. 그런데 보이스피싱에 전화가 왔다고 하더라고요. 내용이 뭐냐고 그랬더니 통장 비밀번호가 다 빠져나가서 돈이 지금 다 새어나가게 생겨서 금융감독원에서 잡아놨다고, 못 나가게 해 놨으니까 빨리 돈을 빼서 빨리 치우라고 한다고 그런 전화가 왔어요.
◇ 김현정> 아 진짜 그렇게 해야하나 싶어서 한 할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하신거군요? 친구분이?
◆ 한◯◯ 옹>그렇죠. 그래서 차를 몰고 옷도 입은 대로 그냥 막 달려갔죠, 짧은 시간에. 5분이나 걸렸는가, 6분이나 걸렸는가. 갔더니 통화를 하고 있어요.
◇ 김현정> 아직도?
◆ 한◯◯ 옹> 네. 나보고 받아보라고 해.
◇ 김현정> 그래서 전화 받으니까 이게 딱 보이스피싱이구나 느낌이 확 오시던가요? 받으셨어요?
◆ 한◯◯ 옹> 그렇죠. 조선족 말인데 어감이 다르잖아요.
◇ 김현정> 다르죠.
◆ 한재 술 옹> 네. 중국 쪽에서 온 전화구나라는 걸 그걸 느꼈어요.
◇ 김현정> 직감적으로. 그래서 딱 듣자마자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냥 끊어버릴 게 아니라 이 범인들을 잡아야겠구나 결심을 하신 다음부터는 연기를 시작하셨다고요?
◆ 한◯◯ 옹> 그렇죠. 이걸 잘못해서 그냥 끊어버리면 놓치니까, 이것은 연극으로 잘해서 유도를 해서 잡지,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을 해서 그때부터 머리를 썼죠.
◇ 김현정> 어떻게 연기를 하셨어요?
◆ 한◯◯ 옹> 누구 되냐고 해서 친구 된다고 말하고. 말도 똑똑하게 않고. (웃음) 어떻게해야 그 돈이 안 빠져나가고 잘 관리를 할 수가 있냐고 물어보고 잘 얘기를 했죠.
◇ 김현정> 아주 순진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느낌으로 ‘어떻게 해야 됩니까.’ 이렇게 하셨어요?
◆ 한◯◯ 옹> 네. 그래야 안 놓치죠. (웃음)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그랬더니 그쪽에서 가르쳐줘요?
◆ 한◯◯ 옹> 그랬더니 '그러면 친구되는 분이 같이 협조를 해 주실래요?'라고 하길래 '관에서 우리를 도와준다는데 협조를 왜 않겠어요? 힘 닿는 데까지 할 테니까 말씀만 하시라'고 했어요.
◇ 김현정> 그랬더니 뭘 어떻게 시키던가요?
◆ 한◯◯ 옹> 그러면 돈을 빨리 빼가지고 집에다 갖다놔야 한다고 그래.
◇ 김현정> 통장에서 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으니까 그걸 막으려면 얼른 돈을 싹 찾아다가 집에다 넣으라고? 어디다 넣으라고 하던가요?
◆ 한◯◯ 옹> 냉장고 냉동실에다 넣으라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웃음)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 한◯◯ 옹> 전화를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안 끊고 그냥 그대로 가지고 있었는데, 녹음이 돼서 우리가 이야기하는 소리가 그쪽으로 새어나가잖아요.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김현정> 은행으로 돈을 찾으러 가는 척하는 거야 그거야 어려운 게 아닌데, 은행에 가서 은행원들에게 신고 해 달라고 이야기를 해야 될 텐데 어떻게 안 들키게 하셨어요?
◆ 한◯◯ 옹> 그쪽에서 '(은행 가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고 하길래, 한 20분 걸린다고 말했죠. 사실 한 15분이면 가거든요. (웃음) 이 5분 정도를 남겨놨어요. 그래서 빨리 달려가니까 충분히 그 시간 내에 도착할 수가 있었어요. 가면서 차에서 노랫소리를 좀 틀어놨어요. 잡음이 좀 생기면 그쪽이 잘 못 알아들을 거 아니에요.
◇ 김현정> 그렇죠.
◆ 한◯◯ 옹> 잡음이 나오게 노랫소리를 틀어놓고는 (계속 은행 가는 척 하고), 친구는 차에 있으라고 하고 녹음되는 그 스마트폰은 그 차에다 놓고 내가 맨몸으로 뛰어올라갔어요, 그 조합으로.
◇ 김현정> 그러니까 은행까지 가는데 20분이 걸린다고 얘기를 해놓고. 원래는 15분 걸리는데, 그래서 그 5분을 확보해서 전화기를 놓고 은행으로 달려가셨어요.
◆ 한◯◯ 옹> 네. (웃음)
◇ 김현정> 대단한 기지시네요.
◆ 한◯◯ 옹> 그래서 금융과장 한테, 내가 보이스 피싱에 걸려서 내가 예금 찾으려고 올 거니까, 평소에 하던 대로 하라고, 왜 일찍 찾아가려고 하느냐 평소에 거래를 하는대로 하라고 지시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올라가서 은행원들한테 연기 지시하고, 신고 해달라고 하고, 부리나케 차로 내려와서 전화기 들고 다시 연기 시작하신거에요?
◆ 한◯◯ 옹> 다시 연기를 해야죠. '통장 챙겨, 도장 챙겨.' 그래서 조합에 올라갔어요. 그러니까 그쪽에서도 다 들리죠. 통장 챙기고 도장 챙기는 게 들리죠.
◇ 김현정> 들리죠, 전화로.
◆ 한◯◯ 옹> 그랬더니, 집에 가서 전화를 하라고 하더라고요. 집에 갈 때는 경찰이 미리 와서 둘이 대기하고 있었어요.
◇ 김현정> 은행에서부터는 경찰이 동행을 해서 집까지 온 거예요?
◆ 한◯◯ 옹> 네.
◇ 김현정> 그래서 그 범인들이 어떻게 집까지 오게 됐어요?
◆ 한◯◯ 옹> (우리 집) 새 주소를 전부 물어보더라고요. 나중에 나도 궁금해서 어떻게 잡았냐고 경찰관한테 물어봤더니, 마루 밑창 열고 마루에 들어온 놈을 잡았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할아버님 두 분이 빈집으로 비워놓으라는 소리를 듣고 나간 사이에.
◆ 한◯◯ 옹> 맞아요. 맞아요.
◇ 김현정> 범인들이 들어온 거고?
◆ 한◯◯ 옹> 맞아요, 맞아요. (웃음)
◇ 김현정> 그걸 경찰들이 포위해서 잡은 거네요? 세상에. (웃음)
◆ 한◯◯ 옹> 그렇죠. 우리가 연극을 해서 문을 열어놓고 김제로 볼 일을 보러 간다 했단 말이야. 그리고 그 사람이 냉장고에다 돈을 넣으라고 했으니까 그 돈는 넣는 시늉을 다 했으니까. (웃음)
◇ 김현정> 참 대단하십니다. 아니, 예전에 무슨 형사 지망생이셨어요?
◆ 한◯◯ 옹> (웃음)
◇ 김현정> 오늘 방송 끝나고 경찰서 가서 감사장하고 신고포상금도 받으신다면서요? 포상금은 어디에 쓰실 생각이세요?
◆ 한◯◯ 옹> 포상금은, 주변에 있는 늙은이들하고 술 먹으면서 당하지 말라고 해야죠. (웃음)
◇ 김현정> 회포 푸시려고요?
◆ 한◯◯ 옹> 얼마나 줄런지는 모르죠. (웃음)
◇ 김현정> 많이 좀 줬으면 좋겠네요. 할아버님 참 너무 잘하셨고요.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 한◯◯ 옹>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화제 인터뷰 전북 김제시에 사시는 한 할아버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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