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회담은 약혼식 아냐..진통 당연
- 기싸움 vs 적신호 모든 가능성 열어야
- 文 중재자? 당당한 '당사자' 역할해야
- 한번에 합의 어려워..수위조절이 관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송민순(전 외교부 장관)
북미 정상회담. 금방이라도 열릴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감감무소식입니다. 나흘 전까지만 해도 날짜와 장소가 확정됐다. 트럼프가 직접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CVID. 그러니까 컴플리트(complete), 완전한 비핵화를 얘기하던 미국의 입에서 PVID 퍼머넌트(permanent), 영원한 비핵화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그러자 북한도 미국에 대고 '오판하지 말아라' 이런 경고를 하죠. 이런 대미 경고 메시지는 두 달만입니다. 이런 기류를 어떻게 읽어야 될까요? 좀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싶어서 오늘은 평소에 저희가 자주 접하는 전문가가 아닌 다른 분을 모셨습니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연결해 보죠. 송민순 전 장관님 안녕하세요?
◆ 송민순>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아니, 금방이라도 열릴 것 같더니 날짜도 안 정해지고 심지어 험한 말이 오가고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송민순> 글쎄요. 이게 지금 북한과 미국이 만나는 게 무슨 약혼식도 아니고 이게 적대적 관계에서 만나게 되는 거 아닙니까?
◇ 김현정> 그렇죠.
◆ 송민순> 북미 간에도 실무 접촉이 계속 진행 중일 텐데 이게 얼른 보면은 신경전으로 보이기도 할 수 있지만 이제 서로 주고받을 핵심적인 카드. 이게 또 안 맞을 수도 있고 어느 상태인지는 지금 잘 알 수가 있겠습니까마는... 하여튼 이게 그렇게 쉽게 만남에까지 가기도 어렵지만 만나더라도 그런 핵심 문제 접근이 간단하지는 않을 겁니다.
◇ 김현정> 이게 진짜 좋아서 만나는 남녀의 약혼식도 아니고. 그렇게 오랫동안 적대적으로 있던 북과 미가 만나는 건데 그렇게 쉽게 날짜 정하고 장소 정하고 그렇게 될 리는 없다. 당연한 통과의례. 이 진통은 어찌 보면 당연한 거다, 그런 말씀이시군요?
◆ 송민순> 아니, 그런데 그 정도는 당연히 우리가 예상을 하는데 그동안에 우리가 이 문제들을 너무 좀 감성적이고 이렇게 낭만적으로 보아 왔으니까 이제 이런 약간의 착시 현상이 생기는 거죠. 이런 상황은 사실은 굉장히 이성적이고 냉정을 가지고 봐야 되거든요. 지금 당장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있는 미북 관계, 남북 관계 그리고 이 핵 문제 전부를 저는 좀 이성과 냉정을 가지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럼 이성과 냉정을 가지고 봤을 때 이 상황을 지금 어떻게 보신다는 건가요.
◆ 송민순> 당연히 이런 정도의 마찰이나 지연이나 곡절은 생길 수밖에 없는 거죠.
◇ 김현정> 우리가 너무 민감하게 이거 어떻게 해, 큰일 난 거 아니야? 이거 왜 계속 분위기 좋다가 왜 이래?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세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사진=황진환 기자, 자료사진)
◆ 송민순> 우려라기보다 그건 좀 예의 주시를 하고 차분히 봐야 되고 방향은 항상 어느 쪽으로든 전개될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의 준비를 가지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나흘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 입으로 그랬어요. 날짜와 장소 다 정해졌다. 이거는 사실입니까, 그냥 한 말입니까? 왜 그 후로 소식이 없나요?
◆ 송민순> 잘 아시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를 위해서 지금 많은 흥행을 해야 됩니다. 우리가 마치 영화 광고를 할 때도 상당히 관중들에 대해서 긴박함과 초조감, 이런 걸 주면서 흥행을 올리지 않습니까?
◇ 김현정> 티저 광고하죠, 영화 예고편 보면.
◆ 송민순> 왜 우리 영화 할 때 왜 스릴과 서스펜스 이런 말 많이 쓰지 않습니까.
◇ 김현정> 맞습니다.
◆ 송민순> 그런 게 있을 수 있고요. 많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많은 국정 문제도 늘 그렇게 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단순히 그런 전술적 차원에서만 그런 건지 지금 주고받을 실체에 있어서 중요한 이견이 있어서 그런지는 그건 뭐 저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 김현정> 지금 송 장관님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양쪽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봐야 될 때다. 이런 말씀 같아요.
◆ 송민순> 저는 그렇게 봅니다.
◇ 김현정> 아니, 심상치 않게 느꼈던 이유가 뭐냐 하면 갑자기 미국의 요구 수준이 올라갔어요. 쓰는 단어가 달라졌어요. 완전한 비핵화, 컴플릿. 그러니까 CVID를 요구해 오더니 그걸 북한이 들어준다고 하니까 갑자기 이번에는 퍼머넌트. PVID, 영원한 비핵화를 언급하고 나섰습니다. 언뜻 들으면 같은 말 같기는 한데, 영원히나 완전히나. 그런데 이게 PVID라고 쓰는 순간 생화학무기까지 싹 다 없애라. 훨씬 더 큰 개념이라고 전문가들이 말하던데 맞습니까?
◆ 송민순> 저는 그렇게 그걸 중요하게 보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은 CVID는 현재 상태에서 완전히 없앤다는 거고 PVID는 퍼머넌트, 영구히 없앤다. 이렇게 해서 북한의 핵 과학자들까지도 다시 핵 사업에 투입이 안 되도록 하는 장치까지 이야기를 하는 설명을 하는데. 저는 큰 차이는 없다고 보고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완전한 비핵화, CVID를 요구하면 북한도 미국에 대해서 완전한 안전 보장과 관계 정상화를 해라.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또 그러니까 동시에 이것도 이럴 겁니다. PVID라고 해서 영구적인 핵 비핵화를 하라고 그러면 그럼 북한이 또 이렇게 나올 겁니다. 그래, 그러면 미국도 우리에게 대해서 영구적인 관계 정상화, 안전 보장을 해라.
◇ 김현정> 그렇겠죠, 더 큰 보상을 원하겠죠.
◆ 송민순> 다시 북한에 대해서 제재를 부과한다든지 관계를 단절한다든지 군사적 압박을 한다든지 그런 걸 영구적으로 안 하는 장치를 만들어라. 이렇게 나올 거기 때문에 지금 이 문제는 저는 그렇게 심각하게 볼 사안은 아니라고 봅니다.
◇ 김현정> 컴플릿이냐, 퍼머넌트냐. CVID냐, PVID냐 자체는 그렇게 크게 보지는 않으신다는 말씀.
◆ 송민순> 네, 저는 그렇게 봅니다. 다만 전 정부에서 한 거니까, CVID는. 지금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전의 대통령들이 하던 거 다 실패했다. 나는 달리하겠다. 이렇게 하지 않습니까?
◇ 김현정> 계속 강조하죠.
◆ 송민순> 그렇기 때문에 이 용어 자체도 다르게 표현하는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송 장관께서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양쪽의 가능성. 진짜 이게 단순 기싸움일 가능성과 진짜 적신호일 가능성 두 가지를 다 열어놓고 보자, 이성적으로 보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어느 쪽이라고 더 무게를 두세요?
◆ 송민순> 저는 이번에는 우선 우리 미래에 걸린 문제기 때문에 잘돼야 된다는 우리 국민으로서의 희망이 있지만 그걸 제외시키고 보더라도 지금은 미국과 북한 서로가 어떻게 해서라도 이걸 성공을 시키려는 그런 의욕이 강하다고 보거든요.
◇ 김현정> 양쪽 가능성이 다 있지만 그러면은 단순 기싸움 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두신다 이 말씀이시군요.
◆ 송민순> 그렇고요. 실질적인 실체에 있어서도 성공이 안 되더라도 정 안 되면 최소한 성공으로 포장이라도 할 겁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최악의 경우 진짜로 말이 안 맞더라도 보상을 원하는 북한과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원하는 미국의 입장이 갈리더라도 설사 그렇더라도 성공적으로 포장이라도 할 정도로 지금 양쪽의 의지가, 필요가 강하다?
◆ 송민순> 저는 그렇게 봅니다.
◇ 김현정> 왜요?
◆ 송민순> 미국은 미국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문제는 기본적으로 국내 정치적 환경에 바로 바탕을 두는 거니까. 제가 전에 하던 대통령과 달리 나는 이렇게 하면 이렇게 성공한다는 걸 보여주게 되니까.
◇ 김현정> 나는 성공하는 대통령이다.
◆ 송민순> 그리고 김정은 북한 위원장도 작년 연말에 핵무기를 가졌으니까. 이제 핵무기는 됐고 미국하고 잘해서 경제를 발전시켜야 된다 하는 이런 걸 또 만들어야 되니까 어쨌든 성공 자체이거나 성공이 정 안 되면 포장으로라도 성공을 만드는데. 제가 이제 보기에 중요한 거는 지금 이 분야에 무슨 합의에 도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게 합의는 말 아닙니까.
◇ 김현정> 그렇죠.
◆ 송민순> 이거를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면서 우리가 정말 굉장히 걱정해야 될 그런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이 되는데. 지금 당장 저런 이야기 나오지 않습니까? 풍계리의 핵 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하니까 미국에서는 폐쇄하기 전에 다 보여달라. 그러면 북한에서 볼 때는 폐쇄하기 전에 다 보여주면 자기들의 핵 역사와 핵 내부 사정을 다 그냥 미리 다 보여주는 거와 같습니다. 사람 신체로 생각하면 바깥에서 사진 찍는 게 아니라 내장을.
◇ 김현정> CT 촬영. 다 보여주는 거예요?
◆ 송민순> 그런 거죠. 그런 걸 다 들여다보는 것과 같기 때문에. CT 촬영 이상이죠. 열어서 수술해 보는 거하고 같은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데 반발들이 생길 텐데 이럴 때가 저는 더 걱정이라고 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일단 이번 지금 우리가 지금 벌써 큰일 난 거 아니냐. 이런 얘기들을 하지만 사실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 우여곡절 끝이라도 두 정상은 만날 것이고 말로의 합의는 분명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보시는 거예요. 다만 그 후에 실행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나타날 텐데 그걸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을 하느냐. 이 문제가 관건이 될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뭘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정말 더 잘해야 된다. 이런 얘기들을 하는데.
◆ 송민순> 이게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정치 흥행을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지금 김정은 위원장은 정권과 체제 생존을 위해서 또 뭐든지 하는데 우리가 그 사이에서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중재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송민순> 중재를 하기보다는 북한 핵 문제는 우리가 당사자입니다, 당사자. 바로 우리가 가장 핵심이 걸려 있는 당사자입니다. 미국보다도 더 중요한 당사자이기 때문에 이거에 대해서 우리 자체 입장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 자체 입장이라는 게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이 곧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게 돼 있지 않습니까? 이 문제는 성격상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처럼 빠른 시기 내에, 우리 정부가 희망하는 것처럼 그런 빠른 시일 내에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거를 차분히 관리하면서. 우선은 말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한테 이번에 주고받을, 김정은을 만나서 주고받을 양을 좀 줄여야 됩니다.
◇ 김현정> 양을 줄이라뇨. 문재인 대통령이 가서 양 줄이라고 조언을 하라고요?
◆ 송민순> 아니, 북한한테 요구할 것과 또 미국이 북한한테 줄 것을 지금 크게 주고 크게 한 번에 주고받자고 그러는데 이게 한 번에 주고받을 수 있는 성질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 수준을 좀 낮춰야 되고. 두 번째로 이것이 진행되는 기간을 얼마 기간 6개월이다, 1년이다 이렇게 될 수가 없기 때문에 그 기간을 좀 여유를 두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우리가 북한하고 중국이 사이가 틀어져서 어떻다, 저렇다 많은 추측들을 하는데. 북한하고 중국은 특수한 관계에 있습니다. 생각을 해 보십시오. 중국이 없는 북한을, 북한이 지금같이 핵을 만들어서 이렇게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 김현정> 없죠.
◆ 송민순>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이 어떻게 해서라도 중국을 여기에 태워서 앞으로 북한하고 약속한 것을 북한이 이행할 수 있는 보증을 받는 이런 방향. 그런 한 세 가지 정도를 문 대통령이 카드를 가지고 트럼프 대통령하고 어떻게 잘 수위 조절을 하느냐가 실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지금 22일 한미 정상회담에 문재인 대통령이 가져갈 카드 세 가지를 제시하셨어요. 그러면서 중재자 역할. 말이 중재자냐, 당사자냐. 이 차이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좀 더 주도적인 역할을 우리가 적극적으로 하자. 이 말씀이신 거죠?
◆ 송민순> 그렇죠. 우리 무게가, 우리 입장을 분명히...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한국으로서는 이렇다' 라고 내놓고 거기에서 트럼프를 설득하고 김정은도 설득을 해야지 자꾸 우리 지금 언론이고 심지어 정부까지도 중재자라고 그러는데 자기 문제를 자기가 중재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우리 문제를 우리가 중재를 합니까?
◇ 김현정> 우리 스스로 자꾸 중재자라고 하는 게 오히려 낮추는 거다, 이런 말씀.
◆ 송민순> 그러면 안 되죠. 중재자는요. 나중에 중재하고 나면 양쪽에서 결과가 나올 때 그 결과에 대해서 중재자는 발언권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 김현정> 중재자라고 자꾸 우리가 스스로 그래 버리면 나중에 발언권을 잃을 수도 있다, 중요한 순간에?
◆ 송민순> 그렇죠, 그렇죠. 내 입장은 원래 이렇다. 내 입장을 이렇게 했지만 내 입장에서 이 정도는 양보할 수 있다. 그렇지만 더 이상은 양보 못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당사자의 입장이지 중재자는 내 입장이 없기 때문에 양쪽에 있는 사람들이 거래해서 어느 한쪽으로 가고 나면 그다음에는 자기는 할 말이 없어집니다.
◇ 김현정> 사실 외교관으로 오래 지낸 분의 시각이기 때문에 이 조언도 상당히 귀담아 들을 법하네요. 우리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계속 강조해 왔는데 그걸 넘어서서 당사자라는 걸 오히려 당당하게 자꾸 부각시키자, 이런 말씀. 송민순 전 장관님 이게 뭐 워낙 큰 사안이어서 오늘 하루에 다 담을 수는 없겠습니다마는 지금 이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오늘 조언 잘 들었습니다. 다음에 또 뵙도록 하죠. 오늘 고맙습니다.
◆ 송민순>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