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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엎친데 덮친 4대강…수량이냐 vs 수질이냐

    4대강과 저수지 연결사업에 수천억 투입, 뒤늦은 가뭄 대책 무용지물 될 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 사업의 정책결정과 집행 과정을 다시 한 번 샅샅이 조사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조사에 앞서 4대강 16개 보 가운데 6개 보에 대해선 우선 당장 6월부터 개방하기로 했다. 이어 추후 조사 결과에 따라 보를 일부 철거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번 지시와 관련해 벌써부터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4대강 사업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4대강 사업 낙동강 구간 합천보 상류 회천합류지 (사진=낙동강살리기 시민운동본부 제공)

     

    ◇ 4대강 사업 쟁점 '수량' vs '수질'…물과 기름 관계

    4대강 사업의 논란은 '수량이 중요하냐 아니면 수질이 중요하냐'는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에서 시작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동안 이 둘의 관계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으면서 수십 년째 소모적인 논쟁이 이어져 왔다.

    저수시설이 잘 돼 있어 연중 수량이 풍부하고 수질 관리까지 잘 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지리적 자연환경이 이를 뒷받침 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동시 만족이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지형인데다 5㎞이상 강하천 6600여개 가운데 90%가 5~20㎞의 중소하천이고 100㎞이상의 하천은 47개에 불과하다.

    이것은 비가 내려도 하천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금방 바다로 유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4대강에 보를 설치해 수량을 확보하고 동시에 홍수를 예방하겠다며 4대강 사업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실제로 4대강에 16개 보를 설치한 이후 하천의 수량이 늘어난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동안 하천의 수량 관리를 해왔던 국토교통부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농림축산식품부는 4대강 사업으로 수량이 늘어난 것을 긍정적인 순기능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보에 물을 가둬 두면서 심지어 겨울에도 녹조가 발생하는 등 하천의 수질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이에 환경부는 4대강 사업이 수질환경을 악화시켰다며 부정적인 역기능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정부 부처들 사이에도 4대강 사업의 수량과 수질을 놓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사진=자료사진)

     

    ◇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개발만 해놓고 물 이용방안은 없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4대강 사업을 추진했지만 수량 확보에 치중한 나머지, 수질개선은 물론 가뭄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4대강 사업은 보 인접 지역에 대해서만 농업용수와 생활용수 공급이 가능하고 반경 10km만 벗어나면 용수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명박 정부가 홍수조절을 위한 치수(治水)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물을 이용하는 이수(利水)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결국 최근 3년 동안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극심한 가뭄피해를 겪으면서 정부가 뒤늦게 4대강 물을 끌어들여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로 공급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국토부는 625억원의 예산을 들여 금강 백제보와 보령댐을 연결하는 길이 22km의 송수로를 만들어 지난해부터 하루 최대 11만5천톤의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331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낙동강 상주보에서 상주 덕가저수지를 연결하는 길이 10.5km의 송수로를 건설하고 하루 최대 17만3천톤의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또한, 1022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금강 공주보 하류 3km지점에서 충남 예산 예당저수지를 연결하는 길이 38km의 송수로를 건설중에 있다. 이 수로는 하루 최대 21만8천톤의 농업용수를 예당저수지와 주변 농지에 공급하게 된다.

    4대강 사업비 22조원 외에 별도로 하천 용수 공급을 위한 막대한 송수로 사업비가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4대강 물 그릇에 물이 차여 있기 때문에 용수 확보가 쉬워진 것은 사실"이라며 "(4대강 사업) 이전에는 하천 바닥을 파내서 물이 고여야 공급했지만 지금은 언제든지 양수기만 돌리면 되기 때문에 편해졌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처음부터 4대강 공사와 주요 저수지를 연결하는 이수대책을 함께 추진했다면 예산도 많이 절감했을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이 아쉬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 문재인 정부, 4대강 16개 보 가운데 6개 보 개방…가뭄대책은 있나?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22일 기자 브리핑을 통해 4대강 16개 보 가운데 낙동강 강정고령보와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금강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 등 6개 보를 다음 달부터 상시 개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4대강 보가 완공된 지 5년이 지나 수위 등 여러 고려할 사항이 있다"며 "(문 대통령이) 생태계와 취수, 농업용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으로 개방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낙동강 지역의 4개보와 금강 공주보는 중하류 지역에 위치해 수질이 워낙 나빠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 당장 (개방해도) 농업용수 공급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나머지 10개 보를 추가 개방할 경우 문제가 심각해진다. 특히, 이번에 금강 공주보 개방에 이어 하류에 위치한 백제보 마저 개방할 경우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충남 서해안 지역의 농업용수와 생활용수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국토부와 농식품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중장기 마스터플랜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이미 건설이 끝난 낙동강 상주보~덕가저수지 송수로와 현재 공사 중인 금강 공주보~예당저수지 송수로 이외에 17개의 송수로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지만, 4대강 보가 완전 개방되거나 철거된다면 용수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수현 사회수석은 "금강 백제보를 비롯한 10개 보는 수자원 확보와 생태계 상황을 고려해 개방 수준과 방법을 단계적으로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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