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승우.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출연 작품 중 기억에 남는 대사와 가사가 뭐냐"는 사회자 이건명의 질문에 배우 조승우는 즉석에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넘버를 무반주로 불렀다.
"썩을 대로 썩은 세상아, 죄악으로 가득하구나. 들어라 비겁하고 악한 자들아, 너희들의 세상은 끝났다." ('맨 오브 라만차' 中)
조승우는 이 넘버를 부르기 전 "의도는 딱히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객석에서 터져나온 우레와 같은 박수는 조승우의 발언과는 달리 의도가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관객들이 보내는 뜨거운 박수의 의도를 알아챈 사회자 이건명은 "'맨 오브 라만차'라는 작품이, '돈키호테'라는 인물이 그리운 오늘이다"라는 뼈 있는 멘트를 남겼다.
16일 밤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가 열렸다.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영예의 대상으 뮤지컬 '스위니토드'가 가져갔다. 사진은 오디컴퍼니 신춘수 프로듀서(오른쪽)가 상을 받는 모습. (사진=한국뮤지컬협회 제공)
영예의 대상은 뮤지컬 '스위니토드'가 안았다. 작품성·무대·넘버·연출·연기 등 모든 부문에서 뛰어났다는 점이 대상을 받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지만, 작품 자체가 지닌 의미를 생각해보면 이 시국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것은 분명 남다르다.
부패한 권력으로 인해 아내와 딸을 빼앗긴 이발사 개인의 복수심이 사회 전체에 대한 증오와 광기로 변하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린 이 블랙 코미디가, 현 대한민국 암울한 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정성화의 롤라(뮤지컬 '킹키부츠')도 마찬가지다. 롤라는 드래그 퀸(여장남성)이다. 발랄한 캐릭터 이면에 세상의 편견과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하는 한 인간이 있다.
무대 위 롤라를 보며 관객은 함께 웃고 몸을 흔든다. 그리고 공연장 밖으로 나와, 우리 사회의 소수자 문제를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 본다. "있는 그대로 봐 달라"는 롤라의 부탁대로 말이다. (물론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절대적으로 정성화의 능력이지, 캐릭터 때문은 아니다.)
배우 정성화 (사진= EA&C 제공)
꾸준히 사랑받으며 재공연되는 뮤지컬 '위키드'는 외모 속 편견에 대해 지적하고, '노트르담 드 파리'는 곱추 콰지모도와 이방인 에스메랄다를 통해 15세기 프랑스 사회에 깊숙이 자리한 억압된 자유와 계급 제도의 불평등함을 부각하면서 자유의 가치를 강조한다.
굳이 정치·사회적 메시지가 아니더라도 사랑·희망·우정·용기 등 수많은 긍정적 메시지가 뮤지컬 속에서 여러 이야기가 되어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래서 사회자 이건명의 마무리 멘트는 이날 시상식의 백미이자, 뮤지컬인들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진짜 메시지였으리.
"이제 우리는 극장 밖 진짜 세계로 나갑니다. 뮤지컬에 담긴 이야기는 허구지만, 허구 안에 담긴 가치가 있습니다. 사랑, 우정, 용기, 희생 그리고 정의 등. 그 가치는 진실을 말합니다. 뮤지컬이 이 세상 곳곳에서 공연되고 또 공연되면, 우리(뮤지컬人)가 말하고자 하는 가치가 뿌려지고 뿌려지면, 이 세상은 뮤지컬 같이 정의로운 세상이 될 겁니다." ◇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수상 결과▶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 - 스위니토드
▶ 2016 뮤지컬 작품상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여자 주연상 - 전미도(스위니토드) / 남자 주연상 - 정성화(킹키부츠)
▶ 여자 조연상 - 신영숙(레베카) / 남자 조연상 - 박은태 (도리안그레이)
▶ 여자 신인상 - 이예은(위키드) / 남자 신인상 - 김성철(스위니토드)
▶ 앙상블상 - 킹키부츠
▶ 신인연출상 - 추정화(인터뷰)
▶ 극본·작사상 - 박해림(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안무상 - 신선호(로기수)
▶ 연출상 - 오세혁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작곡·음악감독상 - 이진욱(라흐마니노프)
▶ 무대예술상 - 오필영(마타하리·드라큘라)
▶ 프로듀서상 - 엄홍현(마타하리)
▶ 특별공로상 - 박만규(前 서울시립가무단 단장)
▶ 최고의 관객상 - 김행선(총 89편 관람){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