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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소녀상 지킴이', 땡볕에 눕지도 못하고 200일



사회 일반

    폭염 속 '소녀상 지킴이', 땡볕에 눕지도 못하고 200일

    관심 시들해졌으나 꿋꿋이 자리지켜…기상시간 등 생활수칙까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 평화의 소녀상과 소녀상을 지키는 대학생 윤준호(25) 씨 (사진=김광일 기자)

     

    대학생들이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겠다고 자처하며 농성을 시작한 지 어느덧 200일이 지났다.

    지난해 한·일 위안부합의에서 소녀상 이전이 논의되자 이때부터 노숙농성을 시작한 이들은 세간의 관심이 시들해진 뒤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장판이 '부글부글', 폭염주의보에도 꿋꿋한 청년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던 윤준호(25) 씨 (사진=김광일 기자)

     

    농성 203일째인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건너편 평화의소녀상은 윤준호(25) 씨가 홀로 지키고 있었다.

    30˚C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지며 폭염주의보까지 발효된 가운데 그는 정자세로 바로 앉아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을 맞았다.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난 윤 씨는 "밤 10시 전에는 눕지 않는 것이 저희끼리의 약속"이라며 "소녀상을 지키고 한일합의 폐기라는 목표를 걸고 싸우는 곳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윤 씨를 비롯해 농성장을 지키는 청년들은 이처럼 취침·기상시간, 소녀상과 주변 청소 등 생활수칙을 정해놓고서 이를 따르고 있다.

    장판이 부글부글 끓는 듯한 불볕더위가 이어졌으나, 이들은 전봇대 그림자를 따라 햇살을 피해가며 소녀상을 찾는 시민들에게 농성 취지 등을 설명하고 있다.

    윤 씨는 "소녀상에는 청산되지 않은 과거, 할머니들의 피해가 그대로 녹아있다"며 "대단한 일은 못 해도 그저 소녀상을 지키고 있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도대체 어느 나라 경찰인가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공사장(평화의 소녀상 농성장 맞은편) 앞에 배치된 경찰버스들 (사진=김광일 기자)

     

    뙤약볕에 꿋꿋이 농성을 이어가는 청년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다름 아닌 우리 경찰이다.

    농성장 앞 대기중인 경찰 버스 4대가 뿜어내는 배기가스와 터질 듯한 엔진소리는 그나마 버틸 만하지만, 채증 카메라로 감시를 당할 때면 무섭고 위축된다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지난 12일 경찰이 폴리스라인 구조물에 카메라를 끼워 농성장을 감시하다 항의를 받고 이를 빼낸 뒤부터는 청년들의 신경이 한껏 곤두서 있다.

    지난 12일 폴리스라인 구조물에 끼운 카메라를 농성단 쪽에 설치한 경찰 (사진=소녀상지킴이 대학생농성단 제공)

     

    윤 씨는 "경찰은 우릴 보호한다 말하지만 하루종일 누가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며 "도대체 어느 나라 경찰인 건지 물어보고 싶다"고 성토했다.

    이어 "왜 흙밖에 없는 공터(옛 일본대사관 공사장)를 버스 4대가 24시간 돌아가면서 지키고 있는 건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인 18일 오후 농성장을 지키던 채은샘(24·여) 씨는 "채증카메라는 폭력이 발생했을 때에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하는 게 아니냐"며 "카메라가 상시 돌아간다는 건 경찰이 우리를 범죄자로 규정한다는 걸 대놓고 드러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시민들의 물심양면 지원에, 다시 일어서는 청년들

    농성장 옆 공사장 가림막에 붙은 수백장의 응원 포스트잇 (사진=김광일 기자)

     

    이같은 어려움에도 이들이 힘을 내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건 지원물품을 보내주거나 성원을 보내주는 시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농성장 바로 옆 공사장 건설업체에서는 청년들에게 전기를 끌어다 쓸 수 있게 하고, 간이창고까지 제공했다.

    게다가 공사장 가림막에 시민들이 응원 메시지를 적어 붙인 수백개의 나비 모양의 포스트잇을 떼라는 경찰의 요구를 공사 관계자가 거부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청년들은 또 한번 힘을 얻게 됐다.

    윤 씨는 "화가 나게 하는 한쪽 벽(경찰)이 있는가 하면, 볼 때마다 응원이 되는 벽(공사장 펜스)이 있다"며 "아침에 출근하시면서 '시크'하게 김밥이나 식권을 툭 던져주시는 분들께도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농성단 대표 한연지(23·여) 씨는 "시민들의 물심양면 많은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6개월 넘는 농성을 이어올 수 있었다"며 "저희끼리만 농성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20일 오후 소녀상 앞에서는 아시아 여성인권단체 등이 참가한 가운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정기수요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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