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진상조사 필요 여부를 판단하는 데 적용한 기준은 '국민적 관심'과 '사회적 약자'로 정리된다.
2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김갑배 위원장)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된 사건 중 과거사 정리 의미와 사건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장자연 리스트 사건(2009년) ▲춘천 강간살해 사건(1972년) ▲용산지역 철거 사건(2009년) ▲KBS 정연주 배임 사건(2008년) ▲낙동강변 2인조 살인 사건(1990년) 5개 사건에 대해 사전조사를 권고했다.
이번 선정 과정에 대해 김갑배 위원장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권력이 남용된 사례를 뽑은 것이고 이 과정에서 국민적 관심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려가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 국민청원 20만 서명한 '장자연 사건'…'춘천 사건'은 영화화되기도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배우 고(故) 장자연이 2009년 3월 재계와 언론계 인사 등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폭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이다.
경찰은 대대적으로 수사에 착수했지만 접대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20명 중에 단 7명에 대해서만 검찰에 넘겼다. 나머지 6명은 불기소하고, 7명에 대해서는 내사를 종결했다.
이후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는 장 씨 소속사 대표를 폭행 및 협박 혐의로, 전 매니저를 명예훼손 혐의로 각각 불구속했을뿐 방송국 PD나 금융인 등 '유력 인사'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또 사건 제보자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하면서 수사 논란이 이어져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장 씨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고 20만 명이 넘게 서명에 참여하는 국민적 관심 사안이 됐다.
춘천 강간살해 사건은 1972년 9월 강원 춘천시 우두동에서 춘천경찰서 역전파출소장의 9살 딸이 성폭행당한 뒤 피살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정원섭 씨를 고문해 허위자백을 받아내 정 씨는 15년간 옥살이를 해야 했다.
그러나 노무현정부 때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권고로 진상이 드러났고 2011년 대법원은 정 씨의 재심사건에서 무죄를 확정했다.
해당 사건은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소재가 돼 국민들의 공분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 시각장애인의 억울한 옥살이…'낙동강 사건'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은 1990년 1월 부산 사상구 낙동강 갈대숲에서 머리를 가격당해 사망한 30대 여성 시신이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수사에 어려움을 겪던 경찰은 인근에서 경찰관을 사칭해 금품을 갈취한 용의자 2명을 검거해 살인자로 지목했다. 이들은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13년 모범수로 특별 감형돼 21년 만에 출소한 이들은 가족도 없이 홀로 임대 아파트에서 가난하게 생활했다. 특히 시각 장애가 있는 장 씨는 당장 먹고 사는 일부터 걱정해야 했다.
이후 이들은 과거 경찰 수사에서 고문과 허위자백이 있었다고 폭로하고 나섰다.
이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변호사 시절 변호를 맡기도 했다. 지난해 2월 문 대통령은 영화 '재심'을 관람하면서 "그분을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한 게 평생 한이 되는 사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있는 한 건물 옥상에서 살 곳을 잃은 철거민들이 경찰과 충돌하면서 발생한 화재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진 사건이다.
검찰은 당시 화재의 원인을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으로 지목해 징역형을 살게 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이들이 화염병을 던졌다는 목격자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 경찰의 과잉진압이 대형참사를 낳았다는 지적도 제기됐으나 검찰은 경찰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신년 특별사면을 발표하면서 용산참사 당시 시위 참가 등으로 처벌받은 26명 중 재판이 진행 중인 1명을 제외한 25명을 "사회적 약자인 점 등을 고려해" 특별사면 및 복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