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증세 추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밝혀온 (증세 관련) 방침과 180도 다른 '약속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25일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의 발언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문 대통령이 일제히 '증세 논쟁'에 불을 댕기자, 자유한국당이 문 대통령의 '말 바꾸기' 논란으로 맞선 것이다.
또 다른 보수야당인 바른정당도 한국당과 궤를 같이 한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지난 24일 CBS에 출연해 "증세를 하려면 사전에 공약에 필요한 돈이 많이 든다는 점을 밝히고, 또 축소 포장했던 것에 죄송하다는 표현이 앞서야 한다"며 문 대통령을 압박했다.
정말 문 대통령은 보수야권의 지적처럼 말을 바꿨을까?
보수야권의 문 대통령 말바꾸기 비판은 어느정도 일리 있는 지적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민주당 경선 당시 방송 1차 토론회에서 "첫째는 고소득자 소득세를 높이는 것이고 둘째는 고액 상속세, 그 다음에는 자본소득 과세를 강화한다는 것"이라며 "그 다음이 법인세 실효세율을 높이겠다는 것이고, 그래도 부족하면 명목세까지 인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 이후인 지난 4월 13일에도 방송 토론회에서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법인세를 인상할 것이냐"고 묻자, 문재인 당시 후보는 "다른 증세를 먼저하고, 그것(법인세 인상)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하면서 국민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래픽 = 강인경 디자이너
법인의 명목세는 증세의 가장 마지막 단계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당시 법인세율을 이명박 정부의 감세 이전 수준인 25%로 돌리겠다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보다도 보수적이란 평가가 나왔었다.
문 대통령이 증세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 21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마무리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증세를 하더라도,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다. 일반 중산층과 서민들, 중소기업들에게는 증세가 전혀 없다. 이는 5년 내내 계속될 기조다. 중산층과 서민, 중소기업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보수 야당의 '세금폭탄' 프레임에 맞서,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에 한정해 증세 절차를 검토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은 대응이었지만, 결국 대기업 명목세율은 최후의 보루처럼 말했던 후보 시절의 발언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초대기업에 대한 증세 의지를 여러 경로를 통해 표명해온 것은 사실이다.
지난 4월 19일 대선후보 방송토론회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지속적으로 부자감세가 이뤄졌다. 조세 정의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며 "증세는 다시 부자·재벌·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발간한 대선공약집에는 '법인세 정상화: 법인세 최고세율 500억 초과 22%→25%'라고 돼 있고,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도 '대기업 과세 정상화'라는 부분이 언급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야권이 문 대통령이 증세에 관해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았던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측면이 있다.
바른정당 정운천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당내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증세는 없다고 공약했는데, 다시 증세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대선공약집과 '100대 국정과제' 등 여러 자료를 통해 일부 대기업에 한해 증세를 할 방침을 밝혔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말 바꾸기' 주장은 다소 과도한 공세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