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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환영 김정은 위원장님" 플래카드를 내걸었나

통일/북한

    그는 왜 "환영 김정은 위원장님" 플래카드를 내걸었나

    9월 평양정상회담 직후부터 서울 충정로 대로변 건물에 '김정은 서울 답방 환영' 대형 현수막
    설악산 신흥사 영수 스님 "문재인 대통령, 밤잠 안자고 남북 평화때문에 뛰어다니는데 평화 번영의 길로 가자는 뜻에서 현수막 제작"
    "국가보안법 위반했다고 고소 당해...밤길에 협박받은 적도"

    서울 충정로의 한 건물에 '김정은 위원장님 환영'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도성해 기자)

     

    숱한 얘깃거리를 만들었던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끝나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시내버스를 타고 서울 충정로를 지나가고 있는데 "환영 김정은 위원장님. 평화번영.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이라는 대형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한쪽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이. 다른 한쪽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은 사진도 실려있다.

    노안 때문에 잘못본 게 아닌가 싶어 다시 확인했는데 분명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환영한다는 내용이었다.

    내용도 도발적(?)이었지만 크기도 건물 한 면을 덮을 정도로 초대형이었다.

    당시는 정상회담 직후인데다 김 위원장의 남측 방문 의사를 밝혔다는 것 자체가 크게 화제가 될 때라 '강력히 반대하는 태극기 부대와는 달리 저렇게 찬성표시를 공개적으로 하는 분도 있구나'하는 정도로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플래카드가 붙어있다는 지인의 제보에 5일 현장을 찾아갔다.

    수소문 끝에 어렵게 플래카드를 내건 분과 연락이 닿았다. 전화통화에서 그는 자신을 "설악산 신흥사에 몸담고 있는 승려"라고 소개했다. 법명은 영수(65). 신흥사 주지 선거에도 출마한 경력이 있다.

    단독 직입적으로 물었다. 왜 이런 플래카드를 내걸었는지.

    그는 주저함없이 "9시 뉴스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를 듣자마자 플래카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또 "우리 대통령은 밤잠을 안자고 남북 평화 때문에 뛰어다니고 있지 않냐"며 "분쟁의 강을 건너서 평화 번영의 길로 가자는 뜻에서 여러 개의 플래카드를 제작해서 내걸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무엇보다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해야 살길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적은 한번도 없고, 정작 "존경하는 대통령은 박정희"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플래카드에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염두에 둔 표현이라는 것이다.

    '주변에서 항의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냐'는 질문에 "항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하더라"며 태극기 부대가 찾아온 일도 있고 봉변당할 뻔 한 적도 있다고도 했다.

    "한번은 밤길을 가는 데 시커먼 사내가 다가와 '빨갱이 OO, 죽는 수가 있다'고 협박을 했었는데, 죽는 게 겁나지 않는다고 하자 그냥 돌아간 적도 있다"고 전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이 접수돼 관할 경찰서에서 찾아와 조사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그는 당시 경찰에게 "대통령이 하는 일을 잘하는 것으로 보고 따라하는 것인데,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게 있냐"고 해명했다고 한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적성국가인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싱가포르까지 가는 것을 보고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봤다"며 "서울에도 용기를 내서 오겠다고 하는데 얼마나 고맙나. 싸우지 말고 그렇게 서로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내면 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태극기 부대 등이)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며 "남북 평화로 가야지 왜 자꾸 싸우려고만 하느냐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렇게 남북의 평화와 번영을 염원하고 있지만 급격한 통일에는 반대했다.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최소한 30년 정도는 남한은 '대한민국'으로, 북한은 '조선'으로 살아가면서 '평화 공존' 체제를 이뤄나가야 한다는 소신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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