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의원이 법원으로부터 의원직 상실형을 받고도 2주 동안이나 의원 행세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법원이 통보 절차를 규정한 법을 소홀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지난달 22일 여수 수산인회관 건축 과정에서 허위로 서류를 꾸며 공사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여수시 보조금을 편취한 혐의로 노순기 여수시의원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방자치법 제37조 2항을 보면 '지방의회 의원이 형사사건으로 공소가 제기되어 그 판결이 확정되면 각급 법원장은 지체 없이 해당 의장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노 의원에 대해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1주일 뒤 항소가 이뤄지지 않아 형이 확정됐지만 이를 여수시의회 의장에게 알리지 않았다.
법원이 통보 절차를 지키지 않는 동안 노 의원은 형 확정 다음날인 1일 의회에 의원 자격으로 출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여수시의회는 후반기 원 구성을 위한 상임위원장 투표를 진행했고 노 의원은 의원 신분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더욱이 노 의원은 기획행정위원장에 출마해 당선까지 됐다.
이 때문에 투표권이 없는 노 의원이 참여한 상임위원장 선거에 적법성 논란이 일어 재선거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 의원은 위원장에 당선된 뒤 의회 사무국으로부터 상임위원장 혜택 가운데 하나인 법인카드도 받아 보유 중에 있다.
이처럼 의원직 상실형을 받고도 의원 행세를 한 사례는 노 의원을 포함해 여수에서만 두 번째다.
여수시의회 A 의원은 1999년 10월 대법원에 의해 뇌물공여죄로 징역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이러한 사실을 여수시의회에 통보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A 의원은 8개월 동안이나 의회에서 버젓이 의정 활동을 하며 의정 활동비 890만 원을 받아갔다.
지방의원이 형사사건에 연루될 경우 법원의 통보가 없으면 동료 의원은 물론, 선관위 조차 그 내용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관련 법을 지키지 않은 법원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 전망이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지난 12일 전남CBS의 관련 보도가 나간 뒤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의원직 상실형 통보 절차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조치에 나섰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오늘 의원직 상실형 확정 사실을 의회에 통보할 계획이다. 항소 여부 확인에 소홀했던 것 같다"며 공식적인 해명은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