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관 불허, 연출 취소 다반사
- 특히 대학 공연장 많아
- 블랙리스트보다 더 서글픈 것, 평범한 사람들이 대관금지등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것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0)
■ 방송일 : 2016년 10월 13일 (목) 오후 6시 3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탁현민 교수 (성공회대)
◇ 정관용> 문화예술의 블랙리스트. 지금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오늘 국감장에서 그런 문서 없다고 보고 받았다, 이렇게 존재를 부인했는데 이미 언론들은 구체적인 리스트를 제시하면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요. 그리고 그 리스트에 오른 당사자들이 나는 이러저러한 불이익을 당했다, 이런 증언들이 또 계속 나오고 있네요. 먼저 공연기획자죠. 성공회대 탁현민 교수 연결해 봅니다. 탁 교수님 나와 계시죠?
◆ 탁현민> 안녕하세요.
◇ 정관용> 탁 교수님은 왜 올라갔어요?
◆ 탁현민> 글쎄, 저는 아마 공식적으로는 문재인 지난 대선 후보를 지지했다라는 그 명단에 아마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이 리스트 때문인가 하고 의아해하던 그런 불이익을 당한 사례들이 있습니까?
◆ 탁현민> 제가 사실은 제가 하는 공연들이 대개는 좀 시사와 관련이 있거나 아니면 어떤 의도와 목적.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그쪽에서 생각하기에는, 상대편이 생각하기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거 아니냐라는 공연이 몇 개 있었는데요. 예를 들면 4대강 반대운동이라든지 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공연이라든지 이런 것도 있었는데 그 이후부터 제가 하려는 공연들이 꼭 그런 공연들이 아닌 일반 공연도 대관을 불허한다든가 혹은 제가 맡기로 했던 예술감독 혹은 연출의 일이 갑자기 바뀐다거나 혹은 이미 허가가 됐던 대관이 취소된다거나 이런 일들이 종종 있었죠.
◇ 정관용> 일반 공연이라면 어떤 걸 말하는 거예요? 예를 하나.
◆ 탁현민> 가수들의 콘서트죠. 일반적인 콘서트나 행사 같은 것들.
◇ 정관용>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가수도 아니고?
◆ 탁현민> 그쪽에서 봤을 때는 이른바 소셜테이너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그거야 뭐 그들이 생각하는 거고 일반적으로는 그냥 평범한 가수 활동을 하고 있는 가수들이었던 거죠.
◇ 정관용> 그리고 그 소셜테이너들도 공연 다 하잖아요.
◆ 탁현민>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 이유로.
◇ 정관용> 공연장 해서 그런데 탁현민 교수가 기획을 하면 대관이 안 된다?
◆ 탁현민> 대관이 안 되는 이유가 종종 있었죠. 또 저의 프로덕션 이름이 탁현민프로덕션이라 어떻게 이름을 숨기거나 이럴 방법도 별로 없어서 몇 차례 그런 일을 겪고 난 이후에 아예 기획을 하지 못하는 그러한 상황으로까지 가기도 했었습니다.
◇ 정관용> 그 대관을 불허하는 곳은 어디에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 공공 세종문화회관. 이런 식의 공공성이 있는 공간입니까? 그냥 일반 극장도 대관이 안 됩니까?
◆ 탁현민> 대한민국의 공연장은 한 세 곳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극장들이 있고요. 그다음에 대학이 갖고 있는 극장들이 있어요. 대학 안에 공연장이 많으니까 그리고 마지막이 일반 상업적인 공연장인데 사실 일반 상업적인 공연장은 숫자가 많지 않습니다. 공연 사옥으로 운영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앞에 두 개에 해당하는 것들인데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대개는 국가 내지는 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거나 감독하거나, 혹은 일정 정도의 지분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게 있는 극장들인데 대개 문제는 그런 데서 불거졌던 것 같아요.
◇ 정관용> 대학 공연장에서도 불허 당한 적이 있어요?
◆ 탁현민> 대학 공연장에서 많죠. 왜냐하면 저희 제가 하는 행사들이 대개 젊은층이나 2, 30대를 타깃으로 하는 공연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대학 내에 있는 공연장들을 많이 원했었는데 그쪽에서 많이 거절했었죠. 이유는 두 가지였어요. 제가 하는 공연이 정치적이다. 정치적인 공연인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는 연출자가 정치적인 인물인 것 같다. 이 두 가지 이유로 몇 차례 거절을 당했습니다.
◇ 정관용> 좀 항의도 해 보고 그러셨어요?
◆ 탁현민> 항의도 했죠. 이게 말이 되냐. 적극적이라는 게 무슨 의미냐. 그런데 이게 실무자들 입장에서는 저한테 구체적으로 지금 언급되고 있는 리스트가 있다, 없다. 이런 얘기를 하지는 못하죠. 그런데 다만 자기들이 어쩌겠느냐. 다 아시면서 왜 그러느냐. 이런 정도의 말들을 듣게 되죠.
◇ 정관용> 다 아시면서 왜 그러느냐, 그렇게 말을 해요?
◆ 탁현민> 제가 오히려 좀 놀란 적도 있어요.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블랙리스트를 만들 만한 사람들이다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는 해요. 그럴 만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진짜 서글픈 건 그것을 실행하는 보통 평범한 사람들이 거기에 대한 문제제기라든지, 혹은 그것에 대해서 소극적이라도 어떤 저항을 한다든지 이러지 못하고 그냥 묵묵히 자기 역할들을 수행하는 게 어쩌면 블랙리스트보다 훨씬 더 서글픈 일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정관용> 그렇다면 블랙리스트가 정말 정부뿐 아니라 지자체, 공연장 대관 담당자. 그쪽까지 아주 구석구석까지 다 전파돼서 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 탁현민> 제 개인적으로는 그런 심증이 있고요. 그게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예컨대 다소 진보적인 자치단체장이 있는 공연장들은 쉽게 허가가 났어요, 또. 그런데 그렇지 않은 지역의 공연장이라든지 대학이라든지 이런 곳에서는 지난 4년,혹은 5년 동안 제가 아마 거의 한 번도 공연을 하지 못했을 거예요.
◇ 정관용> 대학 내에 있는 공연장은 정부나 지자체가 직접 감독하거나 지분을 갖거나 그런 건 아닌데도 대학이 스스로 정부 눈치를 보는 건가요?
◆ 탁현민> 가장 문제되는 지적인데요. 대학이 언제부터인가 그 내용을 따지기 시작했어요. 그 내용이라든 것도 아까 말씀드렸듯이 정치적이라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데 정치적이라는 게 어떻게 해석되느냐에 따라서 너무 깊이가 다르잖아요. 그런데 아예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거죠. 조금이라도 화제가 된다거나 아주 상업적인 공연이 아니라거나 이러면 아예 대관을 불허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고요. 그다음에 대학 안에 있는 공연장이라도 해도 온전히 대학의 것이라고 하기 저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대학은 대개 정부라든지 그런 교육부라든지 지원을 받고 있으니까 그것이 비록 대학의 소유라고 하더라도 일정 부분 공공재의 성격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그리고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대학은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그렇죠?
◆ 탁현민> 그렇죠.
◇ 정관용> 사실은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는 공연 일수록 대학이 더 적극 유치해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니에요?
◆ 탁현민> 그렇죠. 저는 정치적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하고 정파적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이해가 갈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정파적 공연도, 행사도 다 허락해 주는 쪽으로 가야지 그것이 자기들이 봤을 때 어떤 정부에 반대하는 공연이어서 못하고 또 그 반대의 공연들은 실제로 공연들이 이루어졌어요. 이를테면 박정희 전 대통령 공연이라든지.
◇ 정관용> 그런 건 하고.
◆ 탁현민> 그런 건 또 다 허가가 되요. 그러니까 저 같은 기획자나 연출자 입장에서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꽤 오랫동안 벌어지고 있었던 거죠.
◇ 정관용> 조금 아까 언급하시면서 지난 4, 5년 동안 그러셨는데 그러면 이게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부터 아니면 이명박 정부 때부터 어떻게 보세요?
◆ 탁현민> 저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이미 시작된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개인적으로. 박근혜 정부 때 리스트라는 것이 만들어질 수는 있었지만 이미 어느 정도 이른바 정부나 정권이 생각하기에 반체제적이다 혹은 반 정부적인 단체의 활동이 이미 인지하고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 정관용> 이런 일을 몇 년에 걸쳐서 거듭 당하시면 스스로도 위축되시겠어요.
◆ 탁현민> 제 자신의 위축도 위축이지만 일단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니까 공연을 연출하는 사람이 공연장이 없으면 그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죠. 그런데 더 서글픈 건 오히려 사실은 저 같은 사람이나 얼마 전에 문제가 불거졌던 이윤택 연출가 같은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희는 학교라는 것도 있고 또 다른 걸 어떻게든 이른바 벌어먹고 살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