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TV 광고에 함께 출연했던 남측 가수 이효리(오른쪽)와 북측 무용수 조명애(사진=인터넷 커뮤니티)
2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으로 영화계와 방송가에서도 진일보한 문화 교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화해 분위기로 급변하면서 문화 콘텐츠 소재 다양화는 물론 북측 현지 로케이션 등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특히 북측 배우의 남측 영화·드라마 출연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05년 남측 가수 이효리와 북측 무용수 조명애가 TV 광고를 함께 찍었던 전례가 있어, 북측 배우의 남측 영화·드라마 출연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계 관계자는 "지금 (남북 화해 관련 기획을) 준비하는 영화인들도 있다"며 "향후 남북 문화교류에 따라 영화 교류도 있을 것을 대비해 영화평론가들을 중심으로 관련 세미나도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에 남북 관계가 좋았을 때 실제로 교류를 위해 남측 영화인들이 북에 간 적도 있었다"며 말을 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정권이 끝날 즈음 남북정상회담을 했는데, 이번에는 정권 초반에 하는 만큼 한 번 더 (정상회담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남북 문화 교류 가능성도 훨씬 높다고 본다."
북측 현지 로케이션으로 문화 콘텐츠 소재나 이야기 측면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지기를 바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 영화 제작자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남북 문화 교류로 소재와 이야기 다양화는 물론 북한에서의 촬영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며 "한국에 의외로 세트가 없다. 사극 세트만 하더라도 북한은 잘 보존돼 있어 제작비·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70년 가까이 갈라졌던 남과 북의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영화·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남북 화해 분위기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 역시 급변하면서 이미 기획 단계에 접어든 관련 문화 콘텐츠의 수정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 드라마 제작자는 "현재 한반도의 긴장 국면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준비 중인데, (현실에서) 화해 분위기가 예상보다 빨리 와서 드라마 흐름과 현실의 보조를 맞출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세가 급변하는 과정에서 전혀 현실성 없는 콘텐츠가 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북측을 적대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군수산업체 등 남북 화해를 저지하려는 세력의 음모를 다루는 쪽으로 가야 할 것이다. 결국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등 강대국과의 권력 관계를 중심으로 반전을 그리는 이른바 '꺾기'를 해야 하는 셈이다."
그는 특히 "북측 현지 로케이션도 욕심이 나지만, 새로운 인물을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있다"며 "한국은 문화 콘텐츠의 양에 비해 배우 풀이 적다. 북측 배우가 우리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는 길이 열린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새로운 인물을 발굴할 때 중요한 지점이 언어 장벽"이라며 "북측 배우 출연이 가능해진다면 이를 극복하는 것도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