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기 화백의 작품 (사진 조은정 기자)
지난해 4월 27일, 남북 정상이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의 배경에는 민정기 화백이 그린 산수화 '북한산'이 걸려있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건 어떤 기법으로 그린겁니까" 물으며 그림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청와대가 선택한 민정기 화백의 개인전이 국제갤러리에서 열려 주목을 받고 있다.
민 화백은 1980년대 '현실과 발언'의 동인이자 민족미술협의회 출신 대표적인 민중화가로 1980년대 초에는 스스로 '이발소 그림'이라 지칭하는 작품들로 국내 화단에서 주목을 받았다. 스스로 키치적 이발소 그림을 표방함으로써 1970년대 국전을 중심으로 추대되던 순수미술, 추상미술에 대한 저항을 한 것이다.
80년대 후반부터는 인문학적 고찰과 민중사관이 녹아있는 산수 풍경과 산수화지도를 그려 왔다. 그간 주로 산세, 물세 같은 지형적인 요소를 중점적으로 다뤘데 반해 이번 전시에서는 도심으로 시선을 옮겨왔다.
민정기 화백의 작품 (사진=조은정 기자)
민 화백은 최근에 종로구에 위치한 청계천, 사직단, 세검정, 백사실 계곡 등 곳곳을 돌아다니며 생생한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풍경을 사실주의적으로 그리기보다는 과거의 역사를 스스로 해석하고 그림에 녹여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2016년도 작품 <유 몽유도원="">은 조선 초기 안견의 몽유도원도 이미지 위에 현재 부암동 풍경을 병치시켜 부암동의 과거와 현재를 대비해서 보여주고 있다.
역사적인 배경을 모르는 사람들이 감상하더라도 초록색과 푸른색이 어우러지는 산천의 풍경은 고향에 온 듯 그 자체로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인간의 자유 의지를 표현하고자 했던 80년대 흑백 판화 작품들도 선보인다.
미술계 트랜드를 선도해온 국제갤러리가 새해 첫 전시로 민중화가를 선택했다는 점도 이 이채롭다.
구작 21점과 신작 14점을 소개해 작가의 과거의 현재 작품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재조명을 받기 시작한 민중화가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전시는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3월 3일까지 이어진다. 유>