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로 대한민국 전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따뜻해진 날씨에 봄나들이를 기대하던 시민들은 일기예보를 보며 발만 동동 구른다.
국내 분위기와 달리 최근 중국의 미세먼지가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상하다.
한반도 미세먼지의 주범인 중국의 대기는 개선되고 있는데 한반도 미세먼지는 되레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그에 앞서 그 전제가 사실에 부합할까?
수도권에 이틀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바라본 하늘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검증 1. 중국의 미세먼지는 줄었다?국내 초미세먼지 발생 원인 물질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이고 두 번째는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성되는 오염물질이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은 대부분 대륙으로부터 유입된다. 따라서 중국의 미세먼지 발생량에 따라 국내의 대기질도 크게 변한다.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시카고 대학 에너지정책연구소(EPIC)의 마이클 그린스톤 소장과 패트릭 슈워츠 연구원은 중국 내 미세먼지가 줄었다고 보고했다. '중국이 오염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나?(Is China Winning its War on Pollution?)'란 제목의 보고서는 중국 내 주요도시의 미세먼지가 상당히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2018년 3월 보고된 미국 시카고대 에너지정책연구소(EPIC)의 ‘중국이 오염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나?(Is China Winning its War on Pollution?)’ 보고서. (사진=보고서 PDF 화면 캡처)
보고서는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전역 200곳 이상의 미세먼지(PM2.5) 농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중국 주요 도시들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4년 동안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베이징 주민의 기대 수명도 3년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3년 대기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기오염방지 행동계획'을 세웠다. 중국 정부는 약 2700억 달러(약 287조5000억 원)를 투자해 대기오염을 바로잡을 계획을 세웠다. 실제 중국은 난방 제한, 석탄 공장 폐쇄 등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폈다.
이번 연구도 그중 하나였다. 2013년 당시 그린스톤 소장은 "중국 북부 사람은 대기오염 때문에 남부 사람들보다 수명이 5년가랑 짧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했고 중국 내 대기오염 문제의 경각심을 일깨운 바 있다.
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4년간의 분석 연구를 진행한 그린스톤 소장은 "중국은 대기오염과의 전쟁에서 성과를 얻었다"며 "역사적으로 이렇게 빠른 속도로 대기오염을 줄인 사례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최근 중국 내 초미세먼지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었다.
에너지정책연구소(EPIC) 자료를 살펴보면 2013년에비해 2017년 중국 주요 도시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줄어 든 것을 알 수 있다. (사진='Is China Winning its War on Pollution?’ 보고서 캡처)
◆ 검증 2. 한국의 미세먼지는 늘었다?중국의 분위기와 달리 국내의 초미세먼지 여론은 싸늘하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는 국내 미세먼지가 더 늘어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중국과 달리 대한민국의 미세먼지는 늘어났을까?
그동안 우리나라 대기가 깨끗했던 것은 아니었다. 2000년대 초반을 보더라도 초미세먼지에 대한 이슈는 과거에도 꾸준히 있었다.
그러던 중 2012-2013년 중국 최악의 스모그와 함께 국내에서도 초미세먼지가 조금씩 더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는 당시 중국 정부가 미세먼지와 전쟁을 시작한 시점과 비슷하다.
2005년 뉴스 기사를 보더라도 국내 수도권 초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것을 알 수 있다. (사진=네이버 뉴스 검색 캡처)
국내에서 미세먼지와 관련된 연구를 하는 대표 기관은 국립환경과학원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는 2002년부터 전국 미세먼지 농도 자료를 취합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지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 미세먼지(PM-10) 월평균 농도는 점점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2002년과 2012년을 비교한 결과 3월 월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121㎍/㎥에서 51㎍/㎥로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최저점을 찍은 미세먼지는 다시 소폭 상승했고 최근까지 조금씩 등락을 반복하며 정체수준을 보인다. 2017년 3월 월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59㎍/㎥다.
초미세먼지(PM-2.5) 측정은 2015년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그동안 초미세먼지의 경우 미세먼지(PM-10) 양의 약 60% 수준으로 파악해 별도로 측정하지 않고 있었다. 측정을 시작한 2015년은 국내 미세먼지 여론이 급격히 증가하는 시점과 비슷하다.
2015년 3월 평균 30㎍/㎥이던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6년 3월 32㎍/㎥로, 2017년 3월 36㎍/㎥로 증가했다.
따라서 국내 미세먼지는 2012년까지 꾸준히 감소하다가 최근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 검증 3. 왜 더 심각하게 느껴지나?중국은 줄었고 국내에서도 줄고 있다는 데 왜 더 나쁘게 느껴지는 것일까?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 발생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바람'이다. 국내 대기가 정체돼 있기 때문에 초미세먼지가 더 쉽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염물질이 과거 바람을 타고 한반도 밖으로 밀려 나간 것과 달리 지금은 국내에서 머물고 있기 때문에 초미세먼지가 더 자주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하루면 끝날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이틀, 사흘, 나흘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에 이틀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학교 운동장이 텅 빈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의 복수의 관계자들은 "과거 중국에서 오염물질이 넘어 오더라도 국내에서 잠시 머물다 빠져나갔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며 "우리나라의 이동성 고기압이 중국에서 불어온 바람을 멈추게 하는 역할을 해 대기가 정체돼 초미세먼지가 만들어지기 좋은 조건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들은 "국내 미세먼지 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국내 미세먼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대기가 왜 정체되고 있는지 정확한 원인은 파악하지 못했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지난 26일 서울에 미세먼지와 안개가 끼어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검증 4. '남동풍'만 기다려야 하나?
그렇다면 바람 탓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정책들이 '효과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대중교통 무료,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정책 등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정부나 지자체의 대책이 수치로 크게 나타나지 않지만 미세먼지를 줄이고 있다"며 "다양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기에 기업, 산업, 개인이 동참한 정책이 나오면 초미세먼지 감소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고 보았다.
한·중·일이 미세먼지 문제를 함께 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2018년 3월 28일 한국·중국·일본의 미세먼지 농도 현황. (사진=aqicn.org 지도 화면 캡처)
막연히 중국 책임론만을 주장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효과가 약할 수 있다. 2013년 대기오염 대책 투자에서도 살펴보았듯이 누구보다 미세먼지를 해결하고 싶은 국가는 중국일 것이다. 동북아시아 3개국이 중국의 미세먼지 절감을 위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한 논의를 할 경우 효과는 커질 수 있다.
환경재단 최열 이사장은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나라가 어쨌든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또 중국도 같이 노력을 해서 오염 물질 총량을 줄여나가야 된다"고 했다. 이어 최 이사장은 "바람이, 공기가 국경이 없는데 이것을 국경으로 나누는 생각은 이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된다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