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전경 (사진=자료사진)
행정자치부가 서울시의회의 입법보조인력 채용이 편법 유급 개인보좌관 채용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광역의회 보좌인력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9명의 보좌인력을 가진 국회의원에 비해 막대한 예산을 심의하는 광역의원은 단 한 명의 보조인력도 둘 수 없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행자부, '입법보조인력은 편법 유급보좌관'…'채용 취소하라' 시정명령행정자치부는 서울시가 최근 공고를 낸 서울시의회 입법보조인력 채용 계획을 21일까지 취소할 것을 19일 시정명령했다.
행자부는 서울시가 자진 취소하지 않으면 지방자치법에 따라 직권으로 취소 또는 정지 조치를 할 예정이다.
행자부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을 채용해 입법보조인력으로 활용하려는 것이 지방의원의 편법 유급 개인보좌관을 채용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행자부는 지난 2월 채용한 입법보조인력 50명과 이번에 채용 공고한 40명을 합하면 90명의 입법보조인력이 서울시의회에 근무하게 된다고 밝혔다.
보조인력이 지원되는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 12명을 제외하면 서울시의원 1인당 1명꼴로 유급 보조인력을 두는 것과 같다고 행자부는 해석했다.
다른 광역의회도 의원 보조인력을 두고 있지만 서울시의회와 달리 다른 광역의회는 의원 1인당 보조인력이 1명꼴은 아니어서 서울시의회의 사례를 문제 삼았다고 밝혔다.
◇ 서울시의회 "입법보조인력은 개인 보좌관 아니다" 반발그러나 서울시의회는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행자부가 서울시 입법보조인력 채용 계획을 취소하라는 시정명령에 정면으로 반발했다.
서울시의회 박래학 의장은 "입법보조인력은 의회 상임위원회에 소속돼 상임위 업무 전반을 지원하는 인력으로 의원에게 소속돼 개별 의정활동을 돕는 보좌관과는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회는 행자부의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입법보조인력 채용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밝혀 행자부와 서울시의회의 갈등이 표면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행자부가 이번 채용 공고에 대해 직권 정지 조치를 하면 이에 따를 수 밖에 없지만 대법원에 소(訴)를 제기하는 등 정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 광역의회, 입법보조인력 활용 확대 추세광역의회가 입법보조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비단 서울시의회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경기도의회도 지난 2014년 입법조사관 11명을 채용한 데 이어 예산분석관 11명을 채용해 입법보조인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광주시의회는 의정활동 지원을 위해 시간선택제 공무원 13명을 지난 1일 채용했다.
전라남도의회도 지난해 2명을 선발한 데 이어 올해까지 일반임기제 공무원 5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 국회의원은 유급 보좌인력 9명인데 광역의원은 보조인력 '전무'광역의회가 편법 시비를 불러일으키면서까지 입법보조인력을 채용하려는 것은 집행부 견제와 감시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광역자치단체의 막대한 예산을 심의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한데, 전문적인 보조인력의 보좌를 받으면 예산 심의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서울시의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나라의 올해 세출예산은 약 386조원으로 국회의원 1인당 약 1조 2,866억 원의 예산을 심의하는데 의원마다 9명의 유급 보좌직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시의 올해 세출예산은 39조원으로 서울시의원 1인당 약 3,679억원의 예산을 심의하는데 시의원에게 배정된 보좌직원은 단 한 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이 9명의 유급 보좌인력을 두고 있는 반면 광역의원은 국회의원 못지 않은 예산을 심의하면서도 유급 보조인력을 두지 못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 '광역의원에게 보조인력 두게 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국회 계류 중
광역의원의 유급 보좌관제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방의원에게 유급 보조인력을 둘 수 있도록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지난해 발의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광역의원에게 정책지원전문인력을 둘 수 있도록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원회는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광역의원들의 집행부 견제 감시와 예산 심의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유급 보조인력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전남대 오재일 교수는 "지방행정이 갈수록 전문화 복잡화되는 상황에서 지방의원의 역량 강화와 지방예산에 대한 철저한 심의를 위해서는 광역의원의 의정활동을 보좌하는 보조인력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