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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하 "번아웃 증후군 겪어…음악이 정말 싫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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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윤하 "번아웃 증후군 겪어…음악이 정말 싫었어요"

    (사진=C9엔터테인먼트 제공)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구조된 I
    연약한 I 도 할 수 있었던 빛, 봄, 그 빛을 다시 당신에게.'

    의미심장함이 묻어나는 이 글은 가수 윤하(30, 본명 고윤하)의 정규 5집 '레스큐(RescuE)' 앨범 소개 글. 1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하는 이 글을 직접 써 넣었다고 했다.

    "전 진짜 약한 사람이고, 자주 멘탈이 부서지는 유리 같은 사람이에요. 이런 제가 이번 앨범을 통해 힘든 시간을 극복해냈다고, 저도 해냈으니 여러분도 할 수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었어요."

    무려 5년 5개월 만에 새 정규 앨범을 들고 돌아온 윤하가 이번 신보를 세상에 선보이기까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윤하는 2004년 일본에서 데뷔, '오리콘의 혜성'으로 불리며 주목 받았다. 2년 뒤 국내 활동을 시작, 뛰어난 연주 실력과 가창력을 뽐내며 '비밀번호 486', '혜성', '오늘 헤어졌어요', 기다리다' 등의 히트곡을 냈다.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며 꾸준히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혔고 영화, 뮤지컬 라디오 DJ 등 다방면에서 끼와 재능을 펼치기도 했다.

     

    그런 윤하가 슬럼프에 빠진 것은 2~3년 전쯤이다. 정신, 육체적 에너지를 모두 써버린 뒤 나타나는 '번아웃 증후군'이 윤하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어떻게 하면 과거 히트곡을 넘어서는 노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고, 설상가상으로 목 상태까지 나빠져 제대로 된 활동을 펼칠 수 없었다.

    "음악이 너무 재미가 없어서 만들지도, 듣지도 않았어요. 귀가 꽉 차있는 느낌이라 꼴도 보기 싫었죠. 이젠 '내가 만든 음악이 좋지 않네, 그만 두어야 하나' 싶은 생각도 했고요. 대신 활자로 된 것들이나 영화를 본다던지, 집에 가만히 있었어요. 저에겐 깊은 암흑기였죠.

    좀 지쳤던 것 같아요. 어떤 게 진심인 관계이고 어떤 게 겉핥기식 관계인지, 너무 사람을 많이 만나서 분간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도 했어요. 직업 특성상 어디 나가서 얘기도 많이 할 수 없고. 그런 것들이 쌓인 게 아닌가 싶어요."

     

    깊은 어둠에 빠져있던 윤하를 다시 '구조'해준 건 결국 음악이었다. 윤하는 정규 5집 '레스큐'를 작업하며 슬럼프를 극복해냈다고 했다. 최근 한창 물이 오른 2인조 프로듀싱팀 그루비룸과 함께하며 창작의 불씨를 살려낸 그는 앨범에 수록된 대부분의 곡을 작사했으며, 앨범 재킷 구성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심혈을 기울였다.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앨범을 네다섯 번이나 엎었을 정도죠. 계속 같은 음악만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만족스럽지 않았거든요. 그러던 중 과거 같은 레이블에 있었던 그루비룸과 만났고, 음악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다 자연스럽게 이런 저런 곡을 들려줬는데 신선하게 느껴졌고, 작업을 하나 둘 이어가다 보니 그루비룸에게 앨범의 총괄 프로듀싱을 맡기게 되었고요.

    일을 한다기 보단 저를 표현한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만들었어요. 요즘 시대에 듣기엔 조금 무거울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앨범이 나왔죠. '내 새끼,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애착이 강해요. 상업적 성과를 떠나 저를 다시 웃게 해준, 밖에 나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준 앨범이니까요."

     

    타이틀곡 '퍼레이드(Parade)'를 포함해 총 11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는 총괄 프로듀싱을 맡은 그루비룸을 비롯해 식케이, pH-1, 보이콜드, 브라더수, 챈슬러, 다비 등 힙합, 알앤비를 주 장르로 하는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 자연스럽게 윤하의 음악 스타일도 달라졌다. 윤하는 "이전 앨범에는 밴드 사운드 기반의 큰 그림이 그려지는 음악들이 담겼다. 반면,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미니멀한 느낌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수록곡 대부분이 힙합 하시는 분들이 만든 곡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윤하가 블랙뮤직에 도전장을 낸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그런 아티스트가 아니라 기묘한 시너지가 난 것 같아요. 신선하면서도 듣기에 부담이 없다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댓글을 보면 팬층이 넓어진 느낌을 받아요. '아, 올해 대학 축제를 갈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이 생겼죠. 신입생들 앞에서 '비밀번호 486'을 부르는 게 쉽지 않았는데. (웃음). 무대에서 선보일 수 있는 레퍼토리가 늘어난 것 같아 기뻐요."

    다시 웃음을 찾은 윤하는 지금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려고 한다. 그는 인터뷰 말미, "작업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에게 음악은 일기 혹은 모바일 메신저 같은 것"이라며 "계속해서 음악을 통해 저를 표현하고 얘기하고 싶다"고도 했다.

    "만들어만 놓고 발표하지 않은 데모곡만 60곡이 넘어요. 얼마 전 그 곡들을 다시 들어보니 괜찮은 트랙들이 꽤 있어서 '내가 왜 미친 짓을 했나' 싶기도 했어요. (미소). 그때그때 냈으면 좋았을 텐데, 결과적으로 쓸 데 없는 에너지만 낭비한 셈이죠. 앞으로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음악을 선보이려고요. 욕을 먹어도 좋아요. 부담 없이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면 되니까요. 많이 부딪히겠지만, 솔직하고 재밌게 한 번 해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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