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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사보도 프로그램 '전성시대' 빛과 그늘

    시청률에 목매는 선정성으로 본질 훼손 지적…"원칙과 기본 되새겨야"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위)와 MBC '스트레이트' 포스터(사진=MBC·SBS 제공)

     

    가히 '탐사보도 프로그램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권 비판 목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지난 10년간 점점 뒷전으로 밀려났던 KBS '추적 60분', MBC 'PD수첩' 등에 다시 힘이 실리고, 새로운 관련 프로그램들이 속속 생겨나는 까닭이다. 또 다른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들어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새삼 주목받는 데는 그간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제구실을 못해 왔다는 현실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지난 10년 동안 언론, 특히 지상파가 제구실을 못하면서 탐사보도를 안 했으니, 관련 프로그램들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이라며 "오죽 답답했으면 '공범자들' '그날, 바다'와 같은 탐사보도 성격의 다큐멘터리가 영화로서 극장에 개봉했겠나"라고 반문했다.

    국민들의 요구로 정권이 바뀌고 언론의 권력감시 기능이 되살아나면서 각 방송사 간판 탐사보도 프로그램 외에도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MBC '스트레이트' 등 관련 프로그램들이 새롭게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이 '양적' 성장만큼 '질적'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뒤따른다.

    김 평론가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역할은 숨겨진 어떠한 것을 폭로하는 데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며 "'블랙하우스' '스트레이트'를 보면 탐사보도가 아니라, 문제를 던져놓기만 하고 끝내는 폭로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안타깝게 다가온다"고 전했다.

    이어 "이미 알려진 정보를 잘 분석해서 이를 토대로 이전 보도에서 빠뜨렸던 점을 성실하게 보도하는 것도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영역"이라며 "자꾸만 뭔가 큰 펀치를 날리려고만 하는 태도는 탐사보도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황색언론'"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관련 프로그램들이 연예·오락적인 요소를 강화하면서 탐사보도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 역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연예·오락 요소를 가미한 '블랙하우스' '스트레이트'의 경우 정통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뉴스가 단기간에 사건 위주로 업데이트한다면, 탐사보도는 하나의 사건에 어떠한 내막이 있는지를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하는데, 이러한 원칙·본질이 훼손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저널리즘 성격이 강해야 할 탐사보도 프로그램마저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데 치중하다보니, 선정성에 목매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최 교수는 "대표적인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SBS '그것이 알고 싶다'도 미제살인사건 등 자극적인 소재를 주로 다루면서 적나라한 재현 등이 문제시되는데, 이는 결국 시청률과 연관돼 있다고 본다"며 "최근 들어 모든 방송사들이 탐사보도를 표방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그것이 알고 싶다'보다 훨씬 더 나가는 경향을 보인다. TV조선 '세븐'의 경우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요소가 너무 강하다"고 꼬집었다.

    ◇ '내 편'은 다 이해·'다른 편'은 무조건 비난…'갈등 치유' 먼 이야기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지상파 3사 간판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추적 60분' 'PD수첩'(사진=KBS·MBC·SBS 제공)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제구실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10년 동안 각 방송사에서 외면받아 오면서 무너진 시스템을 복구하는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평론가는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지금도 다소 어설픈 이유는 베테랑들을 잘라내거나 현장에서 들어냄으로써 시스템 자체가 망가졌기 때문"이라며 "시스템은 무너졌는데 뭔가 해야 한다는 의욕이 넘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제대로 된 탐사보도 인력도 10년간 현업에서 떠나 있었기에 감과 능력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탐사보도 전성시대가 왔다면 방송사들도 여기에 돈을 더 쓰고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 역시 "가장 적합한 예를 들자면 최근 다시 한학수 PD가 들어가면서 복원되는 모습을 보이는 'PD수첩'일 것"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정치·사회 등 분야에서 논란이 되는 이슈에 관한 주요 정보를 다양한 취재 방식으로 밝혀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탐사보도는 오랜 노하우를 지닌 사람이 한다. 그런데 MBC는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사장을 거치면서 당시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이유로 이러한 인력을 모조리 도려냈다."

    결국 "그렇게 수십년 노하우가 전수되지 못한 채 사회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시간 떼우기용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는 이야기다.

    지금이야 다양한 형식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이 호응한다지만, 수개월 뒤에도 그것이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본령을 충실히 이행하려는 쪽으로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방향을 잡고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인다.

    김 평론가는 "지금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필요한 것은 한풀이가 아니"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뉴스 가치를 따지는 것부터 시작해 건설적인 대안까지 제시할 수 있는, 탐사보도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다. 시청자들도 결국 구체적인 근거와 논리로 설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관련 프로그램은 '내 편'이면 다 이해할 수 있고, '다른 편'이면 무조건 비난하는 상황을 만들어내면서 갈등을 전혀 치유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몰아칠 때도 필요하지만, 지금 시급히 준비해야 할 것은 탐사보도 제작 시스템과 인력 복구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시청률이 나온다고 하지만, 6개월 정도 지났을 때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지금을 과도기라 여기고, 리스크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이제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결국 원칙으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류의 변화가 있더라도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그리 큰 영향을 받을 이유가 없다"며 "오락적인 요소가 아니더라도 어떤 사안의 진실에 얼마나 가깝게 접근해서 보여 주느냐의 문제"라고 봤다.

    이어 "시청률 면에서 당장 달콤하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것들이 이목을 끌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계속 되면 더 자극적인 것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코 탐사보도가 살아남는 방법이 될 수 없다. 감춰진 내용을 끝까지 추적해 밝혀내는 것만이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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