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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무너진 당신에게 위로를 보낼게요 '안녕 시모키타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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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이 무너진 당신에게 위로를 보낼게요 '안녕 시모키타자와'

    • 2016-07-15 19:10

    [김유정 기자의 감성여행] 책, 여행을 만나다 ① 요시모토 바나나 '안녕, 시모키타자와'

    안녕 시모키타자와의 주인공들이 간판만 봐도 안심이 됐다던 카레집 (사진=김유정 기자)

     

    예상치도 못했던 일들로 우리의 일상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우리는 수없이도 많이 경험하게 된다. 일상의 평화는 단 1초만에도 깨어질 수 있으며 1분 후에 일어날 일들도 예상하지 못한다는 것이 종종 두렵게만 느껴질 때가 있다.

    평소에는 고마운 줄도 모르던 공기 같았던 일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 다시금 지루할만큼 평화로운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아주 작게는 종이에 손가락 끝을 베이고 나서 느끼는 작은 불편함부터, 너무나 소중한 존재를 잃게 된 큰 상실까지.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안녕, 시모키타자와'는 일상이 무너진 이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좁은 골목 사이로 구제숍이나 아기자기 숍이 가득한 도쿄의 홍대 시모키타자와 (사진=김유정 기자)

     

    도쿄의 홍대거리라고 알려진 실제 지역인 시모키타자와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이 이야기는 주인공인 요시에와 엄마, 아빠 그리고 그의 주변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친구같이 다정했던 밴드 멤버인 아빠가 아무도 모르게 사귀었던 내연녀에게 살해당하고 (겉으론 동반자살) 남겨진 요시에와 엄마가 일상의 무너짐을 견뎌내는 이야기다. 아빠의 흔적이 가득한 메구로의 집을 놔두고 독립하겠다며 시모키타자와의 작은 방으로 이사한 요시에에게 엄마가 얹혀살면서 일어나는 사건들로 인해 위로 받는다.

    아빠를 잃은 직후 아무것도 입에 대지도 못했던 요시에와 엄마에게 시모키타자와에 있는 레리앙이라는 레스토랑에서 먹은 샐러드로 힘을 얻게 된다. 그 후 시모키타자와라는 공간에서 시모키타자와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안녕시모키타자와 책 (사진=민음사 홈페이지 캡처)

     

    그저 착실한 엄마라는 역할 말고는 자신의 행복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엄마가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다가가게 되고 요시에 역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게 된다.

    착실하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자신의 현재는 여전히 가혹하게만 느껴지고 힘들게만 느껴지는 이들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일상을 그리는 섬세한 문체가 위로를 해준다는 점도 이 책의 매력이지만 다 읽고 나면 요시에와 엄마가 위로를 받던 시모키타자와라는 곳으로 떠나고 싶게 되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배경지로 나오는 전통찻집 (사진=김유정 기자)

     

    엄마와 요시에가 위로를 받았던 요시에의 일터 레리앙, 엄마의 아르바이트 장소인 찻집, 술먹은 가우디가 지은 것 같다던 술집, 요시에가 멋지지만 빠질 수 없었던 신야씨를 만나던 커피집, 진정한 위로의 카레집 등 소설 속으로 빠져들어 나도 위로 받고 싶어진다.

    소설 속 모든 곳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면 믿겨지는가? 당장 시모키타자와로 떠나자.

    아쉽게도 소설 속의 이야기처럼 엄마가 '생명의 샐러드'라며 극찬했던 요시에의 일터인 레리앙 레스토랑은 사라졌다. 하지만 실망은 금물. 이제부터 시작이다.

    주인공 요시에가 마시던 카페오레를 마셔보자 (사진=김유정 기자)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손님이자 멋진 남자인 신야씨와 처음 대화를 하게 된 커피숍은 시모키타자와 역에서 내려 조금만 걷다보면 발견할 수 있다. 커피향이 이끄는 대로 걷다보면 가게 앞에 늘어서 있는 각종 카페 용품과 커피빈들을 볼 수 있게 된다. 요시에가 늘 시키던 카페오레를 시켜 한 모금 맛을 보니 깊은 커피맛과 부드러운 우유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다.

    커피 용품으로 가득찬 가게에 발 디딜틈도 없는 좁은 통로에서 커피를 시키고 있자니 이 곳에서 만난 그 두 사람이 대화를 안하고는 못 배겼으리라.

    엄마의 미심쩍은 옷은 전부 여기서 산거다 (사진=김유정 기자)

     

    유쾌하고 시끌벅적한 시모키타자와의 퓨어로드를 걷다보면 알록달록한 네온사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구제옷을 판매하는 옷가게가 보인다. 늘 세팅된 모습으로만 살던 엄마가 미심쩍은 가죽 트렌치 코트를 사던 곳이다. 문 앞에 걸려있는 옷들부터 이미 아무런 맥락이 없이 걸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많은 구제 옷 사이에서 내 취향을 발견해보자 (사진=김유정 기자)

     

    통일감과 카테고리 없이 어지럽게 걸려있는 옷들 사이로 열심히 찾아야 내 취향을 알 수 있는 이 곳에서 엄마는 그렇게 자신의 취향을 찾아갔나보다. 남이 보는 내가 아닌 내가 보는 나를 위해서.

    작은 거북이에게도 인사를 건네보자. (사진=김유정 기자)

     

    어릴 때부터 부유해 평생 일이라곤 해보지 않던 엄마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작은 거북이를 키우는 전통찻집은 시카고와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그 전통 찻집 이름이 일본어로 적혀있다해도 한 번에 찾을 수 있다. 입구에 작은 거북이가 담긴 세숫대야가 떡하니 놓여있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르바이트 중인 찻집에서 요시에가 시킨 다시마 유자차를 마시고 싶다면 겨울에 방문하자. 다시마 유자차는 겨울 전용 음료라고 한다.

    넘칠듯 끼얹은 카레는 달콤한 야채맛이 일품이다 (사진=김유정 기자)

     

    안녕 시모키타자와를 읽은 사람이라면 가장 기다리는 가게가 있을 것이다. 바로 카레집. 다시 짐을 챙기러 메구로의 본가에 갔다가 숨이 막혀버린 요시에와 엄마가 너무 쓸쓸하고 괴로운 마음을 너무 맛있는 카레로 위로 받기로 결정하고 가는 그 카레집. 간판만 보아도 안심이 된다던 그곳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달콤한 가지가 들어간 보기만 해도 기분이 풍성해지는 그 카레를 먹고 싶었다. 그 카레 한접시를 먹는다면 그들처럼 위로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전통찻집 바로 옆에 위치한 골목으로 들어가면 있는 카레집은 들어서자마자 요시모토바나나의 사진이 걸려있다.

    가게 벽면에는 요시모토 바나나와 주인 아저씨의 사진이 걸려있다. (사진=김유정 기자)

     

    일본에서는 안녕 시모키타자와의 배경지로 알려져 어느 잡지사에서 취재를 해간 모양이다. 주인아저씨와 요시모토 바나나가 나란히 서있는 사진을 보니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다.

    달콤한 가지가 들어가 절대 밥을 남길일이 없다던 카레집에서는 요시에와 엄마처럼 야채카레를 시킬 것을 권한다. 다양한 야채가 각자 내뿜는 달콤함이 조화를 이룬 카레는 그들이 말한 것 같이 밥을 절대 남길일이 없을만큼 맛있다.

    술취한 가우디가 만든것 같다던 작은 술집 (사진=김유정 기자)

     

    카레까지 한접시 비우고 났는데도 아직 시모키타자와를 떠나고 싶지 않다면 엄마가 술취한 가우디가 지은 것 같다던 술집으로 향하자. 샹그리아 한잔하며 위로의 시모키타자와를 느껴보자.

    일상이 예상치 못한 가혹한 일로 무너진 이가 있다면, 사라지지 않는 자신의 소중함을 일깨워줄 요시모토 바나나의 '안녕 시모키타자와'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시모키타자와로 가 카페오레도 마시고 카레도 먹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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